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신흥시장 금융혼란이 아시아 3위 경제 규모를 가진 인도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루피화 가치와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국채금리는 치솟자 인도 정부가 부랴부랴 시장 안정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이날 인도 재무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인도중앙은행(RBI)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RBI가 필요할 때 통화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실제로 RBI가 루피 가치 방어을 위해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면서 인도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4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4260억달러(약 480조원)에서 지난달 4000억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미 달러 대비 루피 환율은 올해 초보다 14% 가까이 급등하면서 주요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BES센섹스지수는 연초 대비 12% 올랐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도 11% 넘게 뛰면서 기업과 개인의 부채 부담이 가중됐다. 루피 가치가 급락하면서 인도의 경상수지도 악화했다. 지난 7월 적자 규모가 180억달러로 201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8월 적자 규모도 17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 수입 가격 상승이다. 국제유가 상승에다 루피 가치 하락으로 수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지난 7월 원유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 급증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도에서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일부 주에서는 학교, 상점, 버스회사 등이 문을 닫았다. 이들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유가 상승과 루피 가치 급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는 화석연료의 8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한다. 델리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이달 현재 80.73루피, 72.83루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15%가량 오른 수준이다. 경제 위기를 겪는 다른 신흥국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브라질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조기 집행 협상을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 둔화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터키 등의 금융위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고통이 더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콜롬비아 페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은 아직 고평가 상태로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스리랑카, 남아공,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우크라이나를 환율 위험국으로 꼽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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