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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8. 8. 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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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청담동 명품거리..자본잠식 빠진 럭셔리 브랜드 엑소더스

유윤정 기자 입력 2018.08.21. 10:01 수정 2018.08.21. 16:00 


 


       

‘명품(名品)의 격전지’로 통하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공실(空室)’ 공포가 커지고 있다. 1층 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비어있거나, 통째로 매각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청담동 패션거리의 명품매장이 대거 철수했다. 건물전체 250평의 임차인를 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유윤정 기자


청담동 명품거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빌딩 매물이 헐값에 쏟아지자 해외 명품 업체들이 건물을 사들이거나 임대해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를 열면서 형성됐다.


하지만 내수침체 장기화로 명품업계가 불황 직격탄을 맞은데다 젊은세대들을 중심으로 명품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청담동 명품거리도 퇴색하기 시작했다.


20일 오전 11시 청담동 패션거리. 압구정로 430~460으로 이어지는 이 곳은 서너 건물 중 한 곳 꼴로 비어 있었다. 고급 이미지를 내세운 브랜드를 알리려 플래그십스토어를 세운 명품 업체들이 잇따라 매장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에르메네질도제냐, 지방시, 마이클코어스, 브룩스브라더스, 제롬드레이퓌스, 보기밀라노, 자딕앤볼테르, 아베크롬비앤피치 등이 청담동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대부분 건물을 통째로 빌리거나 250평 상당의 1층 전체를 임대해 썼다.


규모가 크다보니 임대료 부담도 상당하다. 청담동 버버리 매장의 한해 임대료는 약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거리 메인도로는 월 1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한다. 1년이상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담 패션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죽은 상권’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픽 이민경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의 청담동 엑소더스는 수익 악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는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0억~30억원의 이익을 내오던 이 회사는 2014년부터 4년간 연속 적자를 냈다. 누적적자는 61억원에 달한다.


적자폭이 커지면서 잉여금이 바닥나(-36억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 상태라면 올 연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증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멀버리·보기밀라노·제롬드레이퓌스·페델리 등의 명품 브랜드를 수입·유통하는 신화홀딩스는 지난해 4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 129억원으로 바닥난 상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코리아도 지난해 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156억원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미국 클래식 남성복 브룩스브라더즈코리아 역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지 오래됐다. 브룩스브라더즈코리아는 2014년까지 매해 1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총계가 83억원으로 납입자본(230억원)에 못 미쳤다. 2015년부터 유한회사로 전환해 수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자본잠식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품 브랜드가 대거 매장을 철수하면서 청담동 패션거리는 죽은 상권이 됐다./유윤정 기자


여성 브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 펜디코리아는 지난해 2억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25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2016년말 77억원에 달하던 잉여금은 작년말 29억원으로 줄었다. 수익이 악화되자 펜디 본사가 50억원의 배당금을 빼갔기 때문이다.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59억원)의 절반 이상이 줄었다. 2015년(67억원)에 비해선 3분의 1 토막났다.


버버리코리아는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회계연도(2017년4월~2018년3월)에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244억원)에 비해 38%, 2015년(279억원)에 비해선 46% 가량 줄어든 수치다. 잉여금도 갈수록 줄고있다. 1447억원(2015회계연도)에 달하던 잉여금은 1087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6~2017년 영국 본사에 700억원의 배당금을 보낸 탓이다.


이렇듯 청담 명품 브랜드가 굴욕을 겪고 있는 것은 명품 매출 하락과 유통 구조,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있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세대들은 명품을 구매하더라도 면세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붐 세대의 72%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온라인은 22%, 모바일은 6%에 그쳤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생)는 58%가 매장에서, 23%는 온라인에서, 19%는 모바일에서 명품을 샀다.


서너 매장 중 한곳 꼴로 텅텅 비어있는 청담동 패션거리 매장./유윤정 기자


명품의 세대교체 바람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2017 명품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을 주도한 것은 85%가 Y세대, Z세대로 부르는 밀레니얼 세대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틀에 박힌 명품, 고리타분한 디자인을 거부한다. ‘엄숙한 디자인’의 전통 명품 브랜드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션을 선호하고 ‘괴짜 명품’을 찾는다. 루이비통이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에 먼저 손을 내밀어 협업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매출과 트래픽을 면세와 이커머스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증가하는 구조가 되다보니 공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차료 높은 청담동 매장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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