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11일 "한국과 러시아가 지난 6월 22일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가동하기로 협의했으며 이를 위해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12일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13일께 하산에서 열차를 타고 나진까지 이동하는 시범운행 행사에 참여해 프로젝트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km를 개보수해 나진항을 수출품 경유지로 이용하려는 물류사업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대북 경협 사업 재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경협 사업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막혀 현재로서 재가동이 불가능하지만 나진-하산은 러시아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예외로 인정된 상태다.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러시아산 석탄의 수출을 위한 나진-하산 사업에는 합작 금지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나진-하진을 초국경 경제협력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프로젝트가 현실화할 경우 부산~나진항~러시아~유럽을 잇는 광활한 운송망이 완성된다. 송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경우 부산을 시작으로 동해선을 통해 유럽까지 철도 물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진-하산 사업이 완수될 경우 더 원대한 남북경협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프로젝트에 초석을 놓는 의미도 있다. 남북철도 복원을 통한 철도망 확장은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이다.
한국은 민간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나진-하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북-러 합작회사인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 여부를 타진해왔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은 2015년 말까지 3차례의 시범운송도 한 바 있다.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이 저리를 받고 국내 3사에 대출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총 사업비는 3억 5000만달러(약 39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북한도 사업 추진을 위해 움직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항공경로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위원장의 방러 시기를 고려할때 북한 고위급 인사가 러시아측과 실무 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와 나진-하산 사업의 실행 문제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실현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작은 노무현 정부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지난 2007년 한·러 정상은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를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논의가 중단되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는듯 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정부는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이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면서 한국의 재참여를 요구해왔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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