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기자 입력 2018.06.01. 06:00 수정 2018.06.01. 09:44
[경향신문] ㆍ한국가스공사·러시아 국영회사, 두 차례 비공개 실무접촉
ㆍLNG와 달리 대규모 투자 필요 없어…공급 안정성 확보도
ㆍ대북·대러 제재 걸림돌…국제정세 긴장 완화된다면 가능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지난 4월과 5월 각각 대구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비공개 실무 접촉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남한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PNG)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31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실무진은 5월15~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가스프롬 직원들과 ‘남·북·러 PNG 사업 추진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동연구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가스공사는 사업타당성 분석을 위해 가스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가스프롬은 사할린 지역의 가스전을 원료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양측은 4월4일에도 만나 천연가스 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가스공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대북 긴장완화에 대비해 남·북·러 PNG 사업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한 결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국제정세가 완화되면 남·북·러 PNG 추진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일 열린 PNG 분과 실무회의에서는 향후 적기에 PNG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북·러 PNG 사업이 성사되면 가스 도입 다변화로 공급 안정성이 확보된다. 현재 남한은 천연가스 수입에서 배로 수송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100%다. PNG가 도입되면 LNG 거래에서 가격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다. PNG는 LNG와 달리 필수적인 액화·기화설비와 수송선 등 대규모 투자가 불필요해 경제성도 높다.
2010년 가스공사가 수행한 ‘한·러 PNG 공동연구’ 결과 PNG가 LNG보다 저렴하다는 게 입증됐다. 이 연구에서 PNG는 투자비 34억300만달러, 운영비 13억9500만달러가 투입돼 단위(MMBTU·천연가스 부피단위)당 수송원가가 0.31달러로 추산됐다. 반면 LNG는 투자비 68억2300만달러, 운영비 158억2000만달러로 단위당 수송원가가 0.94달러로 집계돼 PNG의 3배에 달했다.
또 2015년 삼정회계법인이 가스공사에 제출한 ‘러시아 PNG 도입노선별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보면 중국을 경유해 해저로 연결되는 노선보다 북한 육로를 경유해 남한으로 들어오는 노선의 사업비가 훨씬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PNG 사업이 성사되려면 정치·외교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대러 제재가 풀려야 한다. 가스관 통과료 지급과 북한 노동력 이용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에 속한다. 러시아 수출용 배관 투자와 북한을 상대로 한 천연가스 제공은 각각 미국의 대러·대북 제재에 걸린다.
PNG 사업은 1990년 한·러 수교 이래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지만 ‘북한 변수’로 성사되지 않았다.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에서 ‘가스공사·가스프롬 천연가스 도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2013년 북한 핵실험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이 보류됐다.
남북관계 역시 안정적이어야 한다. 경유지인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배관을 차단하면 국내 천연가스 수급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분쟁으로 2주간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 가스공사는 사전예방책으로 국제기구 및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사업 참여와 PNG 계약에 LNG 대체공급 내용 반영 등을 검토 중이다.
사후대응책으로는 공급 중단 발생 시 국제중재재판소를 통한 중재와 장·단기 비상수급 조치를 수립한 상태다. 권 의원은 “남·북·러 PNG 사업은 가스관을 중국과 일본까지 연결하는 동북아 환상망 구축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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