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연 입력 2018.04.01. 11:16 수정 2018.04.01. 11:24
4.27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중국 방문을 통해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행 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대북 제재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며 단계적 비핵화에 난색을 보인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기본 틀로 한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는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할 북핵 해법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백기 투항을 뜻하는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 성향의 언론 매체인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는 3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북한과 전쟁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도 이날 테드 카펜터 케이토(CATO)연구소 선임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볼턴식 접근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끔찍한 대북 협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 협상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연기하거나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협상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면 백전백패라는 게 그 핵심 이유이다. 트럼프 정부가 고차 방정식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치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기에는 2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협상 전략을 짜야 하는 양대 핵심 포스트인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어 실질적인 준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이날 “만약 변덕스러운 두 지도자가 만나 성공할 수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연기하거나 보류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에 앞서 북·미 실무 회담 진행,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과 광범위한 협의, 미국의 포괄적인 아시아 정책 수립 등 3가지 선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갑지 않은 위로
내셔널 리뷰는 볼턴이 제기한 리비아 모델이 전혀 ‘달갑지 않은 위로’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 모델을 받아들일 리도 없지만 이를 수용한다고 해도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심각한 혼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리비아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심한 내전을 겪은 뒤 무아마르 카다피가 암살을 당했던 것과 유사한 과정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것을 어느 나라가 반기겠느냐는 것이다.
이 매체는 “미국이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요구하면 김정은이 카다피가 맞은 최후의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셔널 리뷰는 “미국이 북한에 ‘무장 해제하고 남북통일에 응하든지 아니면 전쟁에 직면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을 한국이 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붕괴에 따른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비현실적 제안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카펜터 선임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볼턴의 리비아식 해법은 깜짝 놀랄 만큼 비현실적인 접근 방식이고, 볼턴이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카펜터 연구원은 “북한이 리비아 모델에서 조금이라도 매력을 느낄 요소를 발견할 수가 있겠느냐”면서 “북한에 리비아 모델은 제안하면 협상이 결렬될 게 너무나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볼턴의 대북 접근 방식은 트럼프 정부의 일반적인 협상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철수를 향후 협상의 사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카펜터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에 항복하면 협상하겠다고 한다”면서 “러시아가 이런 협상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리비아식 모델을 제안하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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