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中 기세 막자…美·日·印·濠 4국 협력체 '꿈틀'
기사입력 2017-11-01 09:59
日 추진 공론화에 美·印·濠 긍정 반응…중국 대응 주목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4국 전략대화' 체제 구축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4국 전략대화 구축을 위한 공식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 호주가 잇따라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며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필리핀에서 만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왼쪽부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이들 4개 나라 간 외교 및 안보 분야 협력 방안을 되살리는 문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일 보도했다.
이들 4국 대화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주도로 2007년부터 추진됐고, 당시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하워드 후임인 케빈 러드 총리는 대중 관계를 우려해 발을 뺐고 결국 흐지부지된 바 있다.
비숍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법과 규칙을 바탕으로 한 질서가 존중받는 가운데 협력적 조정을 강화하고 우리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호주와 인도, 일본, 미국 간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법과 규칙을 바탕으로 한 질서'를 언급한 것은 국제적인 반발에 아랑곳없이 인공섬을 건설해 해상 통제를 강화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세력권 확대에 속도를 내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숍 총리는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및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4자 회담 정례화 및 인도 참여 독려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례 공식회담 성격을 갖게 될 4국 대화는 중국 쪽으로서는 안보와 경제, 외교 분야에서 자신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조심스럽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고노 외무상은 지난달 26일 4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전략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각국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혀 이번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고노 외무상은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에서 자유무역 촉진 및 방위 협력도 염두에 둔 듯 "일본도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외교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노 외무상의 발언 다음 날, 인도 정부도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적절한 의제로 협력하는 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미국도 "조만간 실무급 4자 회담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차관보 대행은 고노 외무상의 발언 후인 지난달 27일 "미국과 일본, 인도 간 경제 및 군사적 협력은 매우 생산적이며, 호주도 파트너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