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기자 입력 2017.09.28. 10:14 수정 2017.09.28. 21:32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신청 접수가 평소보다 2배나 많다는 통계가 있다.
원인은 '명절 갈등'이다.
박 부장은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는 과도하게 차리기도 했지만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지내는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듯 간단한 음식을 올린 것"이라며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햇곡식, 설날에는 떡국과 간단한 음식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ㆍ유교와 차례상
ㆍ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 아니면
ㆍ“계절 음식 몇 가지 형편껏 올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신청 접수가 평소보다 2배나 많다는 통계가 있다. 원인은 ‘명절 갈등’이다. 갈등의 요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한 것이 차례상 준비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차례상(사진)을 차릴 때면 흔히 등장하는 설명이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유교의 주요한 의례로, 이 같은 엄격한 진설법은 유교경전 어딘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주자가례> <가례편람> <국조오례의> <격몽요결> 등에 구체적으로 항목별 차례상 차림을 규정한 곳은 없다.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도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 권하는 정도다. 굳이 사과나 배가 아니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바나나나 키위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과일을 사용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격몽요결>에 나오는 진설도에도 상의 맨 앞 열에 ‘과(果)’자가 쓰여 있을 뿐 구체적인 품목이나 방향을 지칭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동육서’의 근거도 동쪽이 바다이고 서쪽이 산인 중국 지형을 기준으로 따랐다는 이야기가 <송자대전> 같은 문헌에 전하는 정도다.
유교문화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조선시대에 이 같은 관습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 1960년대를 전후로 해 화려하게 차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면서 “유교적 전통을 강화해 전통 있고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과시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문화가 잘못 정착됐다”고 지적했다.
가정의례 준칙이 나온 것도 이 같은 허례허식이 만연한 데서 비롯됐다. 박 부장은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는 과도하게 차리기도 했지만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지내는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듯 간단한 음식을 올린 것”이라며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햇곡식, 설날에는 떡국과 간단한 음식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유교 예법인 주자가례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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