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미 입력 2017.09.20. 09:45 수정 2017.09.20. 11:53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전 세계에 말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1분간의 연설에서 미국의 정치 규범을 깬 것은 물론, 국제사회 시스템에서 미국의 역할을 변화시키기 위해 혼란스럽고, 호전적이며, 민족주의적 주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나일 가드너 연구원은 "확실히 많은 면에서 획기적인 연설이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연설을 통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보다 공손한 다자정책을 깨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전 세계에 말한 적이 없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이 한 문장으로 일갈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1분간의 연설에서 미국의 정치 규범을 깬 것은 물론, 국제사회 시스템에서 미국의 역할을 변화시키기 위해 혼란스럽고, 호전적이며, 민족주의적 주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를 계속 위협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totally destroy)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혼란과 공포로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결해야 한다"면서 8개월 전 자신이 취임할 당시에서 전 세계 지정학적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이란 정부는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장한 부패한 독재정권"이라며 "우리는 잔인한 정권이 위험한 미사일을 증강하는 한편 위험한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유엔의 목표는 평화와 국제협력 증진이다. 그런데 오늘 대통령은 전쟁을 위협하는 무대로 사용했다"며 "그는 유엔이 북한에 관해 취할 수 있는 긍정적 행동을 제시할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그는 이란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경로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전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럼프와 같은) 수사(레토릭)를 사용하면 위협이 되거나 김정은을 위협하는 효과가 일부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나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미 대통령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유엔에서 특정국가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협박한 적은 없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국내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하지는 않았다.
헤리티지재단의 나일 가드너 연구원은 "확실히 많은 면에서 획기적인 연설이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연설을 통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보다 공손한 다자정책을 깨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국제사회에 글로벌 트럼피즘(global Trumpism)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70년간 미국이 효과적으로 국제사회를 이끌어온 노력에 선을 그었다.
그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를 제시하면서 모든 "주권" 국가들은 다자주의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를 확대해 모든 국가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참모들이 백악관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연설을 유엔에서 한 것은 그런 철학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CNN은 해석했다.
짐 스키토 유엔 선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유엔 총회장에 충격이 감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말했을 때 일대 바람이 총회장을 휘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람들을 깜짝 놀랐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감정적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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