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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사에 기록될 '흑역사', <군함도>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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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7. 7. 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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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사에 기록될 '흑역사', <군함도>가 부끄럽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전체 스크린 잠식한 영화 <군함도>, 왜 문제인가

오마이뉴스(시민기자), 2017.07.27 11:23최종업데이트2017.07.27 13:21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세상에 꼭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역사는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진심이었다. 지난 19일 열린 언론 시사 자리에서 그는 <군함도>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이런 답을 내놨다. "저희 영화가 보기 싫다고 해도, 역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도 했다.

맞다. 그런 영화는 세상에 없다. (누구라도) 꼭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를 찾은 관객들이 보기 싫어도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들은 존재한다. 특히 작금의 한국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가능해 왔다. <군함도>가 딱 그런 영화다.

2027개. 26일 개봉한 <군함도>가 상영하는 국내 스크린 숫자(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다. 이날 <군함도>의 개봉일 스크린 수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잇따랐다. 80% 이상 잠식한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군함도>는 이날 2027개 스크린에서 1만174번 상영, 97만 922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수치다. 이날 대한민국에서 팔린 티켓 중 71.4%가 <군함도>의 것이었다. 상영 점유율은 55.2%로 절반 극장 스크린이 <군함도>를 틀은 셈이다.

교차상영(퐁당퐁당)을 포함한 스크린 수를 포함하면 37.2%로 떨어지지만, 이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다. 또 좌석 점유율은 52.8%로 높은 편이었으나, 동시에 <군함도>를 상영한 전체 좌석의 절반은 비었던 셈이다. 요약하자면, <군함도>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상영 횟수와 상영 점유율을 토대로 개봉 첫날 1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셈이다. 이 수치가 실감나지 않는다면, 대형 멀티플렉스의 상영시간표를 직접 확인해 보시라.

이쯤 되면, <군함도>는 적어도 26일 하루 전국 극장에서 '보기 싫어도 피할 수 없는 영화'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에 적잖은 영화인들이 "광기"라거나 "미쳤다"와 같은 격한 표현을 섞은 탄식을 내뱉고 있다. <군함도>의 개봉일 스크린 수를 둘러싼 몇 가지 단상들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군함도>라는 영화가 아니라 <군함도>를 둘러싼 개봉/배급 환경에 대한 얘기다.

<군함도>의 기록적인 개봉일 스크린 확보, 왜 문제인가

 영화 <군함도>의 개봉 스크린.

ⓒ 영화진흥위원회



<명량>의 최다 스크린 수 1587개는 이제 애교 수준이라 해야 할까. 지난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은 개봉 첫 주말 스크린 수를 1587개까지 늘렸다. 불과 3년 전이다. 그 사이 스크린 수는 더 늘었다. 당시 1주 일찍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와 경쟁하던 <명량>의 개봉일 스크린 수는 1159개였다. <군함도>의 절반 수준이다. 그 3년 동안 한 영화가 확보할 수 있는 스크린 수는 최대치를 경신하고 또 경신해 왔다.


역대 최다 스크린 수 확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1991개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1965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843개
<검사외전>(2016) 1812개
<부산행>(2016) 1788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1739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1709개
<미녀와 야수>(2017) 1627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 1602개
<명량>(2015) 1587개


<군함도>의 개봉과 함께 소셜미디어상에서 회자하고 있는 최다 스크린 수 확보한 역대 톱10 영화들이다. 눈여겨볼 것은 두 가지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단 한 편을 제외하곤 모두 2015년 이후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7편은 작년과 올해 개봉한 영화들이다. 이러한 스크린 확보를 위한 과다, 과열 현상이 최근 들어 더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군함도>의 개봉일 스크린 숫자가 더욱 문제적인 것은 개봉일 숫자라는 점이다. 위의 영화들 모두 개봉일에는 1000개 안팎, 많아도 1200개 안팎으로 출발했다. 갈수록 개봉일 스크린 숫자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어느 영화도 <군함도>처럼 2000개로 출발한 영화는 없었다. 대개 스크린 수의 경우 개봉 첫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 최대치를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군함도>의 이러한 숫자는 이례적이고 또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영화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사건(?)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스크린 쏠림 현상을 두고 멀티플렉스 측에서는 주로 "관객들의 볼 권리"나 "높은 예매율"을 이유로 들어왔다. 하지만 <군함도>의 이러한 전무후무한 개봉일 스크린 점령을 두고도 과연 "관객들의 볼 권리" 운운할 수 있을까. 멀티플렉스들이 오히려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뺏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인 수준 아닐까.

"높은 예매율"은 부분도 비상식적인 건 마찬가지다. <군함도>는 70%에 육박하는 예매율과 역시 60만 장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스코어를 자랑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예매율 수치가 이 <군함도>의 개봉일 스크린 점령을 설명하는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예컨대, 천만 관객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의 전작 <베테랑>의 경우 최다 스크린 수는 고작(?) 1064개였다. 얼마든지 1000개 이상으로도 천 만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 작금의 멀티플렉스 배급/관람 환경이란 얘기다.

결국 <군함도>가 기록한 이 말도 안 되는 숫자는 '빠르게', '더 많이'를 염원하고 그걸 현실로 가능케 할 수 있는 거대 멀티플렉스와 배급사의 '힘'이 지배하는 기형적인 한국영화 배급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관객의 볼거리 운운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단순하다. 여름 최대 성수기다. <군함도>는 이미 '천만 돌파'를 예약해 놓은 영화로 정평이 자자하다. 2000개가 넘는 스크린 수는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보겠다는 이른바 '장삿속'의 일환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거대 멀티플렉스와 대형 배급사가 합작해 낸. 거기에 "나도 천만 잭폿을 터트릴 수 있다"며 침묵으로 동조한 일부 혹은 다수 영화인들도 포함될 것이다.

더욱이 이 쏠림 현상은 멀티플렉스 3사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가속도를 보여 왔다. 한국영화든 할리우드 직배 영화든 가리지 않는다. 그저 개봉 주에 멀티플렉스로 관객들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영화라면 국적 불문이라 할 수 있다. 완성도에 대한 고려? 그럴 리가 그런 건 없다. 최근 개봉한 <리얼>의 스크린 수가 비등한 예일 것이다.

극장 광고도, 시간표 배정도 대체로 이들 영화로 쏠리기 마련이다. 수직계열화 논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산행>과 같이 자사 극장이 없는 4대 배급사의 영화도 포함하고, 당연히 직배 영화사의 영화들도 끼워준다.

이럴 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등장하는 반대 논리가 바로 '자본주의 논리'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들의 이윤추구 행위를 어떻게 규제하고 제어할 수 있느냐는 반문을 하는 관객들도 상당수다.

한국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지난 18일 열린 '2017 중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서정 CGV 대표는 한국 영화산업 내 CGV 역할에 대해 "한국의 수직 계열화가 그렇게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어 관련 서 대표는 "최근에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많은 얘기 있다"며 "1948년 미국 파라마운트 법 얘기를 들어 지적하지만, 한국의 수직계열화가 그렇게 문제인지 반문하게 된다"고 했다.

서 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군함도>에 배정된 스크린 숫자가 정상적인지. 과연 이게 '문제'가 아닌가. 이러한 유례없는 쏠림현상이야말로 지난 10년간 수직 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그리고 거대 멀티플렉스들과 배급사들의 카르텔이 만들어 낸 전 세계 영화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 아닌가 말이다. 최소한 나쁜 배급 환경이 여타 다른 영화들을 극장에서 몰아내고 있는 현실인 건 맞지 않는가.

새 정부 들어 대기업의 상영과 배급 분리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6월 '영화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용역' 연구를 미래산업전략연구소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화시장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함도>가 보여준 이 전무후무한 쏠림이 이 영비법 개정에 힘을 싣든, 멀티플렉스들의 스크린 독과점을 감시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 들든, 영화 배급 환경의 불공정한 생태계를 환기하고 개선하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을 이렇게까지 먹어 치운 사건은 전 세계 영화계에서도 전례가 없다. 이건 한국영화의 발전이 아니다.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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