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공정한 여행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공정여행 운동은 2017년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지화로 인한 급격한 개발과 상업화로 발생하는 삶의 내몰림)으로 인해 관광난민과 포비아가 속출하는 낯선 풍경 속에 도착해 있다.
여행자들의 태도가 변한다면 새로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 갈 수 있으리라 꿈꾸었던 공정여행 운동은 이제 우리의 마을을 도시를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도시와 국가의 관광정책을 향해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매진피스는 2017년, 베를린부터 베니스까지 오버투어리즘의 현장을 찾아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는 취재와 연구를 통해 과잉관광이 불러오는 여러 문제들과 대안을 맵핑하고, 사람을 만나며 대안을 찾는 새로운 길찾기를 시작하려 한다. - 기자 말
|
▲ 시민들이 올라탄 선상 시위대가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아선 채 저마다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
ⓒ sputniknews.com | 관련사진보기 |
누구나 생애 한 번쯤 다다르기를 꿈꾸는 물의 도시 베니스, 심지어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베니스에서 거칠고 낯선 시위의 풍경과 메시지들이 세상을 향해 타전되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베니스의 가장 아름다운 바다에선 시민들이 올라탄 선상 시위대가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아선 채 저마다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깃발과 피켓을 들었고, 커다랗게 쓰인 문장 하나가 바람에 펄럭였다.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누구도 함부로 그 도시를 찾는 이를 향해 건넬 수 없었던 낯선 인사, 그 바툰 마음들이 아름다운 바다 위에서 거세게 펄럭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 5만 5천여 명의 베니스를 찾는 하루 평균 관광객은 6만 명을 넘어섰다, 사육제 기간이면 무려 17만 명 가까운 관광객이 쏟아져 내린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알토 다리에서 관광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 중 한 사람은 세계를 향해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도시는 삶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에 집을 구할 수도 없고 가게를 운영 할 수도 없어요. 어쩌면 우리가 이 도시에서 진짜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어요. 베니스는 단지 5시간 남짓 머물고 떠나는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5일간 생활하고 일하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 Protester Group 90
|
▲ 사람들은 저마다의 깃발과 피켓을 들었고, 커다랗게 쓰인 문장 'No Grand Navi'가 바람에 펄럭였다. |
ⓒ NoGrandiNavi twitter | 관련사진보기 |
베니스의 아름다운 모습은 대형 크루즈 회사들의 가장 인기있는 기항지... 3000~4000명이 탄 거대한 크루즈가 한 대 가 베니스 항에 정박을 하고 수천명이 동시에 베니스를 관광하는 동안, 크루즈의 냉난방을 위해 하루 종일 자동차 1만 2천대 분량의 배기가스를 내뿜으며서 정박해 있는다. 그러나 한 해 2천만명이 찾아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 살고 있는 베네치아 사람들은 그곳에서의 삶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요. 그러니 채소가게, 빵집 과일가게가 버틸 수 있겠어요? 어느 날 손님이 와서 저녁을 준비하러 늘 가던 정육점에 갔더니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 있는 거예요. 기념품으로 요리를 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채소가게, 빵집, 과일가게, 세탁소가 물가를 이기지 못하고 떠난 자리는 명품매장과 다국적 브랜드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의 골목 골목까지도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요리를 위한 모든 재료는 바깥에서 실어 나른다. 하루 관광을 마친 크루즈 여행자들은 쇼핑백을 들고 서둘러 배를 타고 다른 항구로 표표히 떠나가고 관광에 지친 베니스의 주민들은 그들의 섬을 하나 둘씩 떠나고 있는 것이다.
|
▲ 2016년, 9월 거리로 나와 쇼핑카트를 들고 한 거리를 가득 채운 채 대량관광 반대 시위를 벌였다. |
ⓒ Generazione '90 facebook | 관련사진보기 |
2016년, 9월 거리로 나와 쇼핑카트를 들고 한 거리를 가득 채운 채 대량관광 반대 시위를 한 시위대 중 한 사람은 이렇게 호소했다.
베네치아를 사람들의 도시로 지켜가려는 베네치아 시민들의 마지막 노력은 'No Grand Navi' 운동으로 터져 나왔다. 2016년 9월 26일, 베니스의 가장 아름다운 바다에 배를 띄운 베니스 사람들은 베니스를 향해 다가오는 대형 크루즈를 향해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꺼져라(Tourists, Go Away!)"
"당신은 지금 이 곳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You Are Destroying This Area)"
관광이 이 도시의 생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도시 베니스"의 주민들은 이제 이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남기고 가는 소음과 쓰레기와 혼잡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 위도 '대형 크루즈 반대' 깃발을 든 시위대로 가득찼고, 베니스의 골목 골목 관광을 반대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우린 살아 숨쉬는 진정한 도시를 원한다"
|
▲ 베니스의 골목 골목 성난 베니스 주민들의 관광을 반대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
ⓒ Generazione '90 facebook | 관련사진보기 |
크루즈 관광은 베니스 관광산업의 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나갈 뿐 지역의 식당과 호텔, 작은 가게들에게 아무것도 남기는 것이 없다. 한때 30만에 달했던 베네치아 인구는 이제 6만명 선도 무너져 4만 8천명까지 내려섰다. 살아있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유령의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거리로 바다로 쏟아져 나온 베니스의 주민들은 외친다.
"우리는 밤에는 텅텅 비어버리는 관광객의 도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진정한 도시를 원한다."
심지어 유네스코는 관광의 영향으로 베니스와 산호초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며 보호되어야 할 세계유산으로 선정했다. 베니스 사람들이 No Grand Navi의 상징적 그림으로 크루즈가 상어처럼 거대한 입을 벌려 베니스를 집어 삼기는 카툰을 그린 것이 단지 느낌이 아니라 실재하는 위험임을 입증이라도 해 주듯이...
베니스 정부는 시민들의 저항에 못 이겨 뒤늦게 수상버스의 우선 탑승권을 주민에게 먼저 보장하고, 베니스 일일 입장 관광객 수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크루즈가 본토로 우회해 접안하도록 수년간 요구해 온 베니스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몇 년 후에도 아름다운 베니스를 여행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다만 우리가 돈이 많아서, 그곳에 가 닿을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니라 그 도시를, 마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베니스 사람들의 노력과 삶이 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
2015년 세계 관광인구는 11억 8300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도시들에선 관광객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관광을 반대하는 시위들과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내 삶의 자리를 마을과 도시를 관광객에게 빼앗긴 채 삶을 내몰려야 하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당혹스러운 일상은 우리만의 고통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베니스, 동경, 베를린...
2016년 9월 세계공정관광 컨퍼런스를 위해 서울을 찾은 세계적인 책임여행 전문가 헤럴드 굿윈 교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_관광자본에 의한 상업적 관광지화와 더불어 물밀듯 밀어닥치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오버투어리즘'으로 명명했다.
"그것은 다만 어느 한 지역의 일이 아니에요 아이슬랜드, 런던, 베르린, 프랑스, 마요르카.. 심지어 이곳 서울까지 세계의 도시들이 관광의 목적지가 되면서, 관광에 삶을 내어주고 도시를 빼앗길 것만 같은 위기감을 관광지의 수많은 시민들이 느끼고 있죠. 특히 한 도시가 관광지가 된다는 일은 그 도시의 모든 분야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집값, 교통, 쓰레기, 물가... 무엇보다 전통적인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시민들이 어떤 논의나 토론도 없이 어느날 문득 자신들의 도시에 주민보다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을 깨닫는 순간, 관광을 '점령'으로 느끼고, 그로 인해 야기된 모든 문제에 대한 분노가 찾아와 관광 포비아가 드러나는 일고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죠."
내가 살아가는 도시와 마을, 골목길에 이웃보다 관광객이 넘쳐나고, 가던 식당과 가게가 모두 명품과 면세점으로 변하는 낯선 풍경 속에서 시민들은 삶을, 도시를 지키기 위해 관광객들을 향해 피켓과 깃발을 들고 맞서기 시작했다.
"관광이 개발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외화가 들어온다."
학교 사회책에서 배운 관광의 금언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관광이 삶을 침범할 때, 관광이 이웃을 내쫓을 때 우리는 무엇을 통해 삶을, 이웃을 지켜갈 수 있는지 어떤 책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그늘 속에서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문제를 맵핑하고, 대안의 길을 놓아가는 새로운 실험들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다. 벌거벗은 관광객들이 주택가의 상점에 난입해 관광을 반대하는 거대한 시위가 일었던 바르셀로나시는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신규호텔의 영업허가를 중단하고 유명관광지와 시장의 관광객 숫자와 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 '바르셀로나, 오버투어리즘 속 새로운 길찾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