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toaugust 입력 2016.11.17 15:04
[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4] 주위 사람들에게 해외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누구나 으레 물어보는 질문이 '장소'와 관련된 것이란 것을 깨닫고 아주 흥미로웠다.
주로
1)여행을 어디로 가는지
2)언제 출발하는지
3)기간은 얼마나 가는지
등의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크루즈 여행지가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국내에 아직 '크루즈 여행'이라는 카테고리가 대중화되지 않다 보니 신선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일 테다. 또한 대부분 성인 남녀들이 직장 생활을 영위 중인 관계로 '여름·겨울 정기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럭셔리한 크루즈 여행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허니문을 예로 든다면 최근 트렌드는 체코 독일 폴란드 등 유럽 2~3개국만 찍어 깊이 있는 여행을 하는 배낭여행족이 많아졌고, 모리셔스 세이셸처럼 독특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다녀온 사람도 봤다. 물론 최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멕시코 칸쿤 그리고 절대 실패가 없다는 하와이와 푸껫 몰디브 발리 같은 허니문 휴양지로 떠나는 커플이 여전히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북유럽 크루즈 여행은 주위에서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다녀온 뒤 질문도 많이 받았고. (하지만 떠나기 전에는 잘 모르니 설명은 자세히 못했다) 북유럽 크루즈의 매력을 풋풋한 신혼부부의 눈으로 바라보고 여행기를 남길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않으랴.
"하얗고 매끈한 큰 배 타고 여러 나라를 돌면서 배에서 먹고 마시고 파티하는 거 아니에요? 그 있잖아요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호화 유람선!"
더 생각해보라 했더니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많지만 체력상 배낭 들춰 메고 다닐 수 없는 노년층의 전유물"이라는 대답을 얻었다.
일반인 인식은 이러하지만, 만약 크루즈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부부가 다녀온 북유럽 크루즈 코스를 강력 추천하는 바다. 이유는 동남아시아 쪽 따뜻한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휴양 여행을 즐기면서 동시에 깨끗하고 풍요로운 북유럽 국가를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배가 정해진 경로를 돌기는 하지만 여행의 자유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막말로 귀찮으면 여행지에 안 내리고 푹 쉬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좋은 점은 기항지만 정해져 있을 뿐 배 안에서는 편하게 생활하고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에 사소한 것으로 싸울 일이 없다.
이렇게 배에서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와중에 헬싱키 스톡홀름 오슬로 코펜하겐을 포함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를린 탈린 등 유럽 주요 도시 7곳을 짐 여러 번 싸고 풀 필요 없이 편리하게 종일 여행할 수 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번 회에는 크루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유희를 요약해보겠다.
선박 속 중앙에 위치한 넓은 광장에서는 매일 밤 라이브 연주와 파티 타임이 이어진다. 저녁은 지정석이 있는 정찬 다이닝룸에서 코스 요리를 즐겨도 되고 혹은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의 뷔페에서 언제든지 세계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 정찬 다이닝에는 칼 같은 정장과 드레스를 입어야 하지만 매 다이닝마다 이렇게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드레스코드를 요하는 날에만 입는다. 항해를 하면서 총 두 번의 정찬 디너(Formal Night)가 있었다.
신나게 먹었으니 신나게 운동할 때다. 워낙 배 시설이 잘돼 있는 데다 청명한 바다 공기를 마시며 트랙을 뛰면 폐 두 쪽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햇빛이 따가우면 실내 헬스장에서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면 된다. 다른 기구도 잘 갖춰져 있어 근력운동까지 해결할 수 있다. 영어가 되면 요가·GX 프로그램도 참여 가능하다.
동남아시아 휴양지처럼 풀에서 수영을 할 수도, 아니면 일광욕을 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도 있다. 사실 종일 항해를 하는 일정이 아니면 아침·점심시간에는 각 기항지 여행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저녁에 돌아와도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태닝이나 물놀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이다(북유럽의 여름은 백야로 인해 해가 매우 길다). 성인 2명이 겨우 들어가는 자쿠지에서는 따뜻한 물이 퐁퐁 나와 몸을 충분히 담글 수 있다.
크루즈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매일 영화와 유명 가수의 콘서트 실황 영상을 계속해서 상영한다.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못 봤던 '스타워즈' 최신작을 크루즈에서 관람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저녁에 다 관람하지 못한 영화는 방에서도 볼 수 있다.
일종의 VOD 시스템인 셈). 사실 선상의 밤공기는 좀 추워서 머리 끝까지 담요로 덮어야 했다. 선베드에는 낮에는 볕을 쐬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별을 쐬면서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주위의 먹을 것은 팝콘, 아이스크림을 포함해서 전부 무료. 생각 없이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팝콘 세 봉지를 다 먹어버린다. 칼로리를 계산하면 이미 늦은 뒤다.
[MayToAugust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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