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발 ‘무역전쟁’ 불똥…한국, 중국 주도 움직임에 더 난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보호무역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불똥이 한국으로 튈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다음 타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은 TPP가 물 건너가자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태세여서 한국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한국이 RCEP 등 다른 거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마찰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어서 말처럼 쉽지 않다.
트럼프가 아직 한국에 대한 통상정책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자칫하다간 큰코다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한·미 FTA로 인해)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3.4%)이 중국 다음으로 큰 미국은 한국에 2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안겼다. 미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가전, 철강 등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NAFTA 재협상 소식에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커졌다.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최고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지어 북미지역 생산량을 늘린 기아차로서는 멕시코 공장 활용 방안이 모호해졌다.
이 밖에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고, 중국은 미국 투자 억제, 보복 관세 등으로 역습할 태세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5%(18억7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때 외교적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까지 싸잡아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우선 미국 행정부 인사들과의 스킨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번주 중 미국을 찾아 실무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회 인준이 끝나면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줄일 정도의 실효적 대책은 없다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가 테이블에 오르기 전에 한·미 간 교역이 한국만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게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보동맹뿐 아니라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통상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