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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굴기와 통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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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6. 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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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굴기와 통상전쟁

매경이코노미|홍기영|입력2016.06.13. 16:42

 

 

 

미국과 중국 사이에 통상 갈등이 고조된다. 중국 기업의 철강 가격 덤핑 공세에 미국 정부가 팔 걷고 조사에 나섰다. 아울러 중국의 반도체 과잉투자와 사이버 무역장벽 강화 시정을 놓고 미국이 강공을 펼친다. 6월 6~7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 경제대화’에서 양국 대표는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타협안을 내놨다. 주요 통상 분야 합의 내용은 △철강 생산과잉을 해소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을 자제하며 △투자협정(BIT) 체결을 위한 세 번째 네거티브 리스트를 미국에 제출키로 한 것. 사실 미·중 통상 마찰의 중심엔 중국 전자·통신업체, 화웨이가 있다. 화웨이는 미국이 ‘콕 찍어서 손을 보려는’ 중국 견제의 상징 기업으로 떠올랐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공급 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다. 이젠 반도체,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설립 29주년을 맞은 화웨이는 ‘늑대떼 문화’가 특징이다. 시장 기회를 재빠르게 포착하는 기민함과 불굴의 도전정신, 진취성을 앞세운다. 그리고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화웨이 직원은 평상시에도 야전침대를 사무실 한편에 두고 생활한다. 모든 경영진은 24시간 휴대폰을 켜놓고 돌발 상황에 대기한다. 화웨이는 △밀착 마케팅과 △마오쩌둥식 세력 확장 전략으로 성장했다. 정치와 금융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당국의 사업 허가, 금융 지원에서 특혜 논란이 생길 정도다. 또한 주변 시장을 장악한 뒤 핵심 시장에 진입한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중국 군 장교 출신이다. 이 점에서 미국은 화웨이와 중국 군 당국과의 관계를 의심한다. ‘중국 정부, 군과 협력하는 거대 정보기업’이란 시각이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에 기술 제품을 수출한 5년간 내역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통신 네트워크는 주요 기간 인프라다. 미국은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 전쟁에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그래서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화웨이의 미국 진출 시도는 번번이 좌절된다. 미국 기업 인수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다. 화웨이는 세계 곳곳에서 법적 소송에 휘말려 있다. 미국은 2012년에도 안테나를 비롯한 화웨이 통신장비를 미국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바 있다. 당시 미 하원에서는 국가 정보 유출에 가담한 스파이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하기도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미·중 통상 전쟁이 격화되자 한국 기업에 유탄이 튈까 걱정이 태산 같다. 이 와중에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제기해 충격을 던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경쟁사의 부상과 위협을 피부로 느꼈다. 이제 특허로까지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화웨이는 짝퉁 제품 메이커와는 좀 다르다. 매출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2015년 화웨이의 세계 특허 신청 건수는 3898건으로 삼성전자(1683건)를 크게 앞섰다.

 

 화웨이는 5세대(5G) 통신 시장에서 기술표준 주도권을 놓고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버거운 상대다.

 

화웨이의 특허 도발은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교차사용)에서 유리한 입지를 노리는 포석이다. 삼성전자가 가진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으려는 의도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발판으로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미국의 견제도 까놓고 보면 미래 기술 전쟁에 대비한 방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스마트폰이나 반도체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존의 판을 깨는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한국 기업이 주도하도록 정부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62호 (2016.06.15~06.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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