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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데이터베이스 기반 공유경제로 나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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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6. 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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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데이터베이스 기반 공유경제로 나아갈 것"

이코노미조선|윤예나 기자|입력2016.06.06. 11:33

 

 

요즘 중국인은 종이 명함을 교환하는 일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서로의 위챗(WeChat) QR코드를 촬영해 친구로 추가하면 끝이다. 빨간 봉투에 현금을 넣어 건네던 중국의 춘제(春節·중국의 설날) 풍경도 바뀐 지 오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섣달 그믐날 텅쉰(騰迅·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가운데 ‘훙바오(紅包·세뱃돈)’ 발송 건수는 80억8000만건에 달해 작년 같은 날보다 8배 증가했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 인터넷, 모바일 환경은 중국의 풍속도를 바꿔놓았다. 10년 전까지 10% 미만에 불과했던 인터넷 보급률이 이제 50%대를 넘어섰다. 지난 21년 동안 중국의 인터넷 발전사를 지켜봤다는 장웨이닝(張維寧) 중국 장강(長江)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러 형태의 콘텐츠”라며 “이제는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어 콘텐츠 질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학 박사인 장 교수는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터넷 플랫폼 산업과 기업 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다. 5월 18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그를 서울 장충동에 있는 신라호텔에서 인터뷰했다.

 


중국 인터넷 산업은 어떤 변화를 거쳤습니까.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단계는 제품을 온라인 상점에 업로드해 판매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로 많은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게 중요한 ‘유동량 주도’ 모델이었죠.

 

다음으로는 여러 정보가 오가는 웹페이지 게시판 등에 나타난 친구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 형태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스타, 즉 왕훙(網紅)이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로 부상했습니다.

 

왕훙이 만드는 동영상, 사진 등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이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죠. 알리바바 등 인터넷 산업계의 거물들이 이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죠. 앞으로 또 한 번 변화가 일 겁니다. 이제 콘텐츠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는 거죠. 그만큼 콘텐츠의 질을 가려내는 공신력 있는 미디어 역할이 중요해질 겁니다.”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소비자의 변화를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저링허우 세대가 소비의 중심층으로 자랐습니다. 이들은 7080세대와는 전혀 다른 소비 습관을 지닌 세대죠. 기성세대는 저축을 소비보다 중시했고 독특한 개성보다는 유명 브랜드를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저링허우 세대는 소비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브랜드를 수용할 줄 아는 세대입니다. 특히 제품 하나하나에 자신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을 대단히 중시합니다. 그러니 이제 ‘필요한 것’을 사는 데에서 ‘원하는 것’을 사는 방향으로 소비 형태가 바뀐 것이죠. 기존 세대가 목이 마를 때 가성비 좋은 생수를 골랐다면 이 세대는 조금 비싸도 ‘송중기가 광고하는 물’을 마신다는 겁니다. 또 그런 수요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죠.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대신 ‘맞춤형 소량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제조업이 유연해졌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소비가 가능해지는 거죠.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라는 겁니다.”

 

 

지금 중국 인터넷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업계를 주도할까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여러 인터넷 기업의 강점이 인터넷 산업의 발전 방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 기업의 강점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DB)에 있습니다. 그동안 이 채널을 이용해 온 사용자의 행동이 DB로 축적됐기에 이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경제가 DB 기반 경제로 발전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기업들이 분석한 DB를 바탕으로 중국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이끌어 나가면 정체됐던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 러에코(LeEco), 알리바바 등 여러 업체가 교통망에도 관여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건 어떤 목적이라고 보십니까.


“지금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생태계’라는 표현을 모르면 산업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계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해서 이용자와 사업자가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의지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형태를 이상적으로 보는 거죠. 지금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공유경제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에 관한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중국 정부가 가장 희망하는 구도는 인터넷 기업의 선두주자들이 나서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새로운 잠재력으로 바꿔놓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중국 정부도 공유경제라는 형태를 지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 차원의 보조금 등 정책 지원 대신 기업이 중심이 돼 이끌어 나가는 시장 주도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중국은 사실 어느 해외 기업이 와도 성공하기 어려운 독특한 시장입니다. 그래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지화’입니다. 중국 현지인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전문경영인을 파견하는 형태의 진출은 먹히지 않습니다.


그보다 한국 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가져와서 인큐베이팅 방식으로 중국 기업을 키우고, 이 기업을 상장시키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한국 본사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많이 보유해 이익을 가져가면 되는 거죠. 중국에서 성장한 자회사는 한국 본사가 다른 해외시장 진출 때 파트너로 삼으며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중국 생태계에 유연하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손님, 외국인이야’라는 자세로 진출하기보다 ‘파트너’라는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 장웨이닝
텍사스대학교 회계학 박사,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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