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자 급증이 고령화보다 무섭다
조선비즈브리짓 믹사(알리안츠 자산운용 국제연금부문장)입력2016.05.28. 03:08
머지않아 연금 부족 사태가 올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령인구 비율, 특히 퇴직 인구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 시스템에 커다란 부담이다. 문제는 실제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의 충격을 가늠해 볼 통계 자료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자 숫자와 실제로 연금에 의존해 사는 이들의 숫자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고령화 지표 중 하나인 '노년부양비율(생산가능 연령층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계산하는 방법을 보자. 2015년 유엔(UN) 통계를 보면 이탈리아의 노년부양비율은 35%였다. 생산 가능한 연령대(15~64세) 이탈리아인 100명당 35명이 65세 이상 노년층이라는 뜻이다. 2050년까지 이탈리아의 노년부양비율은 60%를 넘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일본, 스페인에서도 앞으로 30년간 노년부양비율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노년부양비율 상승은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노년부양비율 상승 시 건강보험, 장기노인부양, 연금 등에 대한 공공지출이 급증한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이미 OECD 국가들은 공공지출예산의 평균 17%를 공공연금(public pensions)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노년부양비율이라는 지표가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년보다 더 빨리 은퇴하는 사람의 숫자와 15~64세 생산 가능 인구 중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숫자는 이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층의 비율을 정확하게 산출하려면, 인구를 단순히 '근로자' '비근로자'로 나누지 말고 학생, 실업자, 육아를 하는 부모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해야 한다.
게다가 일부 국가는 경제 불황기를 겪을 때 비교적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에게 조기 퇴직을 장려했다. 젊은 근로자들과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에선 평균 은퇴 연령이 1970년 65세에서 1997년 59.9세로 낮아졌고 지금까지도 60세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연금 수혜자의 25%는 65세 미만이었다.
현실과 노년부양비율의 간극을 보완하려면 '퇴직의존비율(retirement dependency ratio)'이라는 지표를 봐야 한다. 연령과 무관하게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실질 근로자들 대비 연금 혜택을 받고 있는 은퇴자들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 호주, 폴란드 모두 노년부양비율은 20% 이하이지만 퇴직의존비율을 적용하면 호주 30%, 미국 39%, 폴란드 63%로 크게 달라진다. 이는 미국과 폴란드의 비생산 은퇴 인구가 경제에 가하는 압박이 실제로는 각각 2배, 3배 더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퇴직의존비율을 적용하면 루마니아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루마니아는 일본에 비해서 훨씬 젊은 인구 비율이 높다. 그런데도 두 국가의 퇴직의존비율이 비슷한 이유는 일본에선 65세 이상 노인들이 계속 일을 하는 반면, 루마니아에선 65세가 되기 한참 전부터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퇴직의존비율을 적용했을 때 문제가 항상 더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경제정책과 노동시장 역학관계에 따라 은퇴자들이 자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는 수준은 큰 폭으로 달라진다. 청년층, 여성, 고령층에 대한 고용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고령층이 공공 소득에 덜 의존하게 하면 정부는 퇴직의존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근로자 100명당 은퇴자가 70명이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국민 중 41%는 '고령화'가 주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퇴직의존비율이 큰 국가들의 시민들은 앞으로 경제가 직면하게 될 진짜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대변자들을 선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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