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들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북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동네 책방들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예술 전시회와 작가와의 만남, 독서 모임 등을
기획하며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골목길 사이 동네 모퉁이에 자리잡은 동네 책방에서는 주인과 손님들이 추천하는 책과 독립 출판서적들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책방에서 책과 만나는 오후는 여유 있고 따뜻한 봄기운에 취하는 사색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땡스북스는 2011년 문을 연 동네 책방이자 카페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종종 찾는 곳이다. 디자이너인 책방 대표 이기섭씨는
베스트셀러보다는 편집이 창의적인 책 위주의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책마다 개성이 묻어나고, 장르별로도 잘 정돈돼 있다.
충북 괴산에서 가정식
서점인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김병록 부부는 땡스북스를 가리켜 “텍스트에 익숙지 않은 젊은이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크리에이티브한 책들은 적당히 고독하고, 고단하며, 슬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퇴근길
나 홀로 즐기는 책과 맥주·와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에서 맥주나 와인을 파는 서점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 북바이북과 책바다. 북바이북과 책바는
일반 서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퇴근길에 맥주 한잔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북바이북은 작가와의 번개, 독서 콘서트 등을 열어 책과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혜화동에 위치한 얄라북스도 주목받는 독립 책방이다
. ‘얄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라는 뜻인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노래하다’라는 의미다. 사진을 공부한 양은하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책방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술 작가들의 작업 공간인 스튜디오와 같이 운영돼 각종 전시회와 세미나가 매달 1차례씩 열린다. 예술서적과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제작한다.
이대 인근 주택가에 자리잡은 일단멈춤은 여행 전문 책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인 ‘먼 북소리’나 사진집,
에세이, 여행하며 읽기 좋은 인문서와 소설, 그리고 독립 출판물들이 놓여 있다. 작은 공간에 갤러리가 있어 전시 작품도 볼 수 있고 여행
작가들의 강연과 토론회 등도 연다. 책방 한편에 놓인 큰 여행 가방이 눈에 띈다.지난해 10월 이태원 해방촌에 문을 연 문학 전문
책방 고요서사는 소설과 시, 에세이, 인문사회 예술 위주로 재미있고 쉬운 책을 큐레이션한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차경희 대표는 유럽 여행을
하다 동네마다 작은 책방이 있는 것을 보고 책방을 열게 됐다.
●문학
전문·독서 모임 추천 인문서 모은 곳도
책과 독자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강남의
대표적 책방은 북티크다. 10여개가 넘는 독서 모임에서 추천한 책들과 인문서, 스테디셀러 등으로 큐레이션돼 있다. 매주 금요일은 24시간 문을
열어 밤새 책을 읽을 수 있다. 서점지기인 박종원 대표는 “책을 즐길 수 있는 독자들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독서 모임을 기획하고 작가
강연도 연다”고 말했다.출판사 북극곰과 함께 운영되는 그림책 전문 서점 프레드릭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방이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그림책 평론가인 정용후 대표와 동화작가 이루리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레드릭은 큐레이션되는 그림책들을 예술의
장르로 끌어올린 책방이다. 정 대표가 펴낸 북극곰 코다 시리즈는 이스라엘과 터키 등 6개국에 출품됐다. 정 대표는 “매일 그림책을 읽고 놀다
가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어느 날 문득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결심하고 책방을 열었다”고 밝혔다. 프레드릭에서는 그림책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전국
동네 책방 정보 망라한 책 출간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동네 책방 정보를 담은 책도 나와 있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펴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와 북노마드의 ‘우리, 독립 책방’은 각 지역에서 문화 명소로 주목받는 책방들을 다채로운 사진과 글을 통해
안내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