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이경호입력2015.10.28. 09:00수정2015.10.28. 09:00
-中 섬유의류 간판기업들 줄줄이 몰락
-제조업둔화 인건비상승 직격탄으로 연쇄도산
-부동산불황에 가구,도자기업체들도 불황
-韓기업들도 "파산 등 문의 늘어" 위기상황 직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국 토종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 사이에서 도산공포가 확산되고 있다.중국의 일부 대규모 제조공장이 도산하고, 외자기업 해외 공장이전이 가속화되는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영난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기업 도산은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및 단기 실업으로 이어져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경영 현황 또한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책마련도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28일 KOTRA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수출의 주축이던 의류, 방직업, 완구업 등 노동집약형 산업은 일부 대기업들마저도 부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데님공장이자 전성기 때 1만 여 명 노동자를 고용했던 산둥성 란옌 그룹은 지난 5월 25억 위안(한화 443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도산했다.
8월에는 중국 50대 화학섬유기업이자 중국 제조업 500대 기업인 저장성 훙젠 그룹(자산규모 약 30억 위안)도 무너졌고 9월에는 12개의 계열사와 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원저우 섬유재벌 좡지그룹이 부도를 선언했다. 중국 동부의 섬유재벌 바오리쟈 그룹의 총수는 채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도주해 5000여 명의 고용자가 실업 상태에 직면했다.
저장성, 푸젠성 등 지역의 다수 중소 신발 제조업체들은 고임금과 임대료 비용, 기타 경영비용 등으로 부도선언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임가공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장삼각주, 창장삼각주 등 지역에 기업 도산 사례가 집중돼 있다. 특히 광둥성 둥관, 장수성 수저우, 저장성 원저우 지역이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유명 전자제조업 기업 도산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14년 12월 수저우에 위치한 시계부품 공장 수저우 롄젠과기공사가 도산을 선언했고 둥관에 위치한 계열사 두 곳 완스다와 렌성이 문을 닫았다. 수저우의 노키아 주요 휴대폰 부품 공급업체 홍후이도 비슷한 시기에 도산했다. 올 상반기에 레노보, HP, HTC 등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최근 부동산 불황,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 건설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가구와 세라믹 위생도기 수요 또한 급감, 관련 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창업 23년 된 광저우의 비아오주어가구, 동관의 '가구업계 항공모함'이라고 불렸던 융신 가구도 도산했다.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관련 제조업체들의 발전도 불투명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2015년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이익감소에에 직면, 일부 자동차부품 제조 관련 업체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가스 조작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중국법인도 올해 1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해 감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 신발, 라이터 등의 세계 생산 70%를 차지했던 제조업 상품 생산기지로 유명한 원저우에서는 2009년 이후 해마다 수십 개의 중소 가공업체가 도산하고 있다.
연쇄도산이 잇다른 것은 제조업 전반의 경기 둔화가 주된 원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실질임금 상승, 기술경쟁력 격화, 주요 제조업 분야 공급 과잉 등으로 제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경기둔화에 생산과잉까지 겹치고 '재고난'과 '융자난'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제조업 평균임금이 2008년~2014년 사이 연평균 13.7% 상승하면서 비용부담도 커졌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중국은 3차산업 발전을 통한 경제구조 개선과 고용 확대를 추진, 일부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제조업 산업분야 및 관련 기업은 경영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
중국 제조업 경기둔화가 일부 노동집약산업의 파산과 노동자 해고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는 다시 은행 부실채무 확대, 임금체불, 실업자 양산, 관련 기업 연쇄도산 등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도산한 일부 기업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고, 유사 산업군 내에서의 도산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일부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관련 기업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은행 부실채무가 확대될 경우, 은행의 재무 건전성 악화 및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는 제조업 경기악화 → 기업도산 → 실업증가 → 내수침체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부 노동집약적 산업의 도산과 경영난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3차산업) 육성은 2차산업에 비해 높은 고용 창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고용문제가 격화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조정이 중국의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KOTRA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과거의 '야반도주' 과오를 되풀이 말아야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7~2008년 산둥성을 중심으로 한국 진출기업들의 정산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른 바 '야반도주'가 이어졌는데, 이는 당시 양국의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됐었다.
중국의 정식 청산 절차가 매우 복잡한 것은 사실이나, 중국 정부의 관련 규정 및 한국 정부 지원정책 등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현지 정부와 회사 고용직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산 및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인건비 상승을 비롯한 각종 경영 코스트 상승으로, 관련 비용 상승 추세 및 업종별 경기현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최근 한국계 회계사무소에 오는 문의의 대다수가 기업 청산, 합병, 지분 정리 등에 대한 내용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경영 현황 또한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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