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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거꾸로 가는 실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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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4. 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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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거꾸로 가는 실물경제

성장률,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정부는 오히려 주식 투자 부추겨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4.27 11:16

 

 

 

중국 증시와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27.85%(4월 14일 기준) 오르며 7년 만에 다시 '4000 시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된데 이어 4월 15일 발표된 올 1분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7%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2009년 1분기(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라는 속설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이번 증시 호황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엔 이 같은 실물경제 악화라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에서 유난히 괴리 폭이 커지는 것은 '정책시(政策市:중국 국가정책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정책 시장)'라고 불릴 만큼 중국 증시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주식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의 미래에 투표하고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은 개혁 장세와 레버리지 장세가 함께 작용한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결과(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라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과열 경고를 날리기보다 증시 상승이 부(富)의 효과로 이어져 중국 실물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성장 패러다임 전환에 자본시장 역할 기대

 



중국에서 증시와 실물경제와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13년 전인 2002년 16차 공산당 대회에서 채택된 보고 문건에 "가상경제(자본시장을 의미)와 실물경제와의 관계를 정확히 처리해야 한다"는 대목이 처음 등장했다. 이를 두고 당시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이었던 저우샤오촨은 자본시장에 대해 더 이상 부정적인 태도를 갖지 말고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관계 강화 노력은 이후에도 가속화됐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장이 자원 배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후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자본시장을 이용해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자본이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게 실물경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많은 실물경제 기업들이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실질적으로 실물경제 발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인 것은 경제성장 방식 전환에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정부 시절부터 '저임 노동력에 기반한 제조 대국'에서 '기술 혁신으로 무장한 제조 강국'으로의 변신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다. 최근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 열기와 스타트업 창업 열풍을 연계하는 데 중국 당국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신규 기업공개(IPO) 규제를 크게 완화한 IPO 등록제를 추진 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증시 상승 속도가 과도하면 무늬만 혁신 기업의 창업과 상장이 줄을 잇고, 이는 거품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중국 상장사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 역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던 2100을 벗어나면서 대세 상승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실물경제의 발전이 선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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