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계올림픽 개최에 사활 건 베이징..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이 올림픽?
매경이코노미|입력2015.04.06 07:21
베이징시가 최근 석탄화력발전소를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닫아버린 베이징시는 3월 27일에도 다시 석탄화력발전소 한 군데를 추가로 폐쇄했다.이로써 베이징 주변에는 4개 석탄화력 발전소 가운데 단 한 곳만 남게 됐다. 앞서 지난해 7월 가오징 화력발전소가 처음 폐쇄됐고, 마지막 남은 한넝그룹 소유 화력발전소는 내년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베이징시가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이유는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은 자국 내 발전단가가 싼 석탄화력발전소에 전력을 의존해왔다. 석탄화력 비중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석탄화력은 원자력발전과 비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배에 달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2022 동계올림픽 후보 도시인 베이징 허베이성을 방문한 모습. <AP>
석탄화력을 없애는 대신 베이징시는 친환경으로 평가받는 지열발전소와 가스화력발전소를 확대하고 있다. 올여름 첫 번째 가스-지열 복합발전소를 가동한다. 내년까지 베이징 주변에 이런 가스-지열 복합발전소가 4군데 가동을 시작한다.그런데 베이징시의 이런 친환경 행보가 정교하게 짜인 각본처럼 보인다.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바로 3월 말에 베이징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단 20여명은 지난 3월 23일 베이징에 도착해 다음 날부터 베이징과 장자커우 두 곳에서 5일간 실사를 진행했다. 베이징시와 허베이성 장자커우는 2022년 동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유치에 성공하면 베이징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번째 도시가 될 전망이다.올림픽위원회 실사단 방문 맞춰 석탄화력발전소도 일제히 문닫아실사단은 베이징시의 동계올림픽 인프라와 재정계획, 동계스포츠 저변 등을 주로 평가했지만 환경도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잿빛 '스모그눈'이 쌓인 경기장에서 스키나 썰매 경기를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다분히 IOC 실시단을 의식한 이벤트로 비쳐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두고 베이징과 경쟁하는 도시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다. 기후와 환경 면에선 알마티가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베이징은 스모그가 자주 엄습할 뿐 아니라 겨울철 강설량도 적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빙상 종목을, 베이징에서 100여㎞ 떨어진 장자커우에서 설상 종목을 치르는 분산개최안을 들고 나왔다. 베이징시는 또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19억2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이미 2008년 하계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한 베이징이 다시 동계올림픽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보다 정치적 이유로 해석된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비교해 참가선수단과 관광객, 시청료 수입 등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동계올림픽 한 해 전인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중국 지도부의 모든 타임스케줄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이때까지 13억 국민들이 기본적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샤오캉사회(小康社會·모든 국민이 의식주의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만약 수도 베이징에서 이듬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새 100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더없이 좋은 선전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통해 개혁개방 이후 강대국으로 변모한 중국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면 동계올림픽은 중국 내부에서 표출될 수 있는 정치경제적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오는 7월에 최종 결정된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wonn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1호(2015.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