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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무역에서 금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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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3.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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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석가 김영익 경제분석가 김영익

 

 

한중 관계, 무역에서 금융으로

2015.03.06

 

 

최근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내린 데 이어 금리를 인하했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2015년 경제정책 방향도 설정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3월 말부터 중국 무역대금 가운데 일부를 위안화로 직접 결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한중 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중국의 금리인하 배경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현황을 진단해보고 변화를 전망해본다. 앞으로 한중 경제관계는 ‘무역’에서 ‘금융’중심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고성장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세계 경제는 선진국(-3.5%)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0.4%)을 했으나, 중국 경제는 9.2%라는 매우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이처럼 높은 경제성장을 한 것은 기업이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기 때문이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42%에서 2009년에는 47%까지 늘었다. (그 이후에도 고정투자 비중이 48%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세계 주요국의 평균은 22% 정도이다.) 2009년 고정투자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87.6%였고, 경제성장 기여도도 8.1% 포인트였다. 중국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유도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15년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회 전망

 


그러나 과잉투자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 생산시설은 확장해놓았는데, 국내외 수요 부족으로 제품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수요 위축으로 2014년 경제성장률은 7.4%로 1990년(3.8%)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목표로 내세운 7.5%를 약간 밑돈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7.0%로 제시했지만, 문제는 경제성장률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과 2016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6.8%와 6.3%로 낮춰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7000달러를 넘어선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소비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는 기업 투자와는 달리 서서히 늘어난다.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라고 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소비를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려 공급 능력은 충분히 확대해놓았는데, 국내 수요가 이를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의 환율전쟁으로 해외 수요도 위축

 


여기다가 선진국의 환율전쟁으로 해외 수요도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정책금리를 영(0) 퍼센트까지 내렸고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3조 달러가 넘은 돈을 찍어내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했다. 2012년부터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돈을 풀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에 76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120엔까지 상승했다. 올해 3월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총 1조 1400억 유로)를 국채 매수 등에 사용하면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유로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이 환율을 통해 중국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중국의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서 3.3% 줄었다.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압력 점차 높아져

 


국내외 수요 부족으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했다. 2011년에 6%대까지 올랐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월에는 0.8%로 크게 떨어졌다. 7% 안팎의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에서 1% 이하의 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 이런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중국인민은행이 지준율과 금리를 내렸고,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더 팽창적으로 운용할 전망이다.

 

 

   

 

금리인하와 금리자유화 동시 추구

 


그렇다면 이러한 통화정책 완화가 중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나아가서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금리 인하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경제 주체는 기업이다. 왜냐하면 기업을 돈을 빌려 투자하고 금리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업이 투자를 늘려 중국 경제는 9% 이상의 경제성장을 했다. 그러나 과잉투자로 기업이 부실해지고 나아가서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도 같이 부실해지고 있다. 여기다가 물가상승률마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실질 금융 비용은 더 늘고 있다. 금리 인하는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물론 금리 인하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필자는 부실이 누적되어 2017년 전후에 중국이 경제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둘째, 금리 인하는 가계 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높은 반면, 중국의 경우는 36%(이상 2013년 기준)로 매우 낮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소비를 증대시켜 중국 경제 내에 존재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것이다. 또한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값싼 임금을 바탕으로 ‘생산자’ 역할을 했으나, 멀리 보면 ‘소비자’역할을 할 전망이다.

 

셋째, 중국의 금융시장 자유화 추구이다. 중국은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예금금리의 상한비율을 기존의 1.2배에서 1.3배로 확대하면서 금리를 자유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무역(혹은 제조) 강국’을 추구했다. 2013년부터 중국의 무역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면서 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제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강국’을 내세우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는 금리 자유화를 단행하고 대외적으로는 자본시장을 개방할 것이다.

 

넷째, 중국은 금리 인하로 미, 일, 유럽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환율 전쟁에 가담할 의지를 보여주었다. 위안화 가치는 2005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예를 들면 2005년 6월에 미 달러당 8.28위안이었으나, 2013년에는 6.05위안으로 이 기간 동안 위안화 가치가 27%나 상승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 지준율과 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3월 3일 현재 위안/달러 환율이 6.28위안으로 전년 말(6.21위안)에 비해 1% 상승했다. 작은 변화지만 장기적으로 진행된 위안화 가치 상승 추세가 멈춘 것이다.

 


 


한국 경제 대외(특히 중국) 의존도 높아


금까지 살펴 본 중국의 금리 인하와 중국 경제의 변화가 한국 경제에는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그것도 중국 한 나라에 대한 의존도 너무 높다.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35%였으나 2014년에는 54%(명목가격 기준)로 높아졌다. 이 기간 중에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0.7%에서 25.4%로 2배 이상 늘었다. 대중 수출이 10% 증가하면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1.4% 정도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2000~13년까지 한국 전체 수출이 연평균 11.0% 증가했으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배 정도인 19.5%였다. 중국 경제가 높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에는 중국 경제가 7.4% 성장하면서 2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도 0.4% 감소했다. IMF가 전망한 것처럼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부터는 7%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 전쟁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원화가치가 위안화에 비해서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중국의 환율 전쟁 가담은 중국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더불어 한국의 대중 수출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소비재 수출이 늘겠지만, 중국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간재 수출 증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중국 미 국채 축소, 한국 국채 매수는 늘려


중국은 금융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 자유화와 더불어 자본시장을 개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선 중국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로 돈을 벌어 그 자금을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데 상당 부문 사용했다. 2005년에 중국이 미 국채를 2476억 달러 가지고 있었으나, 2010년에는 1조 1601억 달러로 4.7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미 국채보유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1.8%에서 26.1%로 높아졌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 일본을 앞질러 미국 최대 국채보유국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2011년부터 미국 국채 매수 규모를 점차 줄이기 시작하더니, 2014년에 257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중국의 비중도 지난 해에는 20.2%로 낮아졌다.

 

 

대신 그 돈의 일부가 한국 증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2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상장 채권은 15조 6990억 원으로 미국(18조 74700억 원) 다음으로 높다. 최근 미국 자금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에 중국 자금은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앞으로 2년 이내에 중국 자금이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막대한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때, 한국 금리는 더 하락하고 보험회사는 역마진 심화로 생존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 무역 흑자로 받은 위안화로 중국 금융자산에 투자


한국은 2000~14년 대중 무역에서 4249억 달러(연평균 264억 달러) 흑자를 냈다. 앞으로도 몇 년간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40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중국은 그 동안 이 돈을 달러로 결제해주었으나,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한국의 수출업자에게 달러 대신 위안화를 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리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3월 말부터 중국 무역대금 가운데 일부를 위안화로 직접 결제하기로 했다 한다. 결제금액은 월 10억~30억 달러(1조~3조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여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점차 활성화되고 그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중국 수출에서 받은 위안화로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 나아가서는 기업까지도 헐값에 살 수 있는 시대가 2~3년 이내에 도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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