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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모방으로 성공한 중국 I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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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2. 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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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모방으로 성공한 중국 IT 기업

제품 발표회까지 애플 따라 하는 레이쥔 샤오미 CEO…‘잡스의 동생’ 자처

한경비즈니스|입력2014.12.08 17:14

 

 

 

2011년 3월 2일 병가를 떠났던 스티브 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 2의 발표 행사장에 깜짝 등장했다. 지병이었던 췌장암이 더욱 악화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스티브 잡스의 참석 여부는 아이패드 신제품 못지않게 당시 행사의 최대 관심사였다.

 

스티브 잡스는 태블릿 PC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아이패드를 발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만만하게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패드 2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패드 2를 기반으로 애플이 여전히 태블릿 PC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스티브 잡스는 여느 신제품 발표회처럼 제품의 완벽함에 대한 극찬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급부상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 PC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병색이 완연하고 지친 가운데에서도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정도로 경쟁 기업들의 제품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앱)이 6만5000개가 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앱은 단지 100여 개에 불과하다"고 말한 뒤 삼성전자·모토로라·휴렛팩커드(HP) 등을 단지 아이패드를 베끼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카피캣(copycat) 기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스티브 잡스가 여러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모방자라는 뜻의 카피캣이라고 공격하자 이들은 애플이야말로 그동안 숱한 첨단 기술을 베낀 모방의 원조라고 맞받아쳤다.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첨단 IT 제품을 두고 혁신과 모방의 기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간 생소했던 카피캣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 유행어로 떠올랐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비판 이후 실제로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전방위적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품에 대한 모방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이룩한 혁신이 뒤이은 경쟁 기업들의 추격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우려는 빠르게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때마침 등장하게 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여러 IT 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애플의 아성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한 지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은 수백 가지가 넘는 스마트폰을 하루가 멀다고 빠르게 쏟아내고 있다.

 



카피캣과 함께 중국어인 '산자이' 역시 모방을 의미하는 새로운 유행어로 떠올랐다. 본래 산자이라는 말은 중국 고전인 '수호지'에 등장하는 '산적 소굴'이라는 뜻으로, 기성 주류 세력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민중 정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산적들이 산채를 세우고 정권을 잡고 있었던 귀족들에게 저항했듯이 유명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중국 중소업체들의 제품들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자국 진출에 저항하는 중국의 의지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자이라는 단어는 중국 광둥 지역에서 생산된 짝퉁 휴대전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중국의 각종 기상천외한 모방 제품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는 중국 산자이 기업들의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명 기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이를 그대로 따라 한 제품들이 버젓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신제품을 전시회에 출품하기를 주저하고 있고 제품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산자이로 인한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애플을 그대로 복제하려고 시도한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Xiaomi)의 빠른 성장은 전 세계 IT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모서리나 타원형 스피커 등 애플 특유의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했고 제품의 이름 부여 방식도 애플의 아이폰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애플 제품과 달리 샤오미는 높은 성능을 갖추면서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고가 스마트폰에 부담을 느낀 중국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또한 샤오미는 제품 발표회마저도 애플과 거의 똑같이 따라 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했고 스스로를 애플의 동생이라고 칭할 정도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모방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렇듯이 애플을 베끼는 데 급급한 짝퉁 기업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샤오미였지만 첫선을 보인 지 3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이제는 삼성전자마저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도요타 모방하다 실패한 GM

 



사실 모방 전략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새로운 아이디어 기반의 벤처 창업이 풍부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아이디어의 모방 및 차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많은 기업들은 선도 기업들에 대한 집요한 모방을 기반으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 전략이 보기와 달리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다. 무섭게 성장하던 도요타의 독창적인 생산 시스템을 배우려다 실패한 제너럴모터스(GM)의 사례와 같이 단지 상대의 강점만을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그대로 복제하려는 시도는 대부분이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후발 주자로 성공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선도 기업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의 특징과 그것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욱 월등한 가치를 지닌 제품을 출시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애플은 뉴턴을 통해 개인용 휴대 단말기(PDA)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시장의 승자는 후발 주자인 US로보틱스가 출시한 팜파일럿이었다. US로보틱스는 뉴턴이 조작하기가 어렵고 비싼 가격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빠르게 간파했다.

 

따라서 US로보틱스는 뉴턴의 주요 특징을 차용하면서도 그래픽과 입력 방식 등을 한층 개선한 팜파일럿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마침내 PDA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의 IT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 역시 그저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대한 단순한 모방 전략의 승리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 기업들은 선도 기업들의 모방과 동시에 한층 다양해지는 대중의 기호를 재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전략을 실행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실제로 샤오미는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과 달리 한정 수량 판매 등 대중의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했고 안드로이드를 자체적으로 개조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지속적인 성능 개선에 주력해 최신 기능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 IT 기업들의 추격이 더욱 가속도를 내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과거 한국 역시 일본의 기술·제품을 모방하고 개선해 세계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듯이 오늘날 중국 기업들의 발 빠른 모방 전략 역시 스마트폰을 넘어 더욱 많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위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빠르게 전개되는 IT 산업의 시장 트렌드 변화에 집중하면서 후발 기업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혁신적 기술 개발 및 과감한 전략 실행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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