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목동아파트 2·3단지 전경. 이날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돼 지난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2만6천629가구가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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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화끈한 부양책을 실시하는 것은 집권 세력으로서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건설업의 비중이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규제나 개입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완화하는 화끈한 부양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는 점이다. 성공할 경우 곧이어 투기 열풍을 불러오고, 실패할 경우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을 둔화시켜 오히려 침체를 장기화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화끈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실시했던 것은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 넷이다. 앞 세 정부의 부양책은 부양에는 성공했으나 나중에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불러왔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은 부양도 시키지 못한 채 침체를 장기화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어 화끈한 부양책을 완성하는 것으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잡았다. 지난 7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결행하지 못했던 LTV·DTI 규제 완화를 발표하는가 하면, 9월 1일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방안을 내놓았다. 이로써 거래규제, 개발규제, 금융규제, 가격규제 모두가 대폭 완화된 셈이다.
LTV·DTI 규제 완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기 시장조절 정책 중 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완성되었다고 해도 좋다. 그런데 이번에 9·1대책을 또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7·24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7·24대책의 미약한 약발에 초조했던 모양
9·1대책에는 7·24대책의 약발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느낀 현 정부의 초조감이 반영되어 있다. 30년 이상 한국 주택 건설의 근거법 역할을 했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공공의 대규모 택지개발 권한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주택 공급 감소의 신호를 시장에 주려고 하는 것이나, 재건축의 연한 규제와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의 임대주택·소형주택 의무 건설 비율도 대폭 완화하여 재건축 대상 주택 밀집 지역에 투기 수요가 집중되도록 유도하는 데서 그 초조감은 분명히 드러난다(2000년대 전반 투기 열풍의 진원지가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였음을 기억 못하는 경제 관료는 없을 것이다).
대책 발표 이틀 만에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호가가 수천만 원 오르고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부동산 매매시장 회복세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의도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복세가 계속 갈지, 얼마 안 가서 꺾일지, 투기 열풍으로 이어질지는 세계 경제와 한국 거시경제의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부양책의 진정한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재건축 규제 완화 외에,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주택청약제도를 개편하여 다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한 것도 무주택자 우선 공급이라는 오랜 제도적 관행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지만, 다주택자와 부동산 부자들에게 유리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의 일관된 경향인 만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탐욕의 정치'를 되살려라
9·1대책에서는 강력한 부동산 시장 부양 의지와 다주택자 우선주의 말고도 한 가지 의도가 더 숨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탐욕의 정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고 집값을 화끈하게 띄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며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고,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내걸어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탐욕의 정치'는 2012년 대선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내용은 황당했지만 무작정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구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박근혜 후보에게 수도권의 50대 이상이 표로 화답하며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간에는 '부동산 정책이 대선의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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