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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9·1 부동산 대책, 누가 웃을까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9.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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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조절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시장처럼 가격 변동이 심한 경우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함으로써 그 진폭을 줄이는 것이 옳다. 문제는 규제라고 해서 다 같은 규제가 아니고, 정부 개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개입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규제(또는 개입)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유지해야 하고, 어떤 규제는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조절해야 한다. 조절하는 경우에도 많이 조절해도 되는 규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규제도 있다. 예컨대 보유세 강화 정책 같은 것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반면, 투기지역 지정과 같은 국지적 투기대책이나, 거래규제, 금융규제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강화하거나 완화해도 괜찮다.

 



'화끈한' 부양책은 후유증 수반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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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목동아파트 2·3단지 전경. 이날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돼 지난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2만6천629가구가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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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화끈한 부양책을 실시하는 것은 집권 세력으로서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건설업의 비중이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규제나 개입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완화하는 화끈한 부양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는 점이다. 성공할 경우 곧이어 투기 열풍을 불러오고, 실패할 경우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을 둔화시켜 오히려 침체를 장기화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화끈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실시했던 것은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 넷이다. 앞 세 정부의 부양책은 부양에는 성공했으나 나중에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불러왔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은 부양도 시키지 못한 채 침체를 장기화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어 화끈한 부양책을 완성하는 것으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잡았다. 지난 7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결행하지 못했던 LTV·DTI 규제 완화를 발표하는가 하면, 9월 1일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방안을 내놓았다. 이로써 거래규제, 개발규제, 금융규제, 가격규제 모두가 대폭 완화된 셈이다.


 

LTV·DTI 규제 완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기 시장조절 정책 중 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완성되었다고 해도 좋다. 그런데 이번에 9·1대책을 또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7·24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7·24대책의 미약한 약발에 초조했던 모양


 

9·1대책에는 7·24대책의 약발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느낀 현 정부의 초조감이 반영되어 있다. 30년 이상 한국 주택 건설의 근거법 역할을 했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공공의 대규모 택지개발 권한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주택 공급 감소의 신호를 시장에 주려고 하는 것이나, 재건축의 연한 규제와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의 임대주택·소형주택 의무 건설 비율도 대폭 완화하여 재건축 대상 주택 밀집 지역에 투기 수요가 집중되도록 유도하는 데서 그 초조감은 분명히 드러난다(2000년대 전반 투기 열풍의 진원지가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였음을 기억 못하는 경제 관료는 없을 것이다).


 

대책 발표 이틀 만에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호가가 수천만 원 오르고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부동산 매매시장 회복세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의도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복세가 계속 갈지, 얼마 안 가서 꺾일지, 투기 열풍으로 이어질지는 세계 경제와 한국 거시경제의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부양책의 진정한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재건축 규제 완화 외에,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주택청약제도를 개편하여 다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한 것도 무주택자 우선 공급이라는 오랜 제도적 관행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지만, 다주택자와 부동산 부자들에게 유리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의 일관된 경향인 만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탐욕의 정치'를 되살려라


 

9·1대책에서는 강력한 부동산 시장 부양 의지와 다주택자 우선주의 말고도 한 가지 의도가 더 숨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탐욕의 정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고 집값을 화끈하게 띄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며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고,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내걸어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탐욕의 정치'는 2012년 대선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내용은 황당했지만 무작정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구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박근혜 후보에게 수도권의 50대 이상이 표로 화답하며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간에는 '부동산 정책이 대선의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퍼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가의 보도(寶刀)'라 할 만한 이 '탐욕의 정치'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의 탐욕을 자극하는 개발주의 정책과는 달리 마을, 공동체, 점진적 도시재생을 중시하며 서민을 배려하는 부동산 정책을 펼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꺾은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 4구에서조차 더 많이 득표한 것이다.

 



이 일은 그 후에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함으로써 묻혀버렸지만, 틀림없이 현 집권세력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내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9·1대책 중 재건축 규제 완화 부분은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한 성격이 짙다. 서울시가 40년으로 정해 놓은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줄이고, 다수의 뉴타운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후퇴시키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킨 걸 보면 말이다.

 



이미 "9.1대책, … 국토부-서울시 충돌 우려"로 제목을 단 기사가 보도될 정도로 이 문제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이슈가 되면 '탐욕의 정치'를 구사하기 쉬워지니 현 집권세력은 콧노래를 부를 만하다. 주민들의 집값을 올려주는 정치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살리기만 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 점에서 9·1대책은 서울과 수도권, 아니 강남 4구를 대상으로 한 '정치적인, 너무도 정치적인'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간 박근혜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수도권 신도시 대부분이 이 법에 근거하여 건설되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공공에 의한 대규모 도시개발이 종언을 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자발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아마도 더 이상 그런 개발을 추진할 역량이 없음(이는 LH공사가 지고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을 철저히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룰 필요가 있겠다.

 


아무튼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 같다. 인구 구성 등을 감안하여 대세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의 예상과 화끈한 부양책의 위력을 중시해서 투기 열풍의 재현을 점치는 사람들의 생각 중 어느 쪽이 맞을지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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