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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불운과 리의 행운, 이것이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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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4.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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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불운과 리의 행운, 이것이 야구다

출처 OSEN | 입력 2014.04.04 06:27

 

 

[OSEN=미 텍사스주 알링턴, 이대호 기자] 승리는 투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투수 3관왕이라고 하면 보통 다승과 평균자책점, 그리고 탈삼진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다승이 보통 가장 앞에 이름을 올린다.


그렇지만 승리가 투수 능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론 좋은 투구내용을 기록해야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건 맞지만, 상당부분 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9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도 팀 타선이 점수를 못 내면 승리를 거둘 수 없고, 아무리 많은 점수를 내준다 해도 선발투수라면 5이닝만 채우고 팀 타선이 폭발하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선발투수들은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이나 이닝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투수들에게 시즌 목표를 물어보면 '10승투수'라는 대답보다는 '3점대 평균자책점' 혹은 '180이닝 소화' 등의 답변이 더욱 현실적이다. 평균자책점과 이닝은 본인 능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승리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류현진(다저스)이 한화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66 210 탈삼진을 기록하고도 9승에 그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작년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류현진이지만 운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시즌 중반까지 다저스 불펜은 방화를 하기 일쑤였고 류현진은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리는 일이 허다했다. 지금은 팀을 떠난 로날드 벨리사리오와 브랜든 리그는 류현진에게 사과할 일이 적지 않았다.


올해 역시 류현진은 불운으로 출발했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경기를 했고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믿었던 브라이언 윌슨이 8회 불을 지르면서 승리를 날렸다. 만약 류현진이 그날 승리를 거머쥐었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3월에 2승을 거둔 투수가 될 뻔했지만 이미 지난 일.


반면 류현진과 반대로 시즌 초부터 운이 좋은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뛸 당시 '리가 내 우상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 6월 류현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리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면서 꿈을 이뤘다. 그만큼 리는 모든 좌완투수들이 모범으로 삼고 싶을 정도의 대투수다.


그런데 리는 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5이닝 8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리가 한 경기에서 8점이상 허용한 것은 2010년 이후 무려 4년 만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는 승리투수가 됐는데, 타선이 폭발해 14-10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비록 리는 평균자책점 14.40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1승은 챙겼다.


재미있는 것은 리가 한때는 불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는 점이다. 10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거나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 10승을 채우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약팀에서 오래 뛰다보면 승수가 적을 수는 있지만 선발투수가 같은 투구성적을 기록했다고 가정했을 때 운이 좋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바로 이것이 야구다. 행운과 불운이 번갈아 찾아오며 삶의 씨줄과 날줄이 되는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 그래서 야구를 인생이라고 비유하는 이가 적지 않다. 비록 류현진이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승리를 따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은 영리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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