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란 사적이나 공적인 방어벽(backstop)의 작동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은행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활동을 말한다. 과연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 규모는 얼마나 되고 앞으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중국의 그림자 금융 31조 위안, GDP의 54%
박석중(**)은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을 ‘은행의 여신(대출) 계정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신용중개기능이 가능한 방식의 대출을 통칭’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2013년 말 기준으로 그 규모가 30.5조 위안(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의 자산관리상품(WMP)과 신탁사의 신탁상품이 30.1조 위안으로 그림자 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박석중의 보고서를 따라 그림자 금융 문제를 살펴본다.
WMP는 리차이(理財) 상품으로 한국의 실적 배당형 상품과 유사하며, 저금리• 인플레이션• 주식시장의 약세로 중국 개인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이다. 이는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에 58%, 신탁과 결합한 비표준화 자산(비상장사 지분투자, 대출, 신탁연계상품)에 35% 정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신탁사는 신탁예금과 신탁상품의 발행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해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기업과 부동산 및 지방 정부와 연계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한 대출과 지분투자 형식의 투자를 영위하는 기관이다. 한국의 자산운용사와 저축은행의 결합 형태로 보면 된다. 대주주, 지방정부 및 관련 기관의 연대 보증으로 연 10%대의 고수익을 보장한다. 신탁사들이‘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를 내세우면서 판매하고 있으나, 고수익 리스크 자산에 76% 이상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 위험은 매우 높다.
금리규제로 그림자 금융 확대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이 발생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고성장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자금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2013년 현재 은행의 예금금리는 3% 정도이다. 그림자 금융에 돈을 맡기면 작게는 6%에서 많게는 20%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어떤 개인이 돈을 은행에 맡기고 싶겠는가? 개인 자금이 그림자 금융을 선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출 금리가 낮을수록 기업의 투자 기회는 더 많아진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10%라면 10% 이상 수익이 기대되는 사업에 투자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금리가 3%라면 그만큼 투자할 곳이 많아진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투자 수요는 그만큼 늘었다. 그러나 은행으로 개인 자금이 덜 들어갔다. 은행이 대출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다가 중국 정부는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4조 위안을 써서 내수를 부양했다. 그러나 보니 기업이 은행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중국의 직접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으로 원하는 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기업은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그리자 금융을 찾게 되었다.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50% 이상을 그림자 금융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중국의 중앙은행은 은행에 20%에 근접하는 지준율을 부과하고 있다.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의 80%만 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상업은행의 수익 창출 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 그래서 중소형 은행들 부외거래인 WMP 등을 통해 영업을 확장해 왔다.
그림자 금융 부실 심화
이렇게 해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의 리스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림자 금융이 연평균 35%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13년 GDP의 54%에서 2020년에 210%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규모도 늘고 있지만 그림자 금융의 부실화가 더 큰 문제다. WMP 상품의 최대 리스크는 투자 자산과 투자 상품간의 불일치(mismatching)이다. 뱅크런과 같은 현상이 WMP에서 발생할 경우 투자자산의 부실 없이도 은행은 지급 불능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신탁투자 상품의 부실화는 더 우려된다. 이 상품은 주로 부동산 디벨로퍼, 지방정부와 연계된 SOC, 광산에 투자되었거나 비제도권에 대출되어 있다. 2014년에 신탁상품 8,547개가 만기 도래하며, 그 규모는 1.3조 위안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만기에 제대로 상환될 지는 의문이다. 2013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상승해 거품이 발생한 상태이고 중소형 부동산 디벨로퍼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서고 있다. 매년 10% 성장하던 중국 경제가 7%대로 경제성장률 떨어지면서 석탄 가격 이 하락으로 석탄 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지방 정부는 갈수록 부실해지면서 디폴트 상황까지 가고 있다. 2007년 4.5조 위안이었던 지방 정부 부채가 2013년 6월에는 17.9조 위안으로 대폭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구조조정과 안정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조조정을 서서히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부실 자산을 부실자산관리 회사로 이양하여 매각하거나 유동화할 방침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08~9년에 부실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은행을 증권시장에 공개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림자 금융은 그처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자 금융은 금융회사와 투자자들간의 연관관계가 복잡하고, 책임소재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직접금융시장 활성화와 금리 자유화
고성장 과정에서 자금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그림자 금융이 확대되었다.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서 금융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린 탓이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금리를 규제하고, 직접금융시장이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림자 금융이 늘어난 것이다. 근본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직접금융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금리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금리 자유화 과정에서 금리는 상승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장의 힘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 확대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 높은 성장을 했지만, 이제 과잉투자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공급은 국지적이지만 수요는 글로벌 현상이다. 2008년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가계의 과소비와 그에 따른 부실에 있다. 이제 가계가 부채를 줄여가고 있는 만큼 세계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 각 산업의 공급 과잉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면 철강 업종의 가동률은 70%로 떨어졌다.
금리 자유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한계 기업이 파산하고 기업부실은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다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해소된다면 그림자 금융은 말할 것도 없이 은행 등 제도권 부실도 증가할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
부실을 무한정 쌓아둘 수는 없다. 한번은 털고 넘어가야 한다. 대기업과 은행의 부실 증가로 한국은 1997년 IMF 지원을 받는 경제위기를 겪었다.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한국은 공적 자금 외에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2013년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8천억 달러로 많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을 털어내기 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국은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금리 자유화로 금리가 오르면 세계에 투자된 자금이 중국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다. 그 대상이 미국 국채라면 달러가치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고를 일으키며 세계 경제의 기존 질서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시기가 문제다.
(*) Stijn Claessens and Lew Ratnovski, “What Is Shadow Banking?”, IMF Working Paper
(Feb. 2014)
(**) 박석중, “중국 그림자 금융”, 하이투자증권, 20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