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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김성균의 설날? 금의환향이란 이런거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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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2. 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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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김성균의 설날? 금의환향이란 이런거죠[인터뷰]

출처 OSEN | 입력 2014.02.02 07:43

 

  

[OSEN=윤가이 기자] 여기 또 한명의 대기만성 스타가 나왔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고 하지 않던가. 요즘 그 달콤한 맛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깅성균. 그만큼 노력했고 고생도 많았다면 이젠 좀 즐겨도 된다, 당신.

 


한때 배우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가졌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한겨울에 갓난아기를 아늑한 화장실에서 목욕시킬 여건이 안 됐다. 반지하 방안에 욕조(대야)를 놓고 겨우겨우 아기를 씻겨야 하는데 가장으로서 눈물이 났다.."고 어렵던 시절을 더듬는 김성균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목소리가 촉촉했다.

 



 

생활고 때문이었다. 대구에서 극단 생활을 하다 상경해 대학로에서 꿈을 이어갔지만 역시나 배고픈 연극쟁이의 운명(?)을 빗겨갈 순 없었다. 연기와 함께 막노동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근근이 살아갔다.

그게 불과 3년 전의 삶이다. 이러다간 가장노릇 제대로 못하고 우리 식구 밥 굶기겠단 생각이 들어 '배우 접자' 하던 참에 우연히 영화 '범죄와의 전쟁' 오디션을 봤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오디션에서 합격, 하정우의 오른팔 역으로 스크린에 처음 데뷔하면서 배우 김성균의 인생에는 변화의 태동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하면서도 촬영이 없는 날엔 공사판을 전전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그 영화가 훗날 내 인생을 이렇게나 바꿀 줄이야. 그 작품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배우를 그만 뒀을지 모른다."

그리고 온갖 '기 센' 캐릭터들이 집합한 영화들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스크린을 누볐다. 소속사도 생겼고 하고 싶은 연기를 맘껏 하며 크진 않지만 돈도 조금씩 벌었다. 생활이 나아졌고 반지하방을 탈출해 작은 임대 아파트로 옮겼다. 그렇게 길이 좀 보이나 싶더니 인생을 바꿀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났다. 바로 '응답하라 1994'다.

드라마 한편으로 그는 무명 배우, 팬들만 안다는 명품 감초에서 국민의 '포블리'로 등극한다. 2014년 설날, 그는 본가가 있는 대구로 금의환향했다. 생각한 적도 없는, 여전히 맞지 않는 옷인 것만 같은 '인기'로 무장하고 이제는 양손을 무겁게 하고 '고향 앞으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역전 아닌가.
'응답하라 1994'의 여운이 깃든 1월의 어느 날, 서울 홍대에서 '삼천포' 김성균을 마주했다.

장국영스러운 가발을 벗었고 드라마에선 보지 못한 안경도 썼다. 눈앞에 그는 기대했던 드라마 속 포블리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고 나타났다. 하지만 얼핏 말투가, 목소리가, 또 무엇보다도 진심이, 삼천포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그 분위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최근의 소감에 대해 "지금의 인기가 놀랍고 신기하긴 하지만 의식하거나 연연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그렇고 그런 배우다"라고 말했다. 무척 겸손했지만 진정성이 뚝뚝 묻어났다. 반짝 스타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가식이나 겸손은 그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지금은 '응답하라 1994'가 정말 고마운 작품이긴 하지만 출연 전, 아니 방송 초반만 해도 스스로 말 못할 고민이 많았다고 의외의(?)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신원호 감독님이 처음에 저를 만나보자고 하셨다는데 (캐스팅 당시) 무척 걱정이 됐다. 20살 역할이라는 얘긴 들었는데 나를 실제로 직접 만나면 혹시 외모 때문에 실망하실까봐... 그래서 아예 처음 만나는 자리에 모자도 벗고 화장도 안하고 내 피부 그대로 나갔다. '이래도 쓰시겠냐?'하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웃음)"

그래도 인지도가 수직상승했는데, 살짝 거드름을 피워도 귀여울 것 같은데 그는 도리어 '셀프 디스'까지 망설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 사이판 포상휴가 다녀오는데 공항 사진이 하나도 안 나온 이유가 있다"며 "사진 기자분들이 나를 못 알아보더라. 모자 쓰고 안경까지 쓰고 있으니까 못 알아봤나봐. 재밌지 않나?(웃음) 심지어 정우 옆에 걸어갔는데 어떤 분은 나를 일반인 혹은 스태프라고 생각했나보더라. 내 반쪽을 배경으로 걸고 정우 사진을 찍더라."

이렇게나 소탈한 사람이라니. 얼굴도 흔히 말하는 미남은 아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천생 배우답다. '범죄와의 전쟁'의 조폭, '화이' 속 칼잡이 살인마, 이번 드라마의 삼천포까지, 이 전혀 다른 배역들을 유연히 오갈 수 있는 오만가지 이미지가 읽힌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평생에 스트레스가 되었을지 모를 '노안'도 그를 더욱 배우답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재료가 아닐까.

"이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센 캐릭터가 이젠 '삼천포'가 된 것 같다. '예전엔 무시무시한 악역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지' 걱정도 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던 거다. 얼마 전에 '용의자'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 속에 내가 등장하니까 기자님들이 다 웃어버려서 솔직히 섭섭했던 기억도 난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공유 박희순 김성균 등이 출연한 영화 '용의자' 시사회날, 좀처럼 웃거나 울지 않는 기자들 무리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더랬다. 김성균의 등장과 함께. 공교롭게도 당시는 '응답하라 1994'가 이미 대박을 내고 포블리 삼천포의 매력 '포텐'이 절정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김성균은 자신의 경험담과도 같은 삼천포의 상경 장면을 '응답하라 1994' 속 인상 깊은 이야기로 꼽았다.

"아마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고 촬영을 했던 거 같다. 삼천포가 창밖을 보면서 서울역도 보고 신촌도 보고 시청도 보는 거라고 상상을 하면서 연기하는 거였다. 나중에 방송을 통해서 보니까 감독님이 서울역, 신촌. 시청 등의 모습을 다 따로 찍어서 삽입하셨더라. 촬영할 땐 제가 직접 서울역을 보거나 한 게 아니니까 이 감정이 잘 살아날까 싶었는데 역시 편집을 잘해주셨더라. 편집의 마술사다. 우리 감독님이.(웃음)"

그는 실제로 예전에 대구에서 올라왔을 때 비슷한 경험들을 했다고 했다. 지방 출신인 사람들이 더욱 많이 공감했을 것 같아 마음에 든다며 리얼하고 디테일한 대본과 연출을 추켜세웠다.

그렇지만 방송이 되고 좋은 반응을 얻기까지 김성균의 속앓이는 은근히 심했던 가보다. 이런 캐릭터가 될까? 이 비주얼로 대학교 새내기라니 욕먹진 않을까? 드라마 연기가 괜찮을까 등등.

 



 

"방송 나가기 전까지 (시청자들이 날 어떻게 볼까)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감독님이 늘 '난 너는 걱정 안 된다'고 말해서 그 말만 믿고 있었다. 근데 첫 방송 나가자마자 감독님이 '사실 나 정말 불안했어'라고 고백을 하는데, 아휴.(웃음) 내 스스로나 제작진 입장에서나 도박이었던 거다."

이젠 조폭과 살인마를 거쳐 온 국민이 사랑하는 포블리까지 두루 섭렵했다. 배우 스스로는 어떤 캐릭터, 어떤 연기가 더 마음에 들까.

"사람들을 웃겼을 때 오는 만족감이나 칼을 찌를 때 깜짝 놀라는 관객의 반응, 둘 다 모두 좋다. 삼천포가 내게 눈물 나는 캐릭터라면 '화이' 속 칼잡이 동범은 무척 애착이 갔던 캐릭터다. 내겐 두 캐릭터가 종이 한 장 차이쯤으로 느껴진다. 사실 삼천포 표정에 칼만 들면, 동범이지 않을까.(웃음)"

일단 몸은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한동안 로맨틱하고 귀엽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에 빠져 살았더니 다음 작품은 또 다시 '센 놈'이 끌린단다. 소문대로 김성균에게는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장르불문 다양한 출연 제안이 밀려들었지만 아직 차기작을 최종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로 변신할지 행복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번 설을 맞아 부모님과 친지들이 살고 있는 대구로 금의환향했다. 드라마가 끝난 지도 한 달이 넘었지만 밀렸던 언론사 인터뷰와 광고 촬영 등 매일 이어진 스케줄 탓에 휴식은 건너뛰었다.

그래도 서울에 온 이래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 넉넉한 설날을 맞고 있지 않을까. 한때 놔버려야만 할 것 같던 배우의 꿈이 현재진행형이며 구름 같은 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집에 가면 토끼 같은 자식들과, 한결같은 아내와 함께 매일 TV에서 '배우 김성균'을 본다.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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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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