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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①] 집, 노마드族 시대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 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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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①] 집, 노마드族 시대

아시아경제 | 한진주 | 입력 2014.01.02 14:15 | 수정 2014.01.02 14:22

 

 

대해부 시리즈-매매 전세 월세 '욕망의 대이동'…전셋값 폭등엔 욕망의 이동이 숨어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은 지어놓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다. 외환위기 시절을 비롯해 한때 미분양 주택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을지라도 쉽게 팔려나갔다. 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고 주택보급률이 102.7%에 달한 지금, 주택시장은 크게 뒤바뀌었다. 주거공간이라기보다 재테크 수단으로 통하던 인식은 크게 희석됐다.

 

 

아파트 한 채 분양받아 놓으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웃돈이 붙고 수천만원, 수억원씩 올라 봉급보다 많은 돈을 벌어주던 시대는 지났다. 양도소득세 면제라는 카드를 꺼내도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위해 욕심내지 않는 이유다. '전세 노마드족'은 이러는 사이 출현했다.

 

 

소득수준이 높으면서도 전셋집만 찾아 골라가며 사는 계층이 탄생한 것이다. '상투를 잡는 것'이라는 선동적 레토릭은 집 사기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일단 보유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집주인들은 저금리 속에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월세로 바꿔 수익을 늘리려 하는 통에 순수 전세는 급감하고 있다.

 

 

전세금이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요인이며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만 존재해온 전세가 소멸될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혜정부가 정책기조의 중심축의 하나로 부동산시장 회복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셋값 급등은 물론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들의 지속 증가현상을 방치할 경우 1000조원대의 가계부채가 더욱 불어나고 생계비가 가중되며 내수시장 진작에도 차질이 빚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과 보완조치 등을 통해 시장 정상화를 꾀하려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의 구조와 흐름이 크게 뒤바뀌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과연 행복한 것인가. 본지는 세입자와 집주인, 젊은층과 장년층 등이 현실에서 집을 구하거나 내놓으면서 닥치는 현실로 들어가 그들의 고민과 그 속에 담긴 시장의 변화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

 



내집마련 꿈, 2년새 10.9% 줄고 83.7%→72.8%
또 전세살이, 2년새 2.5% 늘고 34.4%→36.9%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20년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수현(32.가명)씨는 오는 3월 첫 아이를 낳는다. 1억원 가량 전세대출을 받아 이달 중 더 큰 평수로 이사할 계획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니와 오피스텔에 살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전셋집 구하기는 '진절머리'가 난다. 언니는 전세살이를 끝내고 김포 한강신도시에 집을 샀지만 신씨는 아직도 집을 사는 것이 부담스럽다. 식구가 늘어도 언젠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가 낫다는 생각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하는 양 모(32)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77%에 육박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부담스럽지만 선뜻 집 살 생각은 없다. 지금 전셋값에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어서 큰 부담이 없는데도 그렇다. 5살인 딸이 3년 후엔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이 동네에서 아이를 계속 키우고 싶지는 않아서다. 행여나 집을 팔 때 상황까지 생각하면 지금은 집 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방학동 20평대 빌라에 거주하는 김정희(34.가명)씨는 생각이 다르다. 나중에라도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 분양을 받기 위해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면서 사촌언니와 함께 전셋집에 살고 있다. 결혼하면 방학동에 3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해 살겠다는 생각이다. 친구가 2억원짜리 아파트 전세를 살다 대출을 받아 보증금 5000만원을 올려줬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집을 사는 것이 주거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셋집을 찾아 떠도는 '전세난민'의 사정은 복잡하다. 어쩔 수 없이 서민가계 형편 상 전세를 전전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최근에는 자발적인 전세가구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보유주택을 전세로 내놓은 1주택자와 다른 집에 전세로 사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출로 전세금을 막는 '렌트푸어'까지 등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전셋값이 얼마나 오를지 두려워하는 세입자들이 많다.

 


최근에는 전세금 폭등과 전세물건 부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집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전세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현실이다. 매매로 이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가 사라지면서 앞으로는 주택시장이 '유주택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메우고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매달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 주택시장이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셋값이 치솟아도 내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사람들은 줄면서 전세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는 세입자가 2010년 83.7%에서 72.8%로 줄었다.

 


이렇다보니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는 가구는 줄었다. 2008년 52.9%, 2010년의 경우 54.2%였지만 2012년에는 전세가구의 47.7%만 '자가'로 이동했다. 대신 전세에서 전세 혹은 보증부월세(반전세)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세에서 전세로 이동한 가구는 2010년 34.4%에서 2012년 36.9%로 늘었다. 전세에서 반전세로 이동한 경우는 2010년 9.1%에서 2012년에는 13%까지 늘었다.

 


전세난민이 늘어난 배경에는 '매매가 안정'을 꼽을 수 있다. 임일석 우리금융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인구구조 변화, 소득대비 높은 주택가격 수준, 부진한 가계소득과 과도한 가계부담을 감안할 때 매매가 안정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자본 이득을 목적으로 전세를 공급했던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고정적 수입 확보를 위한 월세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난과 전셋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고 근본 해법인 임대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사람들이 정부가 어떻게해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주택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성화돼도 전셋값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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