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용구에게 <변호인> 송우석이 있었더라면
[비교기획] 2013년 한국 영화 화제작 둘의 닮은 점... 흥행도 닮을까?
오마이뉴스 2013.12.20 11:30l 최종 업데이트 13.12.20 11:30l 서상훈(z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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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 |
ⓒ (주)화인웍스, (주)CL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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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한국인이 나오는 재밌는 영화가 대세
2013년 한국 영화계 관객들에게 극장을 찾는 건 일상이었다. 연초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성공은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작비와 무관하게 따뜻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 영화면, 평범한 한국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7번방의 선물>은 그런 영화였다. 주인공 용구(류승룡 분)는 누가 봐도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있다. 억지 감동을 만들어냈다는 것. 하지만 과연 수많은 관객들이 그런 점을 몰랐을까? <7번방의 선물>이 흥행했다는 건 수많은 관객들이 중시한게 억지 감동의 유무가 아니라는걸 방증한다. 결과론적 해석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변호인>도 <7번방의 선물>처럼 실제 한국 관객의 의도를 모르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라서 그렇다. 하지만 과연 <변호인>을 봤거나 볼 한국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시할게 '노무현'이란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한국 관객은 그저 <변호인>에서도 <7번방의 선물>에서처럼 '따뜻한 한국인이 나오는 재밌는 영화'를 찾고 싶어할 것이다. 영화 관객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올해도 많은 한국 영화들이 재미가 없어 관객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은 재밌는 영화로서 선택받아왔고, 받고있다. <7번방의 선물>은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되었으며 <변호인>은 일일관객수와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뭐가 재밌길래 그럴까. 두 영화를 비교하며 분석해보자.
두 영화가 지닌 재미들
먼저 <7번방의 선물>의 재미중 으뜸은 류승룡의 명연기였다. 그의 '용구' 연기가 재밌었던 이유가 있다. 용구의 지능 낮은 점에 방점을 찍기보다 용구의 착함에 방점을 찍는 캐릭터 구축을 했다. 이는 각본과 연출의 덕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객들은 용구에게서 스테레오 타입의 바보를 본게 아니라, 어느 착하고 열심히 사는 한 사람을 봤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용구에게 몰입할 수 있었고, 그의 행동에 웃고 울수 있었다.
<변호인>도 비슷하다. 여기선 송강호의 명연기가 재미의 핵심이다. 송강호는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송우석'을 연기했는데, 고 전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송우석에 가까운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이런 송강호의 캐릭터 구축은 (물론 이 역시 각본과 연출이 도왔지만) 결국 '노무현'을 보러온 관객과 그렇지않은 관객 둘다 만족시키고 있다.
'노무현'을 보러 왔더라도 이 영화가 '위인전의 영상화'가 아닌한 관객들은 '송우석'을 기대하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래 '송우석'을 기대했던 관객 역시 송강호의 연기에서 재미를 느낀다. 노무현인듯 송우석인듯 하는 송강호의 균형잡힌 캐릭터 구축이 그런 재미를 주는 것이다. 류승룡과 송강호, 둘 다 뛰어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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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인>의 한 장면. |
ⓒ 위더스 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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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이 지닌 재미라면 역시 '평범한 한국인의 따뜻한 행동'이다. <7번방의 선물>의 용구나 <변호인>의 우석이나 직업은 다르지만 평범한 한국인이다. 용구는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우석은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희생은 모두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에 두고있다. <7번방의 선물>의 경우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이야기라 '신파성'을 강화해 극을 전개했으며, <변호인>의 경우 많이 알려진 실제 사건을 드라마화해서 극을 전개했다. 그런 차이가 있지만 두 영화에서 관객이 느끼는 재미의 근원은 유사한 것이다.
세 번째로 언급할 것은 '희로애락의 조화'다. 두 영화 다 희로애락을 적절히 담고 있었다. <7번방의 선물>에서 용구는 월급 타면 기쁘고(희), 딸 예승이와 함께라면 감옥에서라도 즐겁다(락). 관객 역시 그런 용구 부녀의 '희'와 '락'에 감정이입했다. 한편 경찰 간부의 비인간적 행위에 분노했고(로), 용구와 예승이의 헤어짐에 슬퍼했다(애).
웃음과 눈물이 조화를 이루었던 것이다. <변호인>은 어땠는지 볼까. 우석이 고생 끝에 변호사가 됐을때 기뻤고(희), 잘 나가는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로 지낼때 즐거웠다(락). 그리고 정부측의 비인간적 행위에 분노했고(로), 법정 장면들과 우석의 패배에 슬퍼했다(애). 한국 관객들은 더이상 웃음만을 원하지도, 눈물만을 원하지도 않는다. 삶속에는 어느 한쪽만 있지 않다는걸, 한국 관객들은 알고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영화가 지닌 재미는 약간 색다른데에서 찾을 수 있다. 용구와 우석 둘다 '할리우드의 고전적 휴머니스트 주인공'과 닮아있다. 예를 들자면 용구는 <아이 엠 샘>의 숀펜을 연상시키고, 우석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스를 연상시킨다. 할리우드의 두 영화는 과거 할리우드의 고전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모두 플롯과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할리우드의 오래된 휴먼 드라마 또는 멜로 드라마의 그것과 유사점이 있다. 그건 비난할게 아니다. 수많은 나라의 요즘 상업 영화들은 자국 영화에 할리우드 스타일을 접목해오고 있다. 한국 관객들도 그런 일종의 '퓨전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고, 외국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할리우드 짝퉁'같은 느낌이 없는 자국 영화에 한해서 그렇다) 그렇기에 <7번방의 선물>은 까다로운 일본 극장가에도 선을 보이게 되었으며, <변호인> 역시 북미 극장가에 소개되면 인기를 끌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 관객들은 자국 영화를 비교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관객이 되고있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이 연말연시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달래주는 한해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농담같은 얘기지만 '7번방의 선물' 용구에게 '변호인' 송우석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용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진 않았을 것 같다. 2014년에는 용구에게 송우석이 있는것 같은, 보다 더 웃을 수 있는 한국 영화가 많이 나오는 한국 사회가 되면 좋지않을까.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