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몇 년 안에 정리할 것인가? 20년 더 고생할 것인가
선대인 (batt****)
기득권 언론사와 정부, 건설업체들이 합작해 서민들을 속이고 선동해봐야 이미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지탱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다만, 건설사들과 기득권 언론들이 삼각 편대를 이뤄 그 같은 사실을 속이고 있으니, 일반 가계들이 헷갈려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권력과 금력을 가졌고, 서민들을 후릴 수 있는 언론과 전문가로 포장된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지금이 집값 바닥”이라며 탐욕을 자극하고,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능력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집값이 한 번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탐욕과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무리하게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막차를 타게 된다. 그 막차가 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뿐이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이미 우리가 생생히 목도했다. 이제 우리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 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근본 수술을 미루면서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운다는 명목으로 일반 가계와 한국 경제 전체를 제물로 삼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라. 부동산시장에 묶인 수천 조원의 돈이 풀려나 생산경제로 흘러들지 않으면 무슨 재주로 내수가 살아난다는 말인가.
수억 원짜리 은행 빚의 노예로 전락해 빚에 쪼들려 사는데 어떻게 민생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인가.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값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추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부와 부동산 기득권세력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집값 거품을 빼자고 했다. 집값 거품이 빠지면 한국 경제에 일대 시련기가 닥칠 것이다. 하지만 부채 폭탄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가고 스웨덴처럼 질서정연하게 부실을 정리하면 3~4년 고생하면 새로운 경제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고 질질 끈다면 결국 한국은 일본처럼 향후 20년은 더 고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는 며칠 전에 내가 쓴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sdinomics.com/data/blog/1556 ) 계속 이런 식으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목을 맨다면 이미 10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부동산 거품은 점점 더 커질 뿐이다.
일시적으로 판단을 그르친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의 고통에서 끝날 일을 전세난을 가중시켜 세입자들까지 물귀신처럼 끌어들인 것처럼, 현 세대의 고생으로 끝날 일을 우리의 후배와 자식 세대에까지 연장하는 일이 된다. 이 나라는 특정한 정권 5년 동안만 존속되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자자손손 살아가야 할 나라다. 당장은 충격이 있더라도 길게 봐서 한국경제와 일반가계에 돌아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은 거품을 빼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와 뒤이은 박근혜정부는 어떤까? 집값 거품을 빼나가기는커녕 여전히 폭탄 돌리기에 급급하다. 공공부채를 잔뜩 늘려서라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지 못하자 가계부채와 세입자들의 전세자금까지 끌어들여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 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과 저임금으로 사람은 천대하면서 땅과 집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경제가 사는가? 정규직장에서 나온 뒤 자영업을 차린 베이비부머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느라 그들의 절반가량이 월 소득 100만원 이하로 살고 있는 현실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경제인가? 우리 젊은이들은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아 비싼 임대료로 내고 나면 언제 저축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나?
정부부터 부동산에 돈을 잔뜩 집어넣고, 가계와 기업까지 덩달아 부동산 시장에 돈을 꼴아 박게 하면 경제가 사는가? 이미 전국의 각종 사회간접자본이 과포화 상태이고 주택수요 연령대 인구가 줄고 있는데,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건설업 비중을 계속 유지하는 게 선진국이 되는 길인가?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위한 집값 거품 유지 정책이다. 하지만 그런 속셈은 감추고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 부양책은 오히려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이미 지난 5년 동안에만 공공부채가 400조원, 가계부채가 300조원 가량 늘어난 사실만 봐도 뻔하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가량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계속 먹여 살린다며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리한 토건부양책을 펼친 결과 경제가 나아졌는가? 이미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좀비’처럼 살아남아 건설업계 전체의 줄도산 위기로 치닫고 있지 않는가?
지식정보화 창의경제 시대이고,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빈약한 복지를 확충해야 하는 시대에는 사람과 복지에 돈을 써야 한다. 그것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한국 경제의 미래인 인재를 키우는 길이다. 그런데 그런 돈들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탕진하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무엇 하는 짓인가?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상류층만이 아니라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해 소비자 중심의 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도 멈춰야 한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시설만 만들 게 아니라 우수한 사서, 좋은 강사와 트레이너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한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OECD가입국 평균 수준인 20~30% 수준까지 높여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는 부동산 기득권세력을 해체해야 한다. 건설업체와 관련 정부 관료, 산하 공기업과 연구기관, 정치권은 거대한 이권 집단화돼 있다.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인 ‘삽질 경제학’을 폐기해야 한다. 이런 세력들이 내놓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을 경계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런 세력이 주도하는 부동산 거품 경제, 콘크리트 중심의 경제로는 희망이 없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동산거품을 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폭탄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2~3년 안에 부채 폭탄이 터지고 결국 2010년대 후반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 충격과 맞물리면서 20년 장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미래를 원하는가? 제발 이제라도 부동산 거품을 단계적으로 빼면서 한국경제가, 그리고 우리 후배와 아이들이 좀 더 편안히 살 수 있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자. 새로운 세상은 가능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출간 일주일 만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상세 목차: http://www.sdinomics.com/data/blog/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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