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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추락 날개가 없다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3. 8.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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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Live | 이종태 기자 | 입력 2013.08.01 09:23

 

 

 

 

40대 중반 남성인 김 아무개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 신도시의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하려다 '부동산 불패'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182㎡(55평형) 아파트의 원래 분양가는 9억원 정도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7억원 정도를 불렀다. 그런데 김씨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몫은 5억원가량에 불과했다.

 

건설사 측이 제시한 매매 조건은 이렇다. 김씨는 선금 2억원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3억원 등 모두 5억원을 만들어 건설사에 건네야 한다. 대신 건설사 측은 김씨가 내야 하는 취득세·등록세 1700만원과 은행대출금 이자를 부담해준다. 그래도 잔금으로 2억원 정도가 남는다(7억원-5억원). 이 돈은 건설사가 김씨에게 '빌려(?)준다.' 이로써 건설사에게는, 김씨로부터 받을 2억원의 채권이 발생한다.

그러나 건설사는 김씨에 대해 '이후에도 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2억원을 갚으라고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로 했다. 말하자면, 건설사는 원 분양가 9억원짜리 매물을 7억원으로 '위장'해서 5억원에 팔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이 아파트를 계약하지 않았다.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시사IN 백승기 2012년 11월 경기도 김포 신도시 아파트에 파격 할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서서히 떨어지느냐, 급락하느냐가 문제일 뿐으로 보인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얼마나 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집값의 기본 추세가 '하락'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집값이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4·1 부동산 대책'은 이런 추세를 뒤집거나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올해 안에 주택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각종 세금감면(양도세와 취득세) 혜택을 받고, 주택 자금도 은행에서 더 쉽고 더 싸게 빌릴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무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조치가 지난 6월 말까지 따로 시행되었다.





ⓒ시사IN 백승기 2012년 11월 경기도 김포 신도시 아파트에 파격 할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7월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세 꺾여

덕분에 4월1일 이후 주택 거래가 갑자기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의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5월에 비해 32.5%나 많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은 미미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4·1 조치 이후 14주 연속 올랐으나, 그 상승 폭은 0.3% (지난해 말 대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같은 상승세마저 7월 들어 꺾이고 말았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에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낸 자료에 따르면, 4·1 대책으로 소폭 증가한 주택거래량이 하반기에도 유지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연구원은 부동산중개소 등 주택시장 참여자들에게 '이후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를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전망하는 BSI(Business Survey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그 수치가 100 이상이면 '거래 증가'를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왼쪽 표 참조). 지난해 말 조사(올해 상반기를 예측)에서 BSI는 118.5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조사(올해 하반기를 예측)에서는 53.7로 크게 떨어졌다. 4·1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올 하반기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4·1 대책은 '당랑거철', 즉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시장 추세를 감히 막아선 사마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두려운 이유는 이미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시장이 치솟던 시기에 수많은 가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매입했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면 은행으로부터 원금 상환 요청이 들어오게 되고, 여의치 않은 경우 주택이 압류될 수도 있다.

 

원금과 이자 부담 때문에 소비 지출이 어려운 '하우스 푸어'가 30만~100만명으로 늘고, 지금 집을 팔아도 은행 대출금마저 갚을 수 없는 '깡통 주택'이 2만~18만 채로 추정된다. 집값이 내려갈수록 '하우스 푸어'와 깡통 주택은 늘어나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부실화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게 되면서, 국민경제는 더욱 수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울산광역시 남구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분양 대행사가 큰 폭의 할인 분양에 나서자 차액을 보전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월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주관한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의 현재 규모, 증가 속도, 구성,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볼 때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1157조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조7000억원 줄어들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계부채/가처분소득'은 163.8%에 달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가계부채/가처분소득'이 127%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험한 수준이다.


그래서 부동산 규제를 더욱 완화해서 거래를 활성화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3년의 주택 거래에만 적용키로 한 4·1 대책 안의 각종 세제 혜택을 영구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등도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이다. 사실 부동산 가격이 '지금 떨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추가 하락의 원인이 된다.

 

어떤 상품이든 그 가격이 오늘보다 내일 더 내려간다면 누구라도 구입을 미룰 것이다. 이처럼 수요가 줄면 시세는 다시 하락하게 된다. 시세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은행은, 투자와 대출을 줄일 것이고 이에 따라 경기가 악화된다. 따라서 부동산 규제 완화론자들의 의견은, 주택 수요자들이 '이제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시장에 화끈한 신호를 주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고차방정식

그러나 이에 대해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정권 때 이미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 완화'를 너무 많이 써먹었기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시세 하락으로 굳어져 있는 시장 심리를 되돌리기는 힘들다"라고 반박한다.


그래서인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좀 더 근본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소득 양극화 현상이 너무 심화된 게 출발점이다.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동과 중소기업 노동으로 첨예하게 나뉜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착취 역시 근절되어야 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는 일자리 및 노동시장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 개선에는 긴 시간이 걸리는 반면 부동산 및 가계부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서로 모순된 변수들로 가득한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셈이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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