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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미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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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12. 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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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미래 10년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2.12.28 17:59

 

 

 

한중일 삼국의 리더십이 새롭게 짜였다. 세계 성장의 중심이 된 아시아에 새로운 10년이 시작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러 정권이 거의 같은 시기에 출범하는 때 만큼 격변기는 없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전임자들과 다른 중국을 물려받았다.

고도성장의 상징이던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고령화 고민도 시작됐다. '강한 일본'을 약속한 아베 신조 차기 총리는 동북아에 팽팽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엔화를 무제한 찍어서라도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공언한다.

 

 

삼각 분업으로 동반 성장을 누려온 이 지역에 새로운 균형점을 향한 각축이 시작된 것이다. 세계 2~3위 경제국 사이에 끼인 한국에 다차원적인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아시아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잘 짜인 분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큰 혜택을 누려 왔다. 동북아는 대미 수출품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수출 기지'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부품과 중간재를 조달하고 중국은 이를 받아 조립, 가공한 다음 미국행 컨테이너선에 실어 보내는 구조다.

 

'부품 조달자인 한국·일본-조립 공장인 중국-최종 소비자'로 이뤄진 이러한 '삼각무역' 체계는 2000년 이후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성장을 누려 온 비밀의 열쇠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이 중국산 상품을 무한정 받아주는 최종 소비자 역할을 포기하면서 분업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없다면 생산 라인은 멈출 수밖에 없다. 정교하게 짜인 생산 네트워크를 타고 위기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중국의 성장 모델 전환이 몰고 온 파장

중국이 찾아낸 돌파구는 성장 프레임의 전환이었다. 경제의 성장 엔진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꿔 달겠다는 것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의 포기는 인구구조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970년 이후 출생률 하락과 고령층 인구의 완만한 증가가 가져다준 '인구 보너스'가 종료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부양 비율'이 치솟기 시작한다는 걸 뜻한다. 중국에서도 값싼 노동력이 귀해져 저임금에 의존한 수출 전략이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이다. 일단 중국이 새로운 상품 구매자로 등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 수출 시장이 역내에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대중국 수출품을 가공무역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다시 짜는 작업을 전제로 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의 전환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서 2011년 사이에 대미 수출품 생산을 위한 중국의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은 전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2%에서 49.2%로, 19.8%에서 16.1%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내수에 필요한 원자재(1차산품)와 소비재 수입은 17.4%에서 30.5%로, 3.5%에서 4.1%로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012년 9월 펴낸 '중국 경제 성장 정책 변화에 따른 우리 대중 수출의 영향' 보고서는 "2006년 이후 대중 수출 증가율이 중국의 수입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는 한국의 수출품이 중간재·자본재 중심으로 유지되면서 중국의 수입구조가 소비재 위주로 전화한 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미스 매칭이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을 둘러싼 갈등도 본격적으로 불거진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선진국에서 시작된 환율 전쟁이 아시아 3국으로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환율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전쟁터다. 1985년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된 환율 조정 부담을 짊어지면서 거품 경제와 20여 년의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동시다발적인 지역 통합 움직임

이번에도 미국이 먼저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위기에 빠진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풀었다. 소위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다. 달러 가치의 추락이 시작됐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는 다른 나라에 다양한 경로로 타격을 준다.

 

당장 외화보유액이라는 이름으로 축적해 놓은 국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게다가 넘쳐흐르는 달러 유동성이 자본시장을 휘젓고 다니며 자국 화폐의 절상으로 수출 시장도 위협받는다. 최 자문위원은 "신흥 시장의 수출 주도 경제에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차기 총리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를 위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달러 약세에 더해 엔화 약세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형국이다.

지역 통합은 이러한 정글 게임을 넘어선 역내 협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2012년 동북아 세 나라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했다. 세 나라의 계산은 복잡하다. 한국과 일본 기업에 한중일 FTA는 희소식이다. 관세가 철폐되면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이 한층 유리해진다. 이것만 본다면 중국이 FTA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중국은 FTA를 통해 자국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가능연령인구가 정점을 찍고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가 필수다. 또한 한중일 FTA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중일 FTA만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다양한 지역 통합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흐름 속에서 뒤얽힌 이해관계를 파악해 내는 전략적 접근과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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