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마인드를 훈련하라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2.02.15
◎ 표적을 볼 것.
◎ 표적을 보는 자신을 볼 것.
◎ 표적과 자신을 통일하는 대칭과 그 대칭의 축을 볼 것.
◎ 대칭구조를 담아내는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볼 것.
◎ 상호작용이 변화하는 방향성까지 볼 것.
http://gujoron.com/xe/files/attach/images/198/400/205/02.JPG
이는 남녀관계에도 적용된다. 하수는 쉴새없이 문자나 전화를 보내 상대방을 통제한다. 중수는 이벤트를 생산하여 상대방의 동선을 일정한 바운더리 안에 묶어둔다.
◎ 하수 – 상대를 통제한다.(문자를 보낸다)
◎ 중수 – 상대와 나를 일정한 공간에 가둔다.(이벤트를 계획한다.)
◎ 상수 – 공유할 수 있는 미래가치를 창출한다.(이념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상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할 방향성을 찾아낸다. 서로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미래가치를 제시한다. 그 미래가치는 신분상승 혹은 공동체 내부에서의 지위상승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 하수 – 이것을 다오.
◎ 중수 – 네가 이걸 주면 나는 이걸 준다.
◎ 상수 – 함께 여행, 이벤트, 쇼핑, 영화관람, 식사를 하자.
◎ 고수 – 일, 소득, 재산, 공간, 자녀를 서로 공유하자.
◎ 달인 – 이념, 아이디어 공유로 지위상승하자.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무언가 자신에게 플러스 되는 거다. 친구를 사귐으로써 행복이나 쾌락을 꾀하곤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들어오는 속도로 빠져나간다. 운동을 하고 용모를 가꾸고 공부를 하면 조금 오래 간다. 결국 그것도 사라진다.
많은 돈을 벌어봤자 돈이 상승할 뿐 나는 그대로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상승시키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생각의 공유다. 생각을 공유할 때 세력을 얻고, 팀이 결성되고, 그 팀 안에서 지위가 상승한다. 거기에 방향성이 있다.
신데렐라 설화가 대표하듯이 인간이 원하는 것은 본질에서 지위의 상승이다. 지위의 상승은 생각의 공유, 가치의 공유, 이념의 공유, 영감의 교류에 의해 얻어진다. 사회의 높은 의사결정 그룹과 연결되는 것이다.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세상과 자신이 한 편이라고 여기게 하는 것이다. 진보의 편, 역사의 편, 진리의 편, 신의 편에 드는 것이다.
많은 돈을 벌어도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내심으로는 자신을 경멸한다는 사실을 안다. 알기 때문에 분노하고 그러한 분노가 축적되어 차츰 수구꼴통으로 변한다.
강남의 부자들이 놀새당에 투표하는 이유는 그러한 내면의 분노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제법 성공했지만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등감이다.
그들은 겉으로 지위가 상승했지만 그 지위는 현찰박치기다. 비싼 옷을 입어주고, 비싼 차를 몰아줘야 그나마 낯간지러운 인사라도 받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안다. 그 현찰박치기가 가짜라는 사실을,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거지꼴을 하고 있어도 인사를 받을 수 있어야 진짜다. 빌 게이츠가 찢어진 셔츠를 입고 스티브 잡스가 최악의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는 것이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난다.
무엇보다 본인이 먼저 자신의 지위상승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 어차피 이 사회를 끌고 가는 핵심적인 그룹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이 불통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한국사의 큰 틀은 민주화의 흐름이다. 그들은 소외된 것이다. 그 소외가 열패감을 낳고, 열패감이 분노를 낳고, 분노가 응징을 낳고, 그 결과는 놀새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관이라 할 이건희나 정몽구의 행태가 그러하다. 그들이 얼마나 큰 분노와 소외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의 과시는 공동체에 대한 공격적 방어행동이다. 피해의식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질의 마인드를 얻어라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듯이 세력이 성장하는 방향성을 아는 것이 완전성의 이해다. 무엇보다 입자와 질의 차이를 구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맛집이 입자라면 멋집이 질이다. 음식의 맛이 입자에 고정된데 비해 멋이 주인과 요리와 손님의 상호작용을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그림도, 문학도, 영화도, 게임도, 그러한 상호작용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을 알아보는 눈을 터득해야 한다.
이성친구를 사귀어도 그러하다. 돈, 주택, 직장, 용모 따위를 본다면 입자 마인드다. 무엇보다 장래성을 보아야 하며 그 장래성이 자신과의 상호작용을 늘려가는 형태인지를 보는 것이 질의 마인드다.
그것이 발을 뻗고 누울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념적 동지가 되고, 미학적 동료가 될 수 있어야 진짜다. 그것이 서로의 뇌를 융합시키기 때문이다.
‘옷이 예쁘다’고 생각하면 입자 마인드다. 그 옷으로 파트너의 주의를 끌고자 하는 것이 진짜다. 더 진도나가야 한다. 그 옷과 자신과 환경 사이에서 상호작용의 수준을 높여야 진짜다.
◎ 하수 – 돋보이는 옷을 고른다.(알록달록한 옷)
◎ 중수 –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고른다.(유명 디자이너 옷)
◎ 상수 – 그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고른다.(스티브 잡스 옷)
옷만 보이고 사람이 안 보이면 실패다. 사람만 보이고 공간이 안보여도 실패다. 좋은 옷은 사람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그 계절을 돋보이게 하고, 그 건물을 돋보이게 하고, 그 공간을 자랑스럽게 한다.
빛나게 해야 한다. 서로는 융합되고 섞여들어서 경계를 슬그머니 지워버려야 한다. 모나리자가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지웠듯이 서로는 은밀히 서로의 내부로 스며들어야 한다. 공간과도 팀플레이 하는 거다. 스티브 잡스의 옷이 그가 자랑하는 아이패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마치 무대의 일부처럼 기능하듯이.
‘소설이 재미있다. 그래서 좋다.’ 이건 입자 개념이다. 재미로 소설을 읽고, 재미로 영화를 본다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재미라는 양념은 소설 안에 고정되어 있는 거다. 내용이 따분하더라도 뭔가 독자를 긴장시키고, 흥분시키고, 일어서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진짜다.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한 명의 독자가 아니라 더 많은 독자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열어가는 방향성이 보여야 한다. 항상 다음 단계의 전개가 예시되어 있어야 한다.
이상의 ‘날개’는 사실이지 재미가 없다. 그러나 여운이 남는다. 기승전결의 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를 슬쩍 바꿔놓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을 서술하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들이 서식하는 음습하고 기이한 공간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이때 반향은 크다.
샬롯 브론테 자매의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이 주목할만한 이유도 특이한 공간의 묘사에 치중한 때문이다. 사건은 뻔하다. 청춘남녀의 로맨스다. 중요한건 공간이다. 왜? 사건은 끝나면 그만이지만 공간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은 당신과 무관하다. 반면 공간은 당신과 관계있다. 왜? 지금 당신도 어떤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그 공간은 이상의 33번지일 수도 있고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된 요크셔 지방의 안개 가득한 황무지일 수도 있다. 그 공간은 당신과 얼마간 섞여 있다. 그래서 계속 가는 거다. 방향성이 있고 배후지가 있다.
이상의 날개는 캔버스에 대략 스케치만 해 두고 떠난 것과 같다. 뒤에 온 사람은 거기에다 덧칠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렇게 진도를 나가준다. 그래서 방향성이다. 반면 이문열 삼국지는 재미가 있어도 책장을 덮으면 끝이다.
이야기 줄거리가 기억에 남으면 실패,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그 강렬한 공간이 기억에 남으면 성공이다.
∑
지금 이 순간도 (0) | 2012.02.18 |
---|---|
절대어를 훈련하라 (0) | 2012.02.17 |
상호작용이 진화의 원인이라는 증거 (0) | 2012.02.16 |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라 (0) | 2012.02.15 |
고요하던 절 덮은 ‘금괴 미스터리’ (0) | 2012.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