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안승섭 | 입력 2011.10.16 06:07 | 수정 2011.10.16 07:32
서민금융 강화한다며 각종 `바가지 수수료' 씌워
"순익 줄이고 수수료 내려야" 여론 들끓어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최현석 이봉석 심재훈 기자 = 은행들과 카드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카드 수수료에 반발해 음식점들이 18일 대규모 결의대회까지 예고했지만 금융사들은 요지부동이다. 말로는 `서민금융 강화'를 내세우면서 각종 `바가지 수수료'로 서민들의 푼돈을 뺏는 모습이다.
반면 금융사를 압박해 수수료를 내리야 할 감독당국은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 허용'이라는 어이없는 대책만 내놓았다가 부랴부랴 이를 철회했다. 지금껏 나온 수수료 인하 대책들도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판이다.
◇은행ㆍ카드사 `수수료 잔치' 벌어졌다
16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8개 국내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2천567억원에 달한다.
수수료 이익은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로 거둬들인 돈(수수료 수익)에서 관련 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이는 은행들이 총 15조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2007년 상반기의 수수료 이익(2조2천366억원)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은행들은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 등으로 상반기 이익이 과장됐다고 둘러대지만, 사상 최대의 수수료 이익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은행들은 2007년보다 더 많은 수수료 이익을 올해 거둬들이게 된다.
카드사들도 `수수료 잔치'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수입은 4조95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6%나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수수료 수입(7조1천948억원)의 60% 가까운 돈을 이미 벌어들였다.
이는 올해 상반기 카드 사용액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17.7%)보다 더 높은 수치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중소상인들의 가맹점수수료를 내려준다고 온갖 생색을 냈는데, 그 효과는 전혀 없이 오히려 올해들어 더 높은 비율의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인 것이다.
하반기에 여름철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대규모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이 올해 거둬들이는 가맹점수수료는 지난해보다 1조원 넘게 늘어 8조원 중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은행 수수료 이익은 `폭리' 수준
은행들은 입출금, 계좌이체, 펀드 판매, 카드 가입 등 각종 업무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 종류가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원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다. 일부 수수료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폭리'에 가까운 수준이다.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7조1천375억원으로 이자수익(34조3천52억원)의 50%가량이다. 이자이익률이 50%라는 얘기다.
그런데 은행들의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수수료 수익(3조3천15억원)의 68%에 달해 이익률이 이자이익률보다 훨씬 높다. `바가지 수수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가에 따라 수수료를 결정한다"는 은행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계좌이체시 10만원을 넘는 금액은 10만원 이하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아무런 원가 차이가 있을 수 없는데도 수수료는 2배다. "10만원 이하 금액을 할인해 주는 것이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회사원 김정관(40)씨는 "ATM을 이용할 때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수수료를 대폭 올려받던데, 그럼 이것도 야간 이용자에 비해 주간 이용자를 대폭 할인해 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펀드, 보험, 카드 등을 은행이 판매하면서 받는 수수료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사실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액의 1%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떼는 것도 모자라 매년 1%가량의 `판매보수'를 따로 받고 있다. 고객들이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워 10∼30%에 불과한 선진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바가지 판매보수'로 인해 국내 펀드 가입자들은 평균 1% 안팎을 내는 미국과 달리 1.7%가량이나 되는 비싼 펀드 수수료를 매년 내고 있다.
곽모(35.여)씨는 "은행들이 뭘 해주는 게 있다고 판매보수를 매년 1%씩이나 떼가느냐"며 "주식시장이 안 좋아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10% 밑으로 내려갔는데 펀드 수수료라도 좀 낮춰야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들은 "수수료가 미국보다 싸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수수료 이익의 절반 이상을 거둬들이는 판매 대행 수수료가 미국보다 훨씬 비싼 사실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
◇카드사, 서민 상대 업종에 `바가지 수수료'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내는 데 혈안이 돼 있기는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비서민업종인 골프장의 가맹점수수료율은 대부분 1.5%를 적용하고 있으며 백화점 수수료율도 2.0∼2.4%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표적인 서민업종인 음식점은 2.5∼2.7%, 노래방은 2.7∼3.5%, 이미용실은 3.0∼3.5%에 달한다. 분통이 터진 전국 음식점 주인들은 18일 `10만인 결의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해 "백화점이나 골프장은 카드 결제 1건당 매출이 커 원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자동차보험의 카드 수수료율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자동차보험은 한번 낼 때 수십만원을 결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결제 수수료율은 무려 3% 안팎에 달한다. 의무보험이어서 연체하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카드사들은 인하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카드사들이 `힘센' 업종에는 수수료율을 낮춰 주고 서민을 상대로 하는 `힘약한' 업종은 수수료율을 높게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영업상의 비밀이라며 각 업종별 연체율이나 카드 수수료 책정 기준 등을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이 내놓는 수수료 인하 대책이라는 게 금융사들의 처지를 십분 고려해 준 생색내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은행, 카드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즐기는 사이 물가 고통과 소득 감소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수수료 인하 대책을 내놓았으나, 하루 2번 이상 ATM을 이용해야 수수료를 50% 감면해 주는 등 그 대상이 극히 제한돼 "생색내기 대책의 극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던 2007년의 순이익(15조원)을 뛰어넘는 20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카드사들도 올해 실질적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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