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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분노 부른 양극화, 한국도 이미 위험수위

생활경제·연금. 자동차일반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10. 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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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분노 부른 양극화, 한국도 이미 위험수위

동아일보 | 입력 2011.10.13 03:22 | 수정 2011.10.13 08:51 




 

[동아일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는 사회구조가 갈수록 미국과 비슷해지는 한국에서도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3년 카드대란, 2007년 부동산 거품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올해 유럽 재정위기 등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한국의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富)를 대물림하는 일부 기업 오너의 일탈적 행태 등에 국민적 공분(公憤)이 일면서 '1%와 99%'로 상징되는 불공정성은 한국이 미국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 소득 격차 확대 갈수록 심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이상 도시가구 평균 소득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8만4169원에서 지난해 189만4988원으로 92.5% 증가했다. 하지만 커진 파이는 잘사는 계층에 집중됐다. 소득별로 10등분해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하위 10%) 계층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38만2662원에서 59만9981원으로 5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상위 10%) 계층은 165만8007원에서 328만9915원으로 98.42% 증가했다. '빈익빈 부익부'는 중산층이 무너진 결과다. 2, 3년 주기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이뤘던 중산층 중 극소수만 상층부로 올라갔고 대부분은 하위계층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소득 분배의 불균형 수준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1997년 0.264였던 지니계수는 2009년 0.320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0.315로 주춤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 숫자로 표현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보통 0.4를 넘기면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가운데 소득(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버는 인구 비중을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은 1997년 8.7%에서 2010년 14.9%까지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8월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8.1%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7.8%보다도 높아졌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미흡한 데 따른 고용불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내적으로는 농산물 가격 급등 때문에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국제 기준으로도 심각한 양극화


위기를 겪으며 악화된 소득 불평등도는 국제 기준으로 봐도 위험한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탄탄한 복지시스템에 금이 가면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지만 EU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0으로 한국(지난해 0.315)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4.6%로 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높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14.1%) 그리스(12.6%) 이탈리아(11.4%)는 오히려 우리보다 낮았으며 미국(17.1%) 일본(14.9%) 아일랜드(14.8%) 정도가 한국보다 높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8.7%)은 뉴질랜드(8.4%) 독일(8.5%)과 맞먹는 세계 최저 수준이었는데 위기를 겪으면서 빈부격차가 큰 나라로 전락했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가 악화된 결과 미국 월가 시위대의 일부 구호는 우리나라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카고 시위대의 12가지 요구 중 부자감세 철폐, 금융감독기관 종사자의 이전 직장 재취업 금지, 기업수익이 결국 국민 수익이라는 논리 거부, 학자금 대출에 쪼들리는 학생 구제 등은 마치 우리나라 시위 구호를 연상케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상륙한 신자유주의가 10년 넘게 우리 경제의 주류가 되면서 소득불평등, 경제 양극화 같은 신자유주의의 병폐마저 선진국과 닮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의 이익 창출이 고용과 연결되는 선순환이 깨지고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 부문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 부문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며 "복지 시스템 효율화, 고용창출 확대, 재기를 위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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