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입력 2011.10.15 11:30 | 수정 2011.10.15 14:40 |
[한겨레] '한국판 월가 점령시위' 주도하는 조붕구 협회장
"좌파시위 아닌 사회정의 바로잡으려는 외침"
"언론들이 좌파들의 시위인 것처럼 보도하던데 그러면 안 된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 아닌 사회정의를 바로 잡기 위한 시위다."
'1%에 저항하는 99%의 시위'가 서울에서도 열렸다.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 권리찾기 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세계 80여개 나라 9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함께 벌어진다.
< 한겨레 > 는 이번 시위를 조직한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장과 14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중소기업인 코막중공업 대표이면서 2008년 '키코 사태'로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조 회장은 우리 사회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가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금융자본가들에게 몰살당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시위 조직의 이유를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번 시위는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 아닌 사회정의를 바로 잡기 위한 시위"라며 "정부는 금융 피해자들이 어떻게 울부짖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시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이날 정부에 △금융공공성 회복 △금융 피해자에 대한 보상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대안금융기관 육성 △금융 부패 관리 못 한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어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라는 집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시작된다. 경찰이 서울광장 집회를 불허한 상태여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 충돌도 우려된다.
이들은 또 오는 21일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민금융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봉구 금융소비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시위를 준비한 이유는?
"한국에서도 금융 피해자들이 엄청나게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당사자 간 해결하라는 태도다. 계속 이렇게 있다간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가들에게 서민들이 몰살당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에 어떤 것을 요구할 생각인가?
"첫째, 금융공공성 회복. 둘째,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셋째, 대통령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넷째,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대안금융기관 육성, 다섯째, 금융자본가들의 부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관료 책임자들의 처벌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이라고 보나?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가들의 천국이다. 이들은 일반 서민들뿐 아니라 중소 수출기업들, 산업 자본가들의 재산까지 다 빨아 먹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키코 사태를 봐라. 저축은행 사태를 봐라. 자신들 수익성만 좇으면서 얼마나 무책임한 파생상품들을 팔아 젖혔나. 대출금리도 마음대로 올려서 피해자들을 양산해 내고. 금융사들은 올해에만 수십조원의 수익을 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겠나. 금융은 제로섬 게임이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와야 한다. 또 상당수 수익이 외국으로 다 빠져나간다. 탐욕스런 금융자본가들은 국부를 유출시키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결국 힘없는 서민들과 중소기업들만 벼랑으로 내몰린다. 언제까지 이를 방치해야 하나."
(키코(KIKO)사태란?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상품. 2008년 계약 당시 환율이 900~1000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만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데 리먼사태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바람에 키코 상품에 가입한 많은 기업이 큰 손해를 보았다. 기업들은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검찰은 지난 7월 은행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당신은 어떤 피해를 보았나.
"나는 직원 50명을 둔 중소기업 사장이다. 건설장비를 제작해 해외 60개국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2008년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가 1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금 경영상태가 최악이다. 15년 동안 고생해서 키운 사업인데 나는 약탈당했다. 저들을 용서할 수 없다."
-이번 시위에 얼마나 참석할 것인가?
"200명 정도 참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곳곳에서 많이 참여하겠다고 하더라.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체들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놀랐다. 수천여명이 참석할 수도 있다."
-경찰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난 평생 보수 일간지만 봐왔던 보수주의자다. 옛날 같았으면 우리는 시위 안 한다. 먹고사느라 바쁜 기업체 사장들인데 시위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시위를 보장해야 한다. 언론들이 좌파들의 시위인 것처럼 보도하던데 그러면 안 된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 아닌 사회정의를 바로 잡기 위한 시위다. 제발 금융 피해자들이 어떻게 울부짖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껴달라."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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