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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仙牌(신선패) 비즈니스와 쌍계사 벚꽃놀이>>>★★

소망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4. 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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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仙牌(신선패) 비즈니스와 쌍계사 벚꽃놀이   

2011.4.12  호호당의 김태규님

 

 

열 두 사람의 제자와 함께 이번에도 쌍계사 벚꽃 놀이를 다녀왔다. 청명절 쌍계사 벚꽃 놀이는 오래 전부터 해마다 되풀이되는 행사, 예전에는 혼자 다녔고 지금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요일 오전 11시 출발, 차량은 다섯 대, 오후 무렵 남원 광한루에 도착한 일행은 나의 안내에 따라 광한루 앞 연못에 떠있는 三神山(삼신산)을 밟았다.

 

행락객 적지 않았고 날씨도 청명했지만, 나는 다소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들에게 얘기했다. 당신들이 이제 신선들이 거하는 세 개의 仙山(선산)을 밟았으니 한 해 동안 유효한 神仙牌(신선패)를 이제 발급한다고.

 

누군가 물었다, 그러면 한 해 지나면 無效(무효)인가요 하고.

 

나는 답했다, 당연 효력이 없다, 그러나 올 한 해만은 당신들은 이제 神仙(신선)이라고, 아쉬우면 내년에 또 오면 될 것이 아니냐고.

 

내가 한해의 풍류를 시작하는 때는 남원 광한루 연못의 三神山(삼신산)에서 신선패를 발급받은 다음부터라고 강조했다.

 

‘신선패’를 받으면 신선의 눈이 열리고 신선의 몸과 마음으로 한해를 살게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홀로 고개를 들어 광한루 누각에 걸린 廣(광),寒(한),樓(루) 세 글자를 가슴에 새겼다. 특히 차가울 寒(한)자를.

 

누각의 이름은 姮娥(항아)가 사는 달 속 궁전인 광한전(廣寒殿)에서 따왔다. 보름의 달빛은 눈부시게 차가우니 그 빛이 땅에 내리면 서리와 같다고 한 시인의 말처럼, 나는 그 寒氣(한기)를 무한히 좋아한다.

 

이로서 쌍계사 벚꽃 놀이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서둘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쌍계사 벚꽃놀이 도사인 내가 아닌가!)

 

남원 川邊(천변)의 벚꽃도 구경하고 강바람도 쏘이면서 그리고 식당에 들러 파전과 다슬기 탕, 미꾸라지 튀김을 안주로 해서 막걸리를 천천히 즐기다가 저녁 6시 해질 무렵, 우리 일행은 구례 밤재 터널을 지나 멀리 구례 읍내가 보이는 19 번 국도의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쌍계사 방면에서 빠져나오는 차들은 많았으나 들어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우리 일행의 차량이 전부였다. 막힘없이 달리는 차중에서 쾌재로다 하면서 머리 위로 늘어진 벚나무를 즐겼고 또 섬진강의 흰 모래톱과 맑은 물색을 감상했다.

 

청명 무렵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단연 19 번 국도 섬진강 길이리라!

 

하지만 막상 쌍계사 입구에 들어서니 나오는 차량은 물론 엄청 많았고, 들어가는 차량도 적지 않았기에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차량은 줄어들더니 어느덧 앞이 툭 하고 터졌다. 일행의 차들은 언덕길을 수 킬로 달려서 숙박지인 ‘쉬어가는 누각’에 도착하니 저녁 8 시 무렵이었다.

 

여전히 서둘 이유가 없어 모텔에서 제공하는 별미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을 마친 우리 일행은 방에 모여 술과 안주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계곡 물소리는 수량이 적어 아직 크지 않았다.

 

밤 11시가 넘을 무렵 나는 일행들을 이끌고 차를 타고 조명등으로 장식된 벚꽃 전망대로 내려갔다. 속으로 처음 보는 너희 촌놈들은 꽤나 많이 놀라겠지, 출세한 줄 알어, 이것들아 하면서.

 

색색의 불빛을 받아 빛나는 환상의 밤 벚꽃 궁륭 아래를 거닐며 일행들은 시간을 즐겼다. 이럴 땐 사실 ‘야사쿠라’라 해야 말이 맞다.

 

행락객은 거의 보이지 않으니 이로서 쌍계사 벚꽃 길은 우리 일행들의 차지, 그러니 신선들이 접수한 놀이터가 되었다.

 

한참 놀던 우리 일행은 밤 1시 무렵 산장으로 돌아와 다시 술좌석을 펼쳤다. 언제나 그렇듯 간단하게 마칠 생각이었으나 꼭 갱판을 치는 신선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제 잠에서 깨었으니 그냥 잠들 순 없다고 우기는 몰지각한 신선으로 인하여 김홍도 그림에 등장하는 群仙會(군선회)의 술자리 놀이는 새벽 4시 너머까지 이어지니 신선들은 망가지고 녹초가 되었다.

 

하기야 술 취한 신선 역시 풍류의 격이 있으니 늦은 밤 반주음악도 없이 생목으로 고래고래 악을 쓰며 노래하는 醉仙會(취선회)로 마무리가 되었다. (산장 주인장 부처는 아마도 욕 좀 했겠지만, 아침 산채정식을 내놓을 적에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생긋 미소를 지어주셨다.)

 

월요일 아침, 창밖을 보니 봄빛이 더 없이 투명하고 맑았다.

 

우리 일행은 수십 가지 산채나물에 하동 재첩국으로 차려진 정식을 들고 나서 베란다에서 한참 봄빛에 겨워 흥겨운 대화를 나누다가 정오 무렵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화개장터 입구에서 좌회전을 해서 남도대교를 통해 강 건너편의 861 번 도로로 들어섰다.

 

나는 이 길을 솜사탕 길이라 부른다. 건너편에서 보면 분홍빛 솜사탕이 연이어지기에 그렇다. 또 櫻花龍(앵화룡)이라 부르기도 한다. 연분홍 벚꽃이 용처럼 띠를 이루기에 그렇다.

 

강변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 봄빛을 즐겼으며 멀리 하동 쪽으로 흘러나가는 섬진강을 다시금 눈에 담았다. 내년에 다시 올 것이니 하면서 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쌍계사 벚꽃 놀이는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사실상 막을 내렸다. 남은 것은 歸還(귀환), 열심히 액셀을 밟아대는 그런 작업이었다.

 

구례 밤재 터널을 지나면서 멍청하게 신선패를 분실한 제자도 있을 것이고 소중히 여미고 돌아온 제자도 있을 것이다. 그거야 자유지 뭐.

 

봄빛 벚꽃 놀이를 賞春(상춘)한 제자도 있을 것이고, 봄빛에 다치고 벚꽃 터널을 지나며 그만 살을 데어 傷春(상춘)한 제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또한 너희들 자유지 뭐.

 

어찌 되었든 나는 이로서 올 한해 유효한 神仙牌(신선패) 발급 장사를 무사히 마쳤다.

 

오늘 밤 역시도 쌍계사 계곡은 서늘하고 유정한 바람에 그 많은 벚나무 가지의 꽃들이 모두 일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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