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 투기, 아파트 투기 2. 금은 화폐인가? - 미제스와 마크 파버
금은 화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금은 화폐가 아니다, 입니다.
과거에 화폐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대답할 수는 있겠습니다.
금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 중에, 금을 단순한 상품의 한 가지로 보면 안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저의 지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내용 중에 가장 많은 것도 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금을 단지 원유나 철, 구리 같은 원자재 상품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입니다. 금가격이 폭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종이돈’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피난처이기 때문에 오르는 거라고 합니다. 즉 금도 가치의 저장수단인 ‘돈’이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분명 금을 ‘상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은 단순한 상품인데 여기에 ‘과거에 대한 추억’이 덧붙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추억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금가격이 지나치게 상승을 지속하면서 향후 장기하락을 위한 위치에너지를 자꾸 높이는 것을 보니, 이번에 대중들이 금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을 영원히 날려버리려는 모양입니다.
경제학자들 중에서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폈고,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친 학자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미제스입니다.
요즘 금에 관한 믿음을 가장 강하게 설파하고 있는 사람은 닥터 둠 마크 파버인데, 그는 미제스를 스승으로 생각합니다(마크 파버도 경제학 박사입니다). 저는 또 마크 파버를 스승과 같은 반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저서 ‘내일의 금맥’은 정말 굉장한 책입니다. 저의 책에서 ‘내일의 금맥’을 여러 번 인용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금에 대해서는 스승으로 생각하는 마크 파버와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자도 스승과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스승과 다른 견해를 제자 스스로 세울 수 있을 때, 스승에게 정말 제대로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 파버와 저는 ‘권위’에 있어서 비교 대상 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가지고 평가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애초부터 저의 글을 읽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글로부터 어떤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셔야 할 것입니다.
마크 파버의 금에 대한 믿음은 그의 스승 미제스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런데 미제스가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했을 때 금본위제가 완전무결한 화폐제도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금본위제 역시 많은 결함을 가진 화폐제도이지만, 정부가 무책임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화폐제도보다는 나은 차선책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장이 스스로 선택한 제도가 금본위제였기 때문에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저는 미제스가 오늘날의 사태 진행을 본다면 결론을 수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미국의 통화 발행 과정을 보면, 정부가 일체 개입하지 못하고 있고 전적으로 Fed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미제스가 이를 본다면, 오늘날의 신용통화(credit currency) 시스템은 과거에 정부가 무책임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그린백 시스템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장이 금본위제를 버리고 신용화폐를 선택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마크 파버도 이와 같은 상황 전개를 충분히 깨달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생각을 좀 더 알고 싶어서, 오프라인의 강연에서는 뭔가 다른 생각의 실마리를 전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그가 왔을 때 참석해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강연장에서 펼쳐보인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그의 글이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물량)을 커버하기 위해, 그리고 이번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통화 발행을 계속 늘려나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달러보다는 금이 낫다는 것입니다.
(마크 파버의 꽁지머리를 발견한 것이 그나마 작은 수확(?)이었습니다. 양복 상의를 벗어버리고 넓은 무대를 왔다갔다 하며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는 강연을 펼쳐보이더군요.)
저는 마크 파버 정도면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럴까 하는 것이 계속 의문이었습니다. 혹시 그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스승과 같은 반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불경죄를 저지르는 듯하여 스스로 황급히 생각을 돌리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작년 10월초 매우 적절한 시점에 미국 달러가 더 이상 고평가됐다고 할 수 없으며, 시장의 쏠림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되튀어오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매우 적절했던 시점에 달러의 강세 반전을 지적했던 것을 보면 역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서 매우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도 시장의 지나친 쏠림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되튀어오를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의 블로그를 뒤져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요새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아쉽습니다.)
결국 마크 파버는 금본위제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신용통화 시스템과 그린백 시스템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날의 화폐제도가 여전히 그린백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견해를 고수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마크 파버는 저와 ‘권위’가 비교 조차 안될 뿐더러 현재까지 시장의 진행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맞춘 셈이 되어 저의 글이 참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부디 논리가 스스로 납득이 되는지를 보고 판단해주십시오, 라고 말씀드려야할텐데 이도 역시 설득력이 참 떨어질 듯 합니다 ^^
금가격이 오르는 밑바탕에는 ‘종이돈’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합니다. 국가에서 종이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으니 실물자산이자 안전통화로서 금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참 간결하고도 분명한 논리로 보이긴 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화폐는 ‘종이돈’이 아닙니다. Fed는 종이돈을 찍어내서 공급하지 않습니다.
Fed의 결정에 따라 국채를 매입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본원통화를 제공할 때는,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금 계정에 들어있는 지급준비금의 액수를 높여줍니다. 전산 상에 존재하는 회계시스템의 숫자 기입을 높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보면 종이돈 시스템보다 더 취약해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에서 통화량은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의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신용화폐(credit money)는 그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credit)에 의해 떠받쳐지는 것입니다.
금은 실물에 의해 떠받쳐진다고 합니다. 반면 종이돈은 이를 떠받쳐주는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는 철저한 오해입니다. 오늘날의 돈은 종이돈이 아니며, 아무런 뒷받침을 하는 가치를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credit)에 의해 떠받쳐지는 것입니다.
이게 신용화폐(credit money), 신용통화(credit currency)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갖는 진정한 의미이고, 오늘날의 현대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신용통화 시스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해는 저의 책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곳 게시판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물리적인 공간 제약으로 불가능합니다.)
오늘날의 신용화폐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의 크기에 의해 발행이 제한되고 그 가치가 떠받쳐진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이번 2차 양적완화 결정에 따라 Fed는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금 계정의 액수를 높여주었습니다. 평상시라면 시중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을 모두 다 대출(=신용창조)의 종자돈으로 써버리기 때문에(더 구하지 못해서 안달할 것입니다), 바로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시중의 대출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들마다 지급준비금이 그냥 계정 안에 쌓여있는 상태입니다(초과 지급준비금). 여기에 더하여 Fed가 지급준비금을 더 높여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시중의 대출수요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말은,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으나 은행이 보기에 못미더워서 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하는 것입니다)은 그 사회가 자신의 신용을 다 써버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신용팽창으로 신용을 다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을 다 써버리게 되면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공급을 늘려도 그 사회 내에 존재하는 돈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자동으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정확히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현재 미국에서 종이돈은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종이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는 말은 무지의 소산이거나 거짓말입니다). 따라서 종이돈으로 측정한 금가격이 올라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투기에 의한 가수요 또는 거짓말에 속은 수요 외에는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현대 경제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신용통화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다면 금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하이퍼인플레로 가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지난 글들을 통하여, 선진국들은 하이퍼인플레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현재 미국과 EU에서 신용통화 시스템의 붕괴를 보고 있는 것일까요? 반대로 거품의 붕괴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투기에 휘말리고 있는 주가와 원자재가격을 보지 말고, 부동산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택가격이 재차 하락하고 있는 중이고, 인플레를 불러일으키려는 Fed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중입니다. 절대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품의 붕괴는 신용통화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플레와 공황으로 가게 되면 금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금가격이란 무엇인가? 달러로 표시된 것입니다. 디플레로 인해 달러의 통화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달러 표시 금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가끔 금이 디플레와 공황 대비용이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금은 하이퍼인플레 대비용입니다. 신용통화 시스템 붕괴 대비용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태는 신용통화 시스템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2차 양적완화’라는 거창한 단어에 속아 인플레 기대심리(이게 Fed가 의도하는 바이기도 합니다)를 갖게 되고, 달러인덱스가 크게 하락했습니다만, 객관적인 사실은 달러의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달러가 귀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달러표시 금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분명 비논리적인 판단입니다. 지금은 지난 1980년대와 매우 유사합니다. 금가격은 앞으로 20년 이상 장기 대세하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사태는, 공황에 당면한 위기 속에서도 신용통화 시스템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원칙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신뢰가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게 선진국들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후진국들에 비해 앞서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바로 중국을 거론하는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촉망받던 남미 국가들이 원칙과 신뢰를 유지하지 못해서 주저앉았고,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 역시 원칙과 신뢰를 유지하지 못해서 지금 20년째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 결과가 달라지길 기대할 수 있는 여지조차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을 능가하고자 한다면 간단합니다. 선진국들보다 더욱 원칙과 신뢰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간단한 것이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도 우리나라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했습니다. 자국 국민들조차 그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데, 외국인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요?
간혹 미국에서 통화량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양적완화로 넘쳐나는 달러가 이머징 국가(중국이나 우리나라)로 유입됨으로써 이머징 국가의 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꼭 킨들버거의 책 ‘광기, 패닉, 붕괴’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머징 국가들에 선진국들로부터 자본이 몰려들고 나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생생한 사례가 그득합니다. 후발국가들은 역사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실제 벌어졌던 일들로부터도 배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넘쳐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는 외국계 자금들은 대부분 조세회피구역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외국인 대규모 순매수 기대치 낮춰라. 아시아경제
별도의 글에서 살펴볼 예정이지만 지난 9월 미국의 무역수지는 하락추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 의존하는 이머징 국가들이 처하게 될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금가격이나 주가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판단은 사실 간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간단하기 때문에 어려운 듯 합니다.
현재의 상황은 시장의 쏠림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에라도 금가격과 주가의 지속 상승을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상당히 심각한 대한민국 (0) | 2010.11.27 |
---|---|
아직은 낙관론이 우세한 이유 (0) | 2010.11.23 |
도이치방크 단일 구좌에서 드러난 어제의 드라마틱한 상황 전개 (0) | 2010.11.13 |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상상 (0) | 2010.11.12 |
미국 중간선거 결과,양적완화 정책- 중국과 정치,경제적 관계 (0) | 201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