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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개혁법이 의미하는 것

경제일반(국내)

by 21세기 나의조국 2010. 8. 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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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개혁법이 의미하는 것
 
 

1. 미국 금융개혁법이 의미하는 것

2. 구체적인 내용, 그에 대한 평가, 나타나고 있는 양상

3. 유럽의 경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7 21일에 금융개혁법안(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법안의 영문 명칭을 보면 월스트리트 개혁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도드-프랭크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핵심은 방만한 금융을 규제하기 위한 금융규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언론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 글에 계속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아래에 제시하는 그래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기사: '75년만의최대개혁' 금융법안, 무얼담았나머니투데이2010.06.26

 

다음 그림은 신현송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시했던 그래프입니다. 크기가 좀 작긴 합니다만 추세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기에 아주 유용합니다.

 

이 그래프는 미국의 기업(금융기관이 아닌), 가계, 일반 상업은행, 투자은행 각각의 자산규모가 지난 1952년 이래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비교해서 나타낸 것입니다. 1952년에 각각 보유하고 있던 자산 규모를 1로 보았을 때 2006년 중순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표시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를 친 그래프가 투자은행의 성장추세입니다. Y축이 로그척도임에 유의해주십시오. 일반은행이 100배 미만으로 성장하는 동안 투자은행은 1000배 가까이 성장했으니 10배나 빠르게 성장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성장속도의 격차는 80년대 이후부터 현격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은 신자유주의 사조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득세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신자유주의 사조로 인해 각종 규제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대공황 기간이던 1933년에 글래스-스티걸 법을 제정하여 하나의 은행이 전통적인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예대업무, 고객의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것)와 투자은행의 업무(=증권업)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위험한 투자은행 업무를 과도하게 수행하던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면서 예금고객들이 예금자산을 날리게 된 것이 대공황의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예금을 무분별한 위험 거래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치였습니다.

 

1933년 이래 죽 시행되어 오던 글래스-스티걸 법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들어 신자유주의 사조가 득세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됩니다. 1986년에는 상업은행이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허용되었고, 이후 1999년에는 법안이 공식적으로 아예 폐지되어버립니다.

 

위 그래프의 추세를 보면, 이와 같은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금융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그 결과로 모기지가 MBS, CDO로 증권화되고, CDS 거래가 급증하는 등 각종 파생상품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은행들이 급성장하게 됩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일반 상업은행들이 위험하다고 여겨 피해오던 거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첨단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실제로 고수익을 올리면서 지난 30년간 투자은행들은 일반 상업은행들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온 것입니다.

 

결국 고수익에 고성장을 이룬 투자은행 모델은 전 세계의 찬탄 대상이 됩니다. 투자은행=선진금융, 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입니다. 금융후진국인 대한민국 조차 투자은행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서두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두 알고 있지요.

 

투자은행들이 내세우던 첨단 금융공학은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단 한 가지 사실로 인해 간단히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신용이 취약한 서브프라임 등급 대출자들이 채무불이행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투자은행들은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 이제는 프라임 등급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결국 첨단 금융공학은 리스크를 관리해왔던 것이 아니라, 그냥 위험 거래를 무분별하게 확대해왔을 뿐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입니다. 그동안은 주택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니 고수익을 냈던 것, 즉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투자은행들의 덩치가 워낙 커졌고, 파생상품을 통해 전체 금융시스템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일시에 전체 금융시스템이 붕괴위기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투자은행들만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확대된 것이 2008년 말의 금융위기입니다.

 

결국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시켰으나 나머지 투자은행들은 파산시키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수혈하여 살려내야 했습니다.

 

미국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지만, 5위 베어스턴스는 JP모건에 인수되고, 3위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습니다. 1위 골드만삭스와 2위 모건스탠리는 스스로 상업은행 기능을 추가하여 금융지주사로 전환했습니다.

 

이제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모두 상업은행+투자은행이 된 셈입니다. 그 결과 투자은행이 독자적으로 존립하는 모델은 끝났지만, 상업은행과 합쳐져서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더욱 거대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전개는 당연하게 금융에 대한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동안 투자은행들이 벌여놓은 업무가 무분별하게 위험거래를 확대해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는데, 투자은행이 일반 상업은행과 합병했으니 그대로 두면 일반 상업은행의 고객 예금이 아무런 규제없이 위험거래에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투자은행을 흡수한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국민의 세금)을 받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은행 본연의 업무)을 회피함으로써 파산이 증가하도록 방치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돈 놀이(=투자은행 업무)에만 열중하여 수익을 냄으로써 비판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들끓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막대한 보너스 지급을 강행함으로써 여론의 분노를 샀습니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대한 미국민들의 분노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도 높은 금융 규제법안 추진에 정치적인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난 7 21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서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결국 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의 겸업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투자은행을 인수한 통합 은행들이 고객의 예금(상업은행의 업무)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투자은행의 업무)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글 참조) 고객의 예금을 무분별한 위험 거래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치이자, 은행의 규모가 너무 비대해짐으로써 또 다시 대마불사 논리(too big to fail)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대공황으로 인해 제정, 시행되었던 ‘글래스-스티걸 법’의 취지와 내용 그대로이며, 그 부활을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역사는 반복되고 있지요.

 

이와 같은 금융규제는 오히려 시기에 늦은 것일 뿐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다만, 이는 한 편으로 신용수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조치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투자은행들의 공격적인 파생상품 투자확대는 신용팽창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신용창조는 은행이 대출 대신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때도 일어나게 됩니다. 은행이 증권을 매입할 경우, 매입대금을 증권 매도자의 예금통장 잔고를 증가시켜주는 것으로 지불하게 되면, 증권매도자가 쓸 수 있는 신용통화가 증가하게 됩니다. 은행이 대출을 시행했을 때와 똑같은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2008년에 당시 뉴욕 Fed의 총재였던 가이트너는 한 강연을 통해서 당시 투자은행의 자산규모와 일반 상업은행의 자산규모를 비교해서 적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07년 초에 당시 5대 투자은행의 자산규모 합계는 4조 달러였고, 5대 상업은행 지주회사들의 자산합계는 6조 달러, 미국 상업은행 전체의 자산규모는 10조달러 였다고 합니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터져나오기 직전 시점에, 전체 모기지의 3분의 2를 투자은행들이 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투자은행과 일반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부문(지난 세월 동안 일반 상업은행들도 고수익을 좇아 너도나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는 편법을 동원하여 투자은행의 업무영역으로 진출했습니다)의 자산합계가 전통적인 상업은행들의 자산합계를 넘어섰다고 추산합니다.

 

이 얘기는 다음 그래프가 보여주는 지난 30년간의 과도한 신용팽창 중 절반 정도는 투자은행(과 일반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부문)의 활동 결과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제 금융규제법안으로 인해 투자은행의 활동은 현격한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위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는 신용팽창 중에서 절반 정도가 제한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제정된 금융규제법안은 위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GDP 대비 370%가 넘도록 신용이 팽창하기 전에, 무분별한 위험거래 확대(=신용팽창)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졌더라면 가장 좋았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잔뜩 신용이 팽창할 대로 팽창한 시점에 규제가 이루어지면, 이미 팽창한 신용의 수축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통화량도 수축하고 경제활동이 수축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 그래프가 의미하는 것, 이제 미국에서 금융개혁법(금융규제법)이 시행된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가만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미국에서 금융개혁법(금융규제법)이 시행된다는 말은,

지난 30년과 같은 팽창의 시대로 돌아갈 방법은 이제 없다는 얘기입니다.

과거와 같은 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지난 30년간이 신자유주의의 시대, 규제완화의 시대, 팽창의 시대였다면,

이제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규제의 시대, 수축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이제 30년 팽창의 시대를 거쳐 한동안 수축의 시대를 거쳐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두 편의 글은 내일 아침까지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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