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에서는 지난 5월의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발표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4.6%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케이스실러 지수를 가지고 시장상황을 판단할 때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분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어제 발표된 최신 수치가 지난 5월말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3개월 이동평균가격입니다. 즉 3, 4, 5월의 평균가격입니다.
집계기준이 이와 같으므로 케이스실러 지수는 부동산 시장의 중기흐름을 판단할 때 사용해야지, 지금 현재의 상황을 판단할 때 사용하기는 곤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어제 케이스실러 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4.6% 상승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정작 이 지수의 창시자인 칼 케이스 웨슬리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 건설 시장은 진흙탕 속에 빠져있으며, 주택 시장은 바닥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매우 비관적인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3, 4, 5월의 평균가격은 주택구매자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떠받쳐진 것일 뿐이고, 뒤이어 6월에 ‘체결’된 주택매매 계약에서는 이미 눈에 띄는 가격하락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CalculatedRisk의 다음 글이 주택가격 하락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관련 글: Survey shows house prices falling in June, but long wait for house price indexes
CalculatedRisk는 윗 글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인 캠벨 서베이사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6월에 체결된 거래계약에서, 즉시 입주가 가능한 압류주택 매물의 경우는 5월에 비해 가격이 6.8% 하락했고, 정상적인 매물의 경우는 4.6% 하락했습니다.
윗 글 중에서 다음과 같은 어느 부동산 중개인의 언급을 소개한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Prices are dropping…same house that had 2 showings a day in April with hopes of a closing by June at $139,000 now gets a showing of just on-e a week if we are lucky and at $129,000,”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똑 같은 집을 4월에는 139,000달러 정도의 가격에 하루 2명 정도가 집을 보러 왔었는데, 지금은 129,000달러 정도의 가격에도 일주일에 한 명 정도가, 그것도 운이 좋아야 그 정도가 집을 보러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언급을 보면, 미국 주택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수심리가 위축되어 주택 거래 자체가 극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앞으로도 가격하락이 추세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근거는 여러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가 집계하고 있는 주택매물 재고는 2010년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5월에는 8.3개월치이던 것이 6월에는 8.9개월치로 늘어났고, 협회가 예상하고 있는 7월의 재고는 10개월치입니다.
미국의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서 집계하는 모기지 연체건을 살펴보면, 지난 1분기말 현재 심각한 연체상태(90일 이상 연체 + 압류)에 놓여있는 대출건수가 430만건입니다. 09년 3분기말 현재 400만건에서 증가했습니다.
MBA의 수석 Economist인 Jay Brinkmann은 심각한 연체상태에 돌입한 이들 대출건수를 Shadow inventory(그림자 재고, 그늘 속에 숨어있는 재고)라고 부릅니다. 90일 이상 연체상태라면 대다수가 압류에 들어가서 결국은 악성매물로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972년 이래로 줄곧 모기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분석해온 MBA의 기록에 따르면, 이 그림자 재고가 먼저 줄어들지 않는 한 주택가격의 하락은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Jay Brinkmann은 줄곧 이들 그림자 재고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MBA의 통계 역시 최신 자료가 지난 1분기말 현재의 자료로서, 집계되고 발표될 때까지 시차가 많습니다. 2분기말 현재의 기록을 알려면 8월 19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기사를 보면,
관련 기사: 美 2Q '빈 집' 전년비 증가..공실률 2.5% 아시아경제
지난 2분기의 주택압류 건수가 26만99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분기에도 그림자 재고가 더욱 늘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들은 모두 사전에 예측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글,
에서 다음 그래프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위 그래프가 의미하는 것은, 2009년은 ‘모기지 사태’가 잠시 숨을 돌리면서 쉬어가는 해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2차 파고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그림자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 그래프가 제시했던 상황과 부합하는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제가 그 동안 여러 번 소개드렸던 개념도입니다만 다시 한 번 소개드립니다. 앞으로 미국경제는 이 개념도가 제시하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악순환을 반복해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8월 1일에는 다시 잠정(pending)주택매매 지표가 발표됩니다. 지난 6월에 얼마나 많은 주택거래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미국의 주택매매 지표는 발표될 때마다 시장의 관심을 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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