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각국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 현재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신용경색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유럽계 투자자금이 이머징마켓에
서 자금을 회수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유동성이 가장 좋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먼저 자금이 이탈하고 채권, 단기
차입 순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반대로 단기차입, 채권, 주식 순으로 나타
날 가능성이 높다. 단기차입금의 이탈이 나타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가장 클 수 있다는 것이다.
◆ 단기차입금 또 사라지나
=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주
식 투자자금은 85억2000만달러로 외국인 보유 주식의 4%에 달했다. 2008년 12월
부터는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채권의 경우 주식보다 순매도 기간도 길고, 빠져나간 자금도 많았다. 2008년 9월부
터 2009년 4월까지 8개월간의 순매도 기간에 외국인은 국내에서 113.7억달러의 자
금을 회수했다. 이는 외국인 채권 보유액의 24%에 달한다.
단기차입은 규모가 더 컸다. 국내에 단기차입 형태로 들어와 있던 외국인 자금은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68억4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전체 단기차입
금의 38%가 사라졌다.
5월 말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ㆍ채권 보유액은 각각 2645억달러, 622억
달러고 단기차입금은 1114억달러(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 중에서 32.5%(주식), 29.1%(채권), 22.3%(단기차입금)가 유럽계 자금이다.
만약 이번 유럽발 재정위기로 비슷한 수준의 자금 이탈이 일어난다면 주식 자금의
경우는 최대 107억달러, 채권은 149억달러, 단기차입금은 423억달러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총 679억달러가 일거에 빠져나간다 해도 5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
액 규모(2702억달러)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기는 하지만 이 과
정에서 나타나는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악 경우 원화값 달러당 1300원
= 지난 5월 그리스 재정위기 직후 국내 금융시장 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외
환시장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6월 들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고, 채권은 유럽발 악재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순매수세였다. 하지만 지난 5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한 달 새 4.7%가 떨어졌고, 6월에도 3.9% 이상 빠졌다.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각종 대책을 내
놓기는 했지만 당장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하반기에 만약 유럽발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비관 시나
리오) 달러당 원화값은 올해 말 130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원화값은 올해 말 1220원까지 떨어질 수 있겠지
만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원화값은 연말 1100~1150원까
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위기 이후 국내 외환시장이 외부 악재에 취약하다는 점은 알려졌으나 아직
까지 이를 개선할 만한 방법은 딱히 못 찾은 상태다.
때문에 지난 5월에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86억달러나 급감했다.
물론 외환보유액 감소는 유로화 파운드화 약세 등으로 인해 이들 통화표시자산에
대한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한 데 주로 기인하지만 정부 개입 물량도 무
시할 수 없다. 5월 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이 하루 중 35원 이상 급락하자 외
환당국은 하루에 30억달러 이상 매도 개입 물량을 풀어주는 등 상당량의 외화를 소
진했다. 원화값이 한 달간 190원 이상 급락했던 2008년 11월에도 외환보유액이 100
억달러 이상 급감한 적 있다.
근본적으로는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원화가 대외환경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하
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말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신인도를 잃은 유로화
도 하루 최고 1%가 떨어진 반면 원화값은 하루에 3%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결국 최근 진행 중인 외환시장 안전장치 도입 등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 부분은 근
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기자 / 김병호 기자 / 한예경 기자 / 안정훈 기자 / LG경제연
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 / 배민근 책임연구원 / 정성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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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1 17:14:03 입력, 최종수정 2010.07.01 19: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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