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 논쟁, 크루그먼 vS 루비니ㆍ퍼거슨
기사입력 2010-07-02 오전 11:36:31 ⓒ PRESSian Corp.프레시안
미국의 경제가 올해 상반기 3%(연율로 환산한 추정치)의 성장을 보이고, 7월1일부터 시작된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이른바 '더블딥'에 빠질 것인가?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우리는 현재 제3의 불황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G20이 최근 합의한 긴축 기조가 본격화되면 '더블딥'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시장은 '더블딥'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6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심지어 안전자산으로 꼽힌 달러와 금값마저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더블딥'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금값 하락은 그동안 유로화 약세를 예상해 유로화로 금을 선매수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최근 미국의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인지에 대한 '더블딥'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고용, 주택 이어 제조업 지수도 부진
실제로 이날 일제히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주택판매, 고용, 소비(자동차 판매) 지표는 물론, 미국의 경기회복세의 강력한 근거였던 제조업 지표, 즉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마저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50을 기준으로 제조업 경기 확장과 위축을 판단하는 이 지수가 60선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고용시장의 주요 지표인 신규 실업급여 신청건수는 2주전보다 1만3000건 증가한 47만2000건을 기록했다.
또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종료의 영향으로 5월 잠정주택판매는 전월대비 30%나 급감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6월 판매도 전년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전월대비로는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1.49포인트(0.42%) 하락한 9732.53으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하룻만에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장중에 1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가 장 막판에 그나마 회복한 것울 '불행 중 다행'으로 위안을 삼을 정도로 불안했다.
이처럼 시장은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 쏠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처럼 미국의 더블딥을 경고하는 비관론도 있지만 아직은 '더블딥까지는 아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최소한 '경기둔화'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JP 모건 펀즈의 수석 분석가 데이비드 켈리는 "시장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실제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나는 더블딥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시장의 가격은 더블딥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존 카날리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한달간 더블딥 가능성은 10%에서 20%로 올랐을 뿐인데 시장은 현재 50% 이상으로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비니 "유로존과 일본의 더블딥이 미국과 중국 경기둔화 초래"
주목되는 것은 '금융위기 전문가'로는 첫손에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29일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방송 <CNBC>에 출연해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이 더블딥을 겪기보다는 올해 GDP 증가율이 상반기는 3%에서 하반기는 1.5% 정도로 둔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정작 더블딥은 유로존와 일본이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과 일본이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미국에게 타격을 줘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다시 미국의 경기둔화가 유럽과 일본의 더블딥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다.
루비니의 이런 전망에 대해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로 유명한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도 동의했다. 퍼거슨 교수는 <CNBC>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 상황은 미국보다 유럽 쪽이 취약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점에 대해 루비니의 견해에 동의한다"면서 "미국의 경제는 축소되기보다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는 무엇보다 유럽이 부채 문제뿐 아니라 은행권의 부실도 심각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퍼거슨 교수는 "유럽의 은행들은 미국보다도 훨씬 많은 레버리지를 안고 있으며, 유럽 정부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다지 넉넉한 재정 동원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그리스의 위기는 그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퍼거슨 교수는 유로존과 비교하면 미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13조 달러가 넘어서고 2012년이면 GDP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IMF 추정)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는 크루그먼 교수가 처방하듯 경제규모를 키워 부채 비율을 줄이는 식으로 해결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장기간에 걸쳐 허리띠를 졸라매며 갚아나갈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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