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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보니 더욱 짠하네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0. 6. 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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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보니 더욱 짠하네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선진국형 추모공원, 김해 봉하마을

(매일신문 / 권성훈 / 2010-06-19)

 


지난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이 선진국형 추모공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추모 묘역뿐 아니라 주변 산책로까지 잘 정비돼 있어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가, 사저, 추모의 집,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만든 역사관, 기념관 등 주요 건물도 완공됐다.

 

‘자살한 대통령을 왜 찾느냐’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아니라 순수하게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조성하고 만들고 있는 공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장돼 있는 가로·세로 2m 정도의 너럭바위와 그 주변에 1만 5천 개의 국민 참여 박석들이 깔려 있다. 박석에는 짧은 문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있다. 1개당 5만 원 이상으로 모두 1만 8천 명이 신청해 그 돈이 추모 묘역을 조성하는 공사비로 쓰였다.

 

현 정권에는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큰 부담이 되겠지만, 봉하마을이 국민들이 찾는 추모 명소가 되는 것은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가장 추모객이 적다는 월요일인 이달 14일 대구에서 1시간 20여 분 걸리는 봉하마을을 찾아갔다.

 

◆ 연령·지역을 넘어선 추모객들

 

가능하면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말마다 3만~5만 명이 이곳을 찾는 바람에 입구부터 막혀서 아예 봉하마을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잖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중에 휴가를 내거나 특별히 시간을 내서 오는 편이 봉하마을을 오롯이 둘러보고 가기에 더 좋다. 노 전 대통령을 돌아볼 공간은 곳곳에 많다.

 

기자는 이날 봉하마을에 온 추모객들을 성별·연령대별로 짐작해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신기하게도 단 1명도 거절하는 이가 없었다. 또 우연찮게도 다들 각지에서 사연을 담고 온 추모객들이었다.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기차를 4번이나 갈아타고 온 32세 동갑내기 여성들. 최영신·함미연·최윤정 씨는 대학교 동창으로 봉하마을에 오기 위해 같이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경기도 북부 행신역에서 출발, 서울역과 동대구역을 거쳐 밀양역으로, 또다시 진영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이곳에 왔다. 이들 3인은 “벼르고 별러서 찾아왔는데 막상 와 보니 추모 묘역이 잘 조성돼 있어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광주에선 특이한 추모객들이 찾아왔다. 공무원인 서양호(39) 씨가 어머니와 장모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3시간 30분을 달려 이곳에 찾아온 것. 사돈끼리 손을 꼭 잡고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씨의 장모는 “노 전 대통령이 경상도 사나이지만 5공 청문회 때 광주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준 뒤로 팬이 됐다”며 “정말 오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전라도 말로 참 짠하네!”라고 말했다.

 

전북대 농업대학원 여성리더십 과정을 밟고 있는 30여 명은 단체 관광버스로 이곳을 찾았다. 김혜숙(48·전북 전주)·김운봉(50·전북 진안군) 씨는 “다들 좋다고 해서 왔는데 이곳저곳을 보니 노 전 대통령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네 살 손자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김정춘(62) 씨는 “묘역을 공원처럼 담담하게 잘 만들어 놓은 데다 주변 경관이 좋아 마음이 넉넉해진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미진(23)·진아(21) 씨 자매도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붐빈다고 해 가장 조용한 월요일을 이용해 가족끼리 찾아왔다”며 “가까운 곳에 있어도 오지 못했는데 와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봉하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그냥 하죠”

 

봉하마을로 가는 길에 진영의 제법 유명한 식당인 ‘마포집愛’에 들러서 점심을 해결했다. 식당 주인은 서울 마포가 고향인데 2년 6개월 전 노 전 대통령이 좋아 이곳 진영까지 와서 식당을 개업했다. 게장이 유명하다고 해 간장게장을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입구에 걸려 있었다.

 

언제 온 것이냐고 묻자 주인 최여산(43) 씨는 “퇴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3월에 오셨다”며 “봉하마을에 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많이 하고 간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밌는 얘기도 들려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이광재·안희정·이병완 씨는 우리 식당에서 갈비를 먹고 떡 하니 붙었는데 유독 삼겹살을 먹은 유시민 전 장관만 떨어졌습니다. 허허.”

 

최씨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 내외를 22년간 모신 최영 비서도 만날 수 있었다. 묘역에 도착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자 미니 포클레인에서 누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었다. 권양숙 여사의 운전기사를 하며 묘역 마무리 공사에도 손을 대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권 여사가 1주기 추모식 때와 지난 지방선거 투표 때 외에는 밖에 나오지 않으셨지만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전해줬다. “노 전 대통령이 많이 그립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가족들만 하겠습니까”라면서도 그리움이 사무친 표정을 지었다.

 

묘역 관리에 관한 질문을 하자 김경수 비서관을 불러줬다. 지금은 사람 사는 세상 봉하재단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김 국장은 “정부의 돈이 아닌 순수 국민 참여 성금으로 이 묘역이 조성됐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잘 받들어 봉하마을을 가꾸는 데만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추모 1주기를 맞은 지난 5월 23일 개장했는데, 많은 추모객들이 찾아와 잘 꾸며졌다고 평가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추모 묘역의 박석들에 길이 사방으로 나 있는 것은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마음껏 움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묘역 입구 수반(水盤)에는 깨끗한 물이 담겨 있으며 그 속에는 노 전 대통령의 별자리가 박혀 있다.

 

봉하재단 소속 관계자들은 모두 “봉하마을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마을의 표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국정 기조였던 국가 균형발전의 대표적 사례로 가꾸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4688&yy=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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