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위기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편의 글을 통해서 진행경과를 살펴보았습니다.
EU의 위기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경과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면, 그 출발은 그리스였습니다. (사실 두바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두바이도 결국 디폴트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문제가 처음 터져나왔을 때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은, 그리스 내부만의 문제이며 주변국으로 확산될 여지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남부유럽 전체가 돼지떼들(PIGS)이라고 조롱당하며 거명되기 시작했고, 특히 스페인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스페인에서 문제가 터지면,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그리스와 비할 바가 아니므로 진짜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그 결과 EU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7천500억유로(미화 1조달러 가량) 규모의 금융구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구제금융 규모를 뛰어넘는 전례없는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이로써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이번엔 PIIGS 국가 ‘여름 위기설’ 모락모락 동아일보
위 기사의 내용을 보면, 스페인이 7월에만 315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나옵니다.
[스페인 국채수익률 급등..떠도는 공포](상보) 연합인포맥스
결국 스페인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그리고 EU의 위기는 곧 피레네 산맥을 넘어 북상했습니다.
이번엔 佛·英?…유로존 신용 ‘줄하향’ 위기 헤럴드경제
위 기사를 보면, 프랑스의 예산장관 스스로가 프랑스에 주어진 최고등급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영국의 언론 역시 영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제 EU의 위기는 더 이상 남부유럽 국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유럽 핵심국들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핵심국들은 남부유럽 국가들을 돼지떼들(PIGS)이라고 조롱하고 있지만, PIGS 국가들의 과다한 부채가 문제가 되면 이들 나라에 대규모 대출이 나가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규모 구제금융도 제공하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들 나라 스스로가 상황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그리스는 입장을 번복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스 긴축 개혁안 후퇴하나? 헤럴드경제 |
IMF등과 수정안 협상 -----------------------------------
그리스가 긴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해서 그대로 지켜질 수가 없다는 말씀을 그동안 여러번 드린 바 있습니다. 결국 그리스 문제는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한편, 재정긴축 움직임은 실물경기의 후퇴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4월 유로존 실업률, 12년만에 최대 '10.1%'(상보) 아시아경제 재정위기에 유로존 경기후퇴 '가시화' 아시아경제
위 기사에 보면, BNP파리바의 애널리스트가 "일부 유럽국들의 내핍정책으로 국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당연한 얘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긴축정책이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EU의 긴축정책은 ‘지속적으로’ 경기후퇴를 불러올 것입니다.
EU의 금융 상황에 나타나는 심각한 신용경색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결국 아래의 기사에서 보듯이 EU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심각"[텔레그래프] 연합인포맥스
확산되는 유럽 위기 … 유로존의 운명은 중앙일보 (이 기사 중에는 유로존의 운명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내놓은 네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EU의 위기가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던 중에 지난 주말에는 동유럽으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헝가리에서 ‘디폴트’ 발언이 흘러나옴으로써 미국과 유럽 시장에 폭락을 불러왔습니다.
헝가리 국가부도 우려, 제2 그리스 되나 ? 헤럴드 생생뉴스
동유럽에서 문제가 터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 하면 동유럽은 서유럽, 남부유럽에 의존해서 경제를 꾸려왔기 때문입니다. EU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실물경제가 후퇴하고 신용경색이 심해지면 동유럽이 무사할 수는 없습니다.
헝가리 정부는 ‘디폴트’라는 단어를 언급했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즉각 과장된 표현이었다고 정정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올해 예상되는 헝가리의 재정적자 수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7.5%는 EU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EU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도 ’통계불신‘에서 디폴트 우려가 시작됐고, EU의 위기가 계속 확대되는 이유 중 하나도 ’끊임없는 불신‘입니다.
헝가리의 지난 정부가 예산에 있어서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 조치를 취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구체적인 ‘수치’들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상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이미 불이 붙었습니다.
만약 시장이 헝가리의 ‘디폴트’ 언급은 과장된 표현일 뿐 문제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이는 시장의 거짓말이 될 것입니다.
헝가리 경제는 08년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결과 09년에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해야 했습니다.(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09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3% 입니다.(이로 인해 헝가리의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헝가리의 ‘디폴트’ 문제가 주목받게 되었으니 헝가리는 올해도 강력한 긴축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말의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될까요?
헝가리는 이미 공황이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부유럽과 서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제대로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긴축정책’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EU의 위기를 돌아보면, 이 곳을 막으면 저 곳이 터지는 식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입니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여러번 EU의 위기(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위기)에 어떤 ‘해결’이란 없다고 말씀드려왔습니다.
해결책은 지난 글, 그리스, 유럽의 재정위기, 폭락, 이제 어디로...? 에서 보여드린 부채의 산더미를 해소하는 것 뿐입니다. 이를 디레버리지(deleverage)라고 부르고, 더 쉽게 말하면 공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EU(와 전 세계)는 공황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어떤 ‘해결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제 해결되었다’는 주장을 아마 반복할 지 모르겠지만, 나타나게 되는 결과는 지금까지의 패턴과 동일할 것입니다. 즉 이 곳을 막으면 저 곳이 터지는 식으로 점점 악화되어갈 것입니다.
결국 아래 기사에서 보듯이 독일이 상황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
獨, 유로국 '질서있는 파산' 대비 헤럴드 생생뉴스 |
유로존의 주도국인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파산 처리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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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슬슬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파산이 질서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투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가 파산하고 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CDS가 폭등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파산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EU의 여러 나라들에 대규모로 대출한 독일, 영국, 프랑스의 은행시스템이 일거에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나면 ‘
그동안 ‘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서 알지 못하면, 다시 직접 피해를 당하고, 그 결과를 눈으로 지켜봄으로써 알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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