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부동산 ‘버블 붕괴’ 되나
전통적인 부동산 성수기인 봄이 왔지만 주택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서울과 신도시, 수도권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물량에 대한 매수세마저 자취를 감췄다.
이같은 거래 부진은 인구 구조 변화(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정부 규제, 공급 과잉, 출구전략,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 여러 악재가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 자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 가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는 곧 금융 불안으로 번지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가져옴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부동산 및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억 낮춘 급매물도 입질 끊겨
인천, 경기, 신도시의 경우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9월 금융 위기 여파로 최저점을 기록한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수도권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2.6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인 인천, 경기, 신도시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금융 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5.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시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금융 위기 이후 떨어진 집값이 강남권 재건축 중심으로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금융 위기 때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금융 위기 이후 저점이었던 200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20.4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융 위기 때보다 더 큰 한파를 겪고 있다. 신도시가 -1.28%로 가장 컸으며, 경기도가 -0.76%, 인천은 -0.74%로 뒤를 이었다.
신도시 중에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지역은 2기 신도시로 파주 신도시가 -6.03%의 변동률을 보였으며 김포 신도시도 -5.70%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약세를 보였으며, 여기에 고양 원흥 등의 값싼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도 하락세를 도왔다. 경기도에서는 광주시(-4.11%)와 용인시(-3.18%)가, 인천에서는 중구가 -2.16%로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용인은 예전부터 버블 논란이 있던 지역으로 금융 위기 여파로 하락한 시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중구는 영종도에 위치한 운서동 중심으로 가격 하락을 보였다.
즉 최근 주택시장 침체는 전 지역에 걸쳐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특히 주택 공급이 집중됐던 인천, 경기지역이 시장 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상황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9억 원에 거래됐던 성남시 정자동 상록라이프 155㎡는 무려 1억7000만 원이 하락한 7억3000만 원에 급매물이 등장했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9억2000만 원까지 거래됐던 분당 이매삼성 153㎡는 1억 원 가까이 하락한 8억3500만 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9월 5억2000만 원에 거래되던 용인시 상현동 만현마을 6단지 쌍용 181㎡는 4억5000만 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5억3000만 원에 거래됐던 현대성우1차 165㎡도 4억7000만 원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평촌지역도 1억 원 가량 내린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거래시장은 조용하다. 평촌 무궁화금호 105㎡의 경우 지난 10월 5억 원에 거래되던 것이 1억 원을 낮춰 시장에 나왔다.
'반값 아파트'도 시장 침체 한 몫
주택 매수세가 얼어붙은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실물 경기의 더딘 회복세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시장 규제책도 거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집값 상승 및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DTI 규제를 기존 해당지역인 강남 3구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했고 10월부터는 적용 대출기관에 제2금융권까지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말 기준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지역과 경기 인천지역에서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년보다 2.1% 증발했다.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감면 종료 등으로 수도권지역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된 것도 집값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 받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바로 '인구 구조의 변화'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대책으로 보유 주택을 팔려는 경우가 늘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단 분석이다.
여기에 값싸고 입지 좋은 곳에 정부가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도 신빙성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이 장기적으론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미분양 적체 심화, 거래 두절 등으로 시장 침체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경기 서남부 보금자리 예정지 인근의 기존 아파트값 하락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차 지구 발표 후 지난 4월 초까지 예정지 인근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부천 범박동과 시흥 은행동이 각각 1.51%, 0.65%씩 떨어졌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분당급 규모의 광명 시흥은 물론 곧 분양을 앞둔 2차 보금자리주택과 3차 보금자리주택, 또 올해 안에 4차까지 추가 발표한다고 하는 상황이니 무주택자들은 보금자리만 기다리느라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을 사람들이 폭탄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인근 전세시장은 강세를 띄겠지만 매매시장은 금융 규제가 유지되는 한 초토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기존 매매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된 신도시급 규모의 광명 시흥을 비롯해 서울 항동,
인천 구월 등은 수도권 주요 성장축과 연계돼 민간 사업자의 경쟁력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상혁 기자 pres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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