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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과 노무현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0. 1. 1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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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과 노무현
(서프라이즈 / kinguk / 2010-01-13)


요 며칠 몸살로 꼼짝도 못하고 앓아누웠다.

그동안 두부를 사러 오셨다가 빈 발걸음 하신 많은 분들께 죄송해 오늘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일어나 두부를 시작하며 무언가 속이 든든한 걸 먹었으면 하고 생각하자 바로

생각난 음식이 곰탕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이게 생각했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한식당에 가서 또는 동네 한인슈퍼에서 팩으로 된 곰탕을 사다 바로 먹을 수

는 있지만 가급적 조미료가 든 음식은 먹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해 먹는 편이라 오늘은

그냥 참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한 사람이 내 뇌리를 스친다. 바로 노짱님......

곰탕과 노무현?
무슨 연관이 있을까? 분명 있다.

 

곰탕 또는 곰국의 사전적 의미는 푹 잘 곤 국이다. 보통 소, 닭, 돼지 등 동물

성재료를 사용하나 절기(節氣)나 종교적인 이유로 나물이나 버섯 등 식물성재료

를 고아 탕을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곰탕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아주 친숙한 음식중의 하나다.

집안에 누군가가 허약하다던가 가끔 식구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연탄아궁이 위에서 설

설 끓던 정성과 사랑이 담뿍 든 음식이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할머니나 어머니가 며칠 공을 들여 고와 상에 올라온 뽀얀 곰

국에 곱게 썬 파 한두 숟갈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밥을 말아 살얼음이 얇게

낀 잘 익은 김장김치를 얹어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던 시절도 있었다, 거기에 살

코기 몇점이나 소양이나 곱창이 들어있으면 금상첨화였고......

 

많은 사람들이 곰탕과 설렁탕을 혼동하는데 설렁탕은 아무래도 그 기원이 곰탕이 아닐

까 싶다. 우리 민족이 정착농경부족을 이루며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곰탕의 역사는 시작

되었으리라는 설이 있다.

 

농사를 모두 손으로 짓다 보니 일손이 항상 부족하기 마련인데 한 솥에 이것저것 넣고

물 한가득 부어 끓여 먹으면 간편하기도 하거니와 많은 식구 배불리기도 그만이었을

터다. 그러다 재수 좋게 들짐승이나 날짐승의 고기를 얻게 되어 국을 끓이게 되면 얼

마나 흐믓했을까.......

 

그러다 점점 살림이 나아지면서 맛을 찾게 되다 오늘날의 곰탕이나 설렁탕이 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게 야생에서부터 곰탕이 시작된데 반해 다들 알다시피 설렁탕의 유

래에 관한 가장 타당한 설은 조선시대 왕이 선농단(先農壇)에서 한해 농사의 풍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난 후 제물로 바친 소로 국밥을 끓여 참관한 대신들과

인근의 농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 때 나누어 먹은 국이 선농탕

(先農湯)이고 이 선농탕이 자음동화현상으로 인해 오늘날의 설렁탕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의 근본이 백성이었고 그 백성의 근본이 농사였으니 종묘제례 못지

않은 정성으로 왕실에서 주관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요는 선농제를 마치고 왕은 물론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나누었던 음식이 설렁탕의

기원이라는 건데 이 탕(곰탕이건 설렁탕이건 구별 없이) 한 그릇에 녹아있는 나눔의 철

학이 참으로 아름답다.

 

허나 재료에는 차이가 있으니 설렁탕의 주재료가 소뼈와 살 그리고 그 부속물인데 반

해 곰탕의 재료에는 딱히 제한이 없다.

 

설렁탕은 그래도 세련된 탕 음식이라 할 수 있으나, 곰탕은 태생이 야생적이니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다고나 할까?

 

물론 지금 우리가 먹는 태반의 곰탕은 소를 주재료로 하지만 그 옛날 소가 어디 함부

로 먹을 수 있는 음식재료였던가.....

 

그래서 각 지방 나름의 독특한 곰탕 제조법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가 보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음식 장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음식은 정성’이다. 정

성과 사랑이 가득한 거기에 엄격한 예절교육이 더해진 밥상을 받고 자란 아이들과 그렇

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보이는 태도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내가 주방에서 조회 때마다 요리사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 “지금 네가 만든 음식을 네

식구에게 자신있게 줄 수 있게 만들어라”였다.

 

물론 이게 내가 만들어 낸 말은 아니다. 어린 시절 스승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게 듣고

또 듣던 말이다.

 

그때 지겹게 듣던 말을 내가 나도 모르게 내 직원들에게 하고 있다. 마치 어릴 적 부

모님이 진절머리 치게 하시던 잔소리를 지금 내가 자식들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소개하겠지만 내 인생의 세 스승이 계시다.

그 중의 한 분이 옛날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조리장이신데, 우리 동기끼리는 욕쟁이

아저씨로 통한다. 하도 욕을 잘 하셔서 얻은 별명인데 오죽하면 입에서 나오는 소린

숨소리 빼고 다 욕이라고 할까.

 

그런 분이 어떻게 내 인생의 스승이 되었을까 궁금하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분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약한 사람에게는 더 약하게, 강한 사람에게는 더

강하게'이다.

 

또한 장인으로서의 철저한 자세가 나를 감동시켰다.

그분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야, 이C8놈아, 니가 나중에 조리장 아니라 조리장 할애비가 되도 손님상에 나가는

음식은 세상없어도 꼭 맛 보고 내 보내!!!!!”이다.  

 

근데 이분은 말만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라 손님이 어쩌다 음식을 절반이상 남기게

되면 쓰레기통을 뒤져서 라도 다시 맛을 보신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얼마나 울

었던지(지금도 그 분은 내가 뒤에서 그 모습을 숨어 보고 있었던 걸 모르신다.)......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 양반께 문안전화 드리면 예의 그 욕을 날리신다. 그래도 어찌나 정겨운지

형언을 못한다. 그분께 배운 건 불의를 보면 참지 말라는 것과 정성이다(물론 욕도...

ㅎㅎㅎ). 지금도 그 분께 배운 정신으로 살고 있다. 때론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하면 지금이라도 그 양반의 두터운 손바닥이 내 등을 후려칠 것 같다.

 

몇 해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가 있었다.

대장금......

 

거기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대비마마가 내린 첫 번째 최고상궁 경합과제이다.

거기서 대비는 경합 대상자인 한 상궁과 최 상궁 그리고 그들의 보조인 장금과 금영에

게 백성들이 먹는 음식을 첫 번째 경합과제로 하교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린 것이 곰탕. 장금과 금영은 각자 열심히 준비한다.

결과는 최상궁과 금영의 승.

첫 번째 경합후 장금이는 한상궁의 싸늘한 말 한마디에 보모상궁이 있는 절로 내쳐진

다. “네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깨닫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거라”

그게 무엇이었을까? 바로 정성이다.

 

금영이가 사옹원에서 받아온 평범한 재료로 온 정성을 들여 곰탕을 고고 있을 때 장금

이는 좋은 재료를 찾는다고 온 사방을 헤매다 나름 비법이라고 한지로 기름을 걷어

내며 속성으로 곰탕을 끓여낸다.

 

이 글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곰탕이 단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루 저녁은 사골과 잡뼈를 찬물에 담가 피를 빼야 하고 그다음엔 끓는 물에 넣어 잠

시 튀긴 후 뼈를 건져내어 찬물에 깨끗이 씻어(누린내와 잡내가 심한 그리고 국물이

뽀얗지 않은 곰탕은 십중팔구 이 과정이 생략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깨끗이 씻은

솥에 다시 얹은 후 찬물에서부터 끓이기 시작해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대략 7-8

시간 괄하지 않게 끓인다.

 

그 후 우려낸 뼈 국을 따로 걷어 식히고 뼈가 들어 있는 솥에는 다시 찬물을 부어 같

은 방법으로 재탕을 시작한다. 보통 삼탕까지 우려내는데 삼탕 이후에는 국물이 잘 나

지도 않을뿐더러 뼈가 바스러질 정도가 되어 별 의미가 없다.

 

이 과정에서 초탕, 재탕, 삼탕이 식으면 위에 뜬 기름을 걷어내고 모두 합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곰탕은 식으면 묵같이 엉긴다. 이를 진국이라한다.

 

여기에 국물을 더 맛있게 하고 건더기를 좀 많이 하려면 재탕이 끓는 중에 양지머리

(반드시 전날 찬물에 담가 피를 뺀)나 잘 손질된 소양 또는 곱창 등을 넣어 2-3시간이

넘지 않게 삶아 낸 후 건져낸다. 이유는 너무 오래 삶으면 고기가 너무 흐물흐물해지고

맛이 다 빠져 건더기 가치가 떨어진다.

여기까지가 곰탕의 기본과정이다.

 

그 이후에 이 기본을 응용해서 색다른 곰탕을 만들 수 있다.

무와 양지머리를 깍둑썰기를 해서 탕에 넣고 푹 무를 때까지 고아서 상에 내던지, 삶

아 헹궈놓은 묵은 나물을 넣고 끓인다든지 해서.....

이 과정을 모두 마치고 상에 올리려면 아무리 빨라도 2-3일은 족히 걸린다.

 

이 일은 위의 조리장님과 오래 해 왔던 일이라 지금도 눈감고도 한다.

이런 정성이 들어야 완성되는 음식을 아무리 타고난 미각을 가진 장금이라고 해도 금

영이의 곰국을 이길 순 없는 것이다.

 

요즘도 사이비 곰탕이 판친다. 그게 갈수록 가관이다. 아마도 내가 아는 한 십중

팔구는 사이비다. 대부분이 제대로 고아내지도 않았을 뿐더러 온갖 조미료와 색소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가짜 곰탕을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짜 진국을 만나고도 알아보질 못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진국을 만나고 있었는데......아직도 그를 깨닫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애통할 따름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니 곰국 같은 뽀얀 눈이 내린다.

아마도 그 분이 높은 곳에서 우릴 위해 곰탕을 고고 계시나 보다.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그분이 온 정성과 사랑으로 우릴 위해 준비하시던 곰탕을 엄한 놈들이 솥째 들어내 가

니 내 속이 횅해서 그런가?


(cL) kinguk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07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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