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세계 자산시장 거품…위안화 아니라 유로화가 달러 대치"
기사입력 2009-11-24 오후 3:19:25
장하준 케임브리지 교수가 24일 현재 전 세계 자산시장의 빠른 회복세가 상당 부분 거품이라며 거품이 곧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자산거품 그대로 두면 또 한번 큰 경기하강 올 수도"장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0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 강연에서 "현재 주가는 정부의 재정지출,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거품"이라면서 "자산거품을 그대로 두면 더 부풀어 오른 후 꺼지면서 또 한번 커다란 경기하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패닉에 의한 것으로 일정정도 자산가격 반등은 당연하지만 현재와 같은 빠른 회복은 상당부분 거품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장 교수는 한국 증시도 펀더멘털에 비해 거품이 껴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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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케임브리지 교수. ⓒ프레시안 |
그는 "달러 차입을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 거품을 키우고 있다"며 달러 약세를 거품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장 교수는 "물론 자산가격 거품이 무서워 거시정책을 풀지 않았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돈을 풀어 숨쉴 틈을 만들어 놓고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 조정, 구제금융 받은 금융기관 이익에 대한 적절한 과세 등 자본시장 규제를 강화해 지나친 거품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장 교수는 또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그는 "미국, 유럽의 실업률 및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추세에 있고 영미국가의 신용카드 부채문제도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6개월에서 1년 사이 세계경제가 완전 한 회복세에 접어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위안화가 아니라 유로화의 시대가 열릴 것"추가적인 위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아직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면서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 부도라든가 주택담보대출 부도 같은 게 늘어나면 결 국 금융권에 다시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현재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라트비아 등 유럽 변방 '금융 허브'들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들 나라의 경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그는 자산시장의 거품이 문제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성급한 출구전략의 시행에 대해선 반대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앞서서 쓰게 되면 숨어있는 부실이 더 드러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장 교수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작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 패권은 일단 막을 내리고 유로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위안화보다는 유로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 교수는 이어 "제대로 된 금융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5년 후 10년 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영미권 중심으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제2의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한국, 금융ㆍ서비스업만 강화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한국경제에 대해 장 교수는 "이번 위기가 우리 내부의 문제이기보다 외부충격에 의한 것이어서 외부충격이 가라앉으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자동차, 전자 등 그동안 투자가 제대로 되고 준비를 해온 산업들은 한 단계 상승하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평가했다.그는 다만 "현재 주축 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부품소재 산업 등 기초산업이 취약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융허브론'은 비판했다. 장 교수는 "중국 때문에 제조업은 틀렸으니 금융 등 서비스업을 강화하자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서비스업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튼튼한 제조업 기반없이는 금융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제조업을 튼튼히 함으로써 금융, 컨설팅,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장 교수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에 대해 "1970년대 정부가 경부고속도로나 댐을 만드는 게 맞았으나 지금 경제성장에 그런 것이 결정요소가 아니다"고 비판하면서 연구·개발 투자와 사회복지 확대에 재정을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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