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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가 좋다'..착한 소비자의 반란

경제일반(국내)

by 21세기 나의조국 2009. 12.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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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가 좋다'..착한 소비자의 반란

연합뉴스 | 입력 2009.12.17 08:03 | 수정 2009.12.17 08:29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서울

 

 

휴대전화ㆍ車ㆍ의류 등서 외제들 '빅히트'
反국산파도 생겨.."소비자 변화 읽어야 시장유지"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김동규 기자 
 
#1. 회사원 김지탁(26) 씨는 위약금 6만 원을 내고 기존의 휴대전화 약정을 해지하고 `아이폰'을 샀다.

구입이 쉽지 않았다. 일요일에 통신 대리점을 찾았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다음날 다시 가서 40분 가량 기다리고 나서 겨우 살 수 있었다.

 
"힘들게 샀지만 만족스럽다. 저렴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장 좋다. 노트북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인터넷이나 기본 작업이 다 되니까 편하다"

#2. 명동의 `유니클로' 매장은 평일임에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계산대에는 1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매장에서 만난 김길태(77) 할머니는 패션 내의 9개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헬스클럽에 같이 다니는 할머니 4명과 함께 왔다. 여기서 좋은 내의를 싸게 판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 아들, 딸과 손자들 주려고 9개를 샀다"

매장 직원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상품이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3. 국산차를 타다가 `캠리'로 바꿀 생각이라는 회사원 정윤태(32) 씨는 외제차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선택은 기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더는 (국내 기업들이) 눈먼 애국심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품질과 디자인으로 경쟁해야 한다"

◇ `Made In Non-Korea' 생활 속 파고들다
아이폰, 유니클로, 캠리.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외제'라는 것이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의 외제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갖춘 외제가 중산층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애플사가 내놓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출시 열흘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휴대전화 역사상 찾아 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한 KT마저 놀랄 정도다.

도요타 캠리는 10월 529대, 11월 830대를 팔았다. 10월 출시 후 계약 건수는 5천대에 가깝다. 국산 인기 승용차의 판매량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외제차라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패스트 패션(유행의 변화에 맞춰 즉석으로 다품종 소량을 생산하는 패션 시스템) 시장은 이미 유니클로, 자라 등의 외국계가 장악했다. 명동, 강남 등의 요지마다 이들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밖에 `1,000원 숍'의 대명사인 다이소, 신발 전문 유통 매장인 ABC마트 등도 소비자에게 친근한 상표로 자리 잡았다. 다이소 매장 수는 이미 500개를 돌파했다.

결혼을 앞둔 신혜지(27) 씨는 "신혼살림 중 고급품을 살 필요가 없는 것은 다이소에서 산다. 싸고 예쁜 게 많다. 굳이 비싼 것을 살 이유는 없지 않나. 나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이소에 간다"고 말했다.

외제의 공세는 내년에 더욱 거셀 전망이다.
아이폰은 지금의 돌풍을 이어간다면 내년에 100만대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제 중형차는 캠리보다 100만 원 싸게 나온 닛산의 `알티마'가 가세해 그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유니클로, 다이소 등은 앞으로 수년간 공격적인 매장 확장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모두 국산과 한판 단단히 붙을 채비를 하는 셈이다.

◇ `국산'에 대한 반감 커져.."각성해야" 목소리
"갈수록 국산은 쓰기가 싫어진다. 독과점으로 말미암은 소비자의 피해..이제는 무한경쟁체제가 될 때도 되지 않았나요"

포털 다음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의 말이다. 최근의 외제 선호 현상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국산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수년 전까지 소비자의 심리는 분명했다. 미우나 고우나 국산을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가전, 자동차 등 주요 공산품 시장의 국산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한마디로 국내 기업에는 `착한 소비자'들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캠리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허수영(30) 씨는 소비자를 대하는 국내 대기업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폰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그제야 스마트폰 가격을 내린다고 한다. 위기가 닥쳐야 움직이는 기업들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소비자들의 반감은 정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실제 외제의 구매로 이어진다. 국내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 외제차를 산 곽모(37)씨는 "내수용 차는 안전장치 등에서 수출용보다 못하다는 말에 분통이 터져 외제차를 샀다. 더는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행태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백창석 연구원은 "외제의 인기는 하루 이틀에 끝날 현상이 아니다. 소비환경의 변화를 국내 기업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 인기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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