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장기 >
행하되 모습을 보이지 아니하고,
얻고자 하는 마음을 버릴 때 본래의 것을 얻을 것이다.
- 의(意)는 허(虛)요,
심(心)은 공(空)이니
발심(發心)은 신허(身虛)요,
전심(前心)은 심공(心空)이라.-
모든 것은 시작한 그곳으로 회귀하되
그것은 처음 아무 것도 없음이 아니라
이미 넘치도록 차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것 역시 비운 것과 마찬가지요,
모든 것은 다시 끊임없이 연관되어 변화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허상(虛像)이다.
알고 있어도 알고 있다고 내색하지 않도록 해라.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너를 해칠 수 있다고......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능력은
강인한 육체에서 나오는 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네.
많은 이들이 염력이라고도 하고 심력이라고도 하는 그것이지.
자고로 무선무악 시심지체 (無善無惡 是心之體),
유선유악 시의지동 (有善有惡 是意之動)이라 했다.
이는 본래 마음(心)은 선과 악이 없는 것이지만,
뜻(意)으로 인해 선과 악이 있다는 뜻이다.
사랑이란 묘한 것이다.
사랑이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어느새 갑자기 불타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그것이 한번 튀어나오면
자신의 목숨까지 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약이오.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생각이 싹 없어질 거요.”
“자고로 곡차란 옛부터 소수추(掃愁湫)라고 했오.”
소수추(掃愁湫)란 '온갖 시름을 씻어버리는 비'라는 뜻이다.
술이란 것이 근심을 거둬 갈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릇의 크기를 잴 수 없는 사람이다.
화를 내고, 슬퍼할 줄 알며,
아픔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수행이란 끝이 없어 육신(肉身)을 버릴 때
비로소 멈출 수 있는 것이오.
그래서 불가에서는
해탈(解脫)이 바로 고행의 끝이라고 하는 것이오.”
“헌데 기이한 것은 싸우면 싸울수록 고독해 지는 거야.
주위에서 보는 눈은 어느새 경탄이 아니면 질시였어.
그럴수록 외로웠지.
외롭다는 것은 그 어떠한 것보다 참기 힘든 일이야.
그래서 친구를 사귀려했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는 형제가 되려했어.”
인간에게는 허영이라는 기이한 습성과
남에게 과시하려는 괴벽이 있기 때문이다.
수련(修練)에 있어 가장 큰 적은 바로 자만심이었다.
이 정도면 되었다는 자족감(自足感),
자신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자신은 이토록 깊은 패배감의 상처에 빠져 있지 않을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어차피 부닥쳐야 한다.
부닥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당당하게 맞서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능동적으로 굴복하는 것이다.
어중간한 방법은 언제나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오게 한다.
“너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마라.
네가 사내라면 네 여자를 울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곳에 있는 수뇌들도 겉으로 표현은 않고 있었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었다.
인간은 모두 똑같다.
그것에 대해 얼마나 인내하고 극복하느냐의 차이와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깨달음이란 이렇듯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진전이 없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는 것이다.
마치 커다란 독속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차지 않다가,
그것이 어느 순간 다 차 오르면 물이 갑자기 넘치는 것과 같이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인가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는 일이다.
깨달음이란 인간이 만든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하나의 과정이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깨달음이란 궁극의 것이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버리려 하는 것 역시 욕념(欲念)이다.
희노애락(喜怒哀樂), 오욕칠정(五慾七情)을
억제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머물되 그 어떠한 것이던
순리대로 따르는 과정이 깨달음이다.
그래서 위기란 항상 위험과 기회가 상존하는 것이다.
마치 빛과 그 그림자처럼….
인간의 실수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인간으로서,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실수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가 그것이다.
전자의 실수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용서를 해주곤 한다.
하지만 후자의 실수는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거나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한 실수는 그저 업보(業報)처럼
평생을 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본래 타고난 대로,
정해진 데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거나 불가능하다면
어떠한 노력도 필요 없는 것이지요."
"허나 운명은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네.
타인이 아무리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해도
자신이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는 것이지.
타인은 단지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주거나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이네."
“사람에게 있어서 사주는 인생의 주기에 따라
좋은 시기와 어렵고 위험한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오.
당신의 사주는 금년 칠월부터 구월까지 극히 위험한 시기이오.
물론 당신의 사주와 같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하지만 그 위험한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 넘기느냐가
그 사람의 부(富)나 지위(地位)
그리고 수명(壽命)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오.”
풍운지변(風雲之變)
역사(歷史)는 잘못된 것을
언제나 바로 잡는 알지 못할 힘이 있다.
아니 그 잘못이라 보이는 것도 역사의 하나가 되고
또한 그 잘못으로 인하여 역사는 바로 잡혀가는 것이다.
그 시기에 그러한 인물들이 나타난 것은
하나의 시련이었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힘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었다.
여하한 것이라도 존재하는 것에는 반드시 그 의미가 있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반드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악이 존재하기에 선이 돋보이고,
그름이 있기 때문에 옳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선과 악, 옳고 그름 역시 구별할 수 없는 모호한 것일지도 몰랐다.
구별하고자 하는 것마저도 편견이 아닐까?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옳았다고 할 수도 없고,
기존의 틀 속에서 안주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틀을 깨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 왔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어 온 것이
우리의 역사다.
몽화(夢花)
“헌데 당신은 나이도 많지 않은데 참으로 인내심이 깊군요.
인내라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지요.
하지만 고통을 즐길 정도로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투정을 받아 줄 사람이 아예 없거나
고집을 피울 상대조차 없이 자란다면
누구나 인내심을 가질 수 있소.”
방관(傍觀)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서로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대상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더욱 그 갈등은 깊어진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면
그 갈등의 폭을 좁히는 일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치졸한 피해의식이나 옹졸한 자존심에서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사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자신의 주장이나 가치관을 굽히는 일이 아님에도 말이다.
장례(葬禮)
'이 애비는 네 선택을 나무라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네가 선택한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절대적인 악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연화백자(蓮花白磁)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가 되면 안 된다.
상대를 형제나 친구라 생각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다.
사내들의 세계에서 친구나 형제를 이용하는 일은
그들이 추구해야 할 의(義)를 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천형(天刑)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아픔이 있소.
그 형태나 빛깔이 아주 다를지라도
그 스스로 느끼는 고통은 매우 클 것이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남의 아픔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단지 자신의 고통만을 호소하는 버릇이 있소."
춘야루(春夜褸)
"나이가 들면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 시간이다.
젊어서 시간을 낭비한 사람일수록
시간은 그 무엇보다 아까운 법이지."
모용화천(慕容和天)
자신감은 좋지만
그것이 절대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은
그저 참고만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할 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 사이에 있는
괴리(乖離)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운대공자(雲大公子)
인간이 모여 살면서
소유(所有)에 대한 개념이 심어지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되었고
쉽게 풀 수 없는 난제가 되었다.
이별(離別)
사내는 대개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많은 것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
주위의 다른 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섭섭해 하는 것은 애써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시한다.
그리고는 그 목적을 이루고 나면
모든 이들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목적이 있어도 주위에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에게 있어 목적은 목적이고,
그 과정 속에서 있는 많은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내는 여자를 이해하기 어렵고,
여자는 사내를 이해하기 어렵다.
단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연동진입(蓮洞進入)
인간은 좀처럼 자신이 가진 굴레를 벗어 던지지 못한다.
운명이라고…. 왜 살아야 하는 지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변명처럼
운명이라고 돌려버린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그날까지 말이다.
위기중첩(危機重疊)
싸움은 반드시 타인하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
자신의 고통과 유혹을 이기는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만일 완벽하게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는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금룡기주(金龍旗主)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추상적으로 선과 악이 부닥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부닥쳐 일어나는 갈등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갈등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윤리와 도덕,
그리고 양심이라는 잣대와 지키고자 하는 가치관이
또 다른 사람의 그것들과 부닥칠 때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윤리와 도덕이,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했던 가치관이
사회의 급격한 변화나 그 동안 지탱하고 있었던 사회구조가
급격히 무너져 내릴 때
가치관의 혼란은 더욱 증폭되고,
그 갈등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룡기출(五龍旗出)
이념(理念)이란 종교와 같다.
마음을 빼앗긴 믿음이란
모든 것을 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종교와 같이 머리로 다가서면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허나 마음으로 다가서면
그 이론적인 것까지 믿음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흑룡기주(黑龍旗主)
"정면으로 부닥쳐 해결할 수 없다면
한 번쯤 반대로 생각해 보게.
왜 자네는 막으려고만 하는가?
젊은이들의 생각대로 사고를 해보게.
그러면 명확한 대답이 나올 것이네."
오랫동안의 기다림이 이루어졌다.
모든 것은 가르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비록 배워서 승복했더라도 언젠가 후회는 남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나중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스스로 느끼고 깨달은 후에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안배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다.
또한 공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아가 스스로의 장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치명적인 자신의 단점 역시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공평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기회다.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알지 못한다.
그는 언제나 실패하고, 언제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접는다면
성공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짐에도 말이다.
이란격석(以卵擊石)이라 해도 최선을 다해보겠소.
참을 수 있는 고통을 참는 것이 인내가 아니듯
진정한 승리란 이길 수 있는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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