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규림 기자)

코스피가 급락 국면을 지나 단숨에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브이(V)자형'보다는 초기 반등 이후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는 '루트(√)자형' 회복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가가 기업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진 데다 미국 금리 부담도 완화되고 있어 반등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불안은 끝나지 않았지만 반등은 시작됐다"며 "가격이 약한 것이지, 이익이 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가격과 금리가 먼저 지수를 끌어올리고, 이후 기업 이익과 외국인 수급이 추가 상승을 이끄는 루트자형 회복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등 전망의 근거는 주가와 기업 이익 전망 사이의 괴리다. 코스피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33.3% 하락했지만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연초 이후 약 184% 높아졌고 12개월 연속 상향됐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당시에는 주가 하락과 함께 기업 이익 전망도 악화됐지만 현재는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에도 이익 전망이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도 크게 낮아졌다.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2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6.27배보다도 낮다. 김 연구원은 "가격은 위기를 반영했지만 이익은 아직 위기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금리 부담 완화도 초기 반등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졌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6%대로 내려왔다. 금리가 안정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이어지려면 외국인 수급 회복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달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고, 8월 첫째 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7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 안정은 필요조건이고, 반도체 이익에 대한 신뢰 회복이 충분조건"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웠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상품의 코스피 거래 비중은 지난달 30일 32.5%에서 이달 7일 3.4%로 낮아졌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장 중단 등 규제가 작동하면서 기계적인 수급 왜곡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첫 반등은 가격과 금리가 만들고, 다음 상승은 이익과 외국인이 만든다"며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반등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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