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중소형주와 테마주로 이동하며 약세장 속에서 중소형주가 선방하는 모양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20.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수익률인 -19.5%보다도 낙폭이 크다.
◆ 시총 상위주 직격탄 속에 중소형·테마주 '반사이익'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투톱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총 상위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들어 각각 23.7%, 30.5%로 동반 급락하며 대형주 전체 지수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주가로 보면 지난달 말 33만4000원이던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25만5000원으로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184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대형주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은 소형 테마주로 쏠렸다. 이른바 '애국 테마주'로 분류되는 한성기업(245%)을 비롯해 모나미(211%), 에넥스(162%) 등이 일제히 세 자릿수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달부터 상장 유지 최소 시총 기준이 300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상장폐지 우려가 불거지자 오히려 투기성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중형주 시장에서는 수출 모멘텀이 살아있는 코스맥스(17%), 아모레퍼시픽홀딩스(15%) 등 화장품주와 오리온홀딩스(8%), 롯데웰푸드(6%) 등 음식료 방어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 코스피·코스닥 역주행 심화…반도체 예속된 코스닥 체질 탓
대형 반도체주의 높은 변동성은 코스피와 코스닥 간의 심각한 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날에도 코스닥 지수는 되레 하락하는 흐름이 빈번하게 관측된다.
연초 이후 지난 16일까지 총 132거래일 중 이 같은 '비대칭 디커플링'이 발생한 날은 32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4거래일 중 하루꼴로 엇박자가 난 셈인데, 이는 1996년 코스닥 시장 개장 이래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해당 비중이 13%였던 것과 비교하면 1.8배 가까이 치솟은 수준이다. 반면 코스피가 떨어질 때 코스닥만 홀로 오른 날은 8%에 불과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흐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1월 4년 만에 1000선을 밟은 뒤, 4월 24일에는 종가 1203.84를 기록하며 닷컴버블 시절인 2000년 이후 25년 만에 1200선 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으며 연초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고, 지난 16일에는 하루 만에 4.53% 폭락한 791.84로 주저앉으며 800선마저 붕괴됐다. 시장에서 기술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이 고유의 모멘텀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코스닥 시총 상위 100개 중 반도체 '1년 새 88% 급증'
코스닥 시장의 이 같은 부진은 상위권 시총 지형도가 반도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된 탓이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반도체 업종은 32개로, 작년 7월 말(17개) 대비 1년 만에 88% 급증했다.
반면 바이오 종목은 10개에서 11개로 단 1곳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제약과 의료장비 분야는 아예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도체 장비 부품사인 주성엔지니어링이 시총 42위에서 4위로 급부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코스닥 시장이 반도체 업황에 과도하게 동조화되면서, 막상 지수가 오를 때는 수급을 코스피 대형주에 빼앗기고 하락할 때는 함께 밀리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대형 반도체주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외됐던 중소형주와 낙폭 과대주 중심의 순환매 장세가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예탁금 규제 등 대형주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점도 중소형 성장주로의 유동성 유입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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