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수출과 코스피 지수가 꾸준히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1분기 한국 경제 또한 저성장 기조를 딛고 깜짝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가계 실질소득 정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초과이익의 분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급 성장지표에도 체감 경기는 싸늘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40%를 웃도는 가운데,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기여도가 0.9%포인트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존 2.0%에서 2.6%로 큰 폭 상향 조정됐다. 한은 신현송 총재 역시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이에 따른 IT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포인트 정도 높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 단위의 성장이 국민 개인에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명목상 2.4% 늘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 증가율은 0.4%에 불과하다. 지난해 2분기(0.0%) 이후 최저치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성과급에 6억원 가량이 돌아가게 된 가운데 분배 지표 역시 악화됐다. 소득 상위 20% 대비 하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6.32배)보다 0.27배 포인트 악화한 것으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반도체와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경기양극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 외 제조업은 고환율과 금리 상승, 수요 부진 등으로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구조조정 국면에 직면했고, 건설업은 지방 부동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장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양극화뿐만 아니라 단일 산업 의존 구조 자체가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은 지난 삼성전자 노사 분쟁에서 예상대로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에 최대 –0.5%포인트가량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이와 관련 "한 산업에 집중됐을 때 거기 문제가 생기면 그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는데, 현재 그 부분이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라며 "사이클이 존재하는 반도체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경기 역시 사이클과 함께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반도체 의존 벗어날 기회…신산업 투자 승부수
최근 이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초과세수 규모는 전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급증한 데다, 성과급 잔치에 따른 근로소득세까지 겹치면서 올해 국세수입은 추경 기준 최소 4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역시 기업 실적 회복에 힘입은 법인세 증가로 전년 대비 37조4000억원 증가한 373조9000억원의 국세를 거뒀다.
국세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의 DS부문 직원이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경우 근로소득세 부담은 기존 1274만원에서 약 2억4719만원으로 19배 가까이 뛴다. 이에 초과세수만 35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구 부총리는 이와 관련 "8월 법인세 중간 예납을 확인해야 알 수 있지만, 초과세수가 더 생길 것은 명약관화"라고 말했다.
최근 세수 부족과 결손이 이어져 온 만큼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초과세수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에 넣어 메모리 반도체에 준하는 센서와 같은 제3반도체 등의 품목별 아이템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산업 영역을 성장시켜 추가 세수를 확보한 뒤 또다시 이를 재투자해 선순환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다.
K자 양극화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물고기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쪽에도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한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 강화, 청년 창업과 AI 교육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미 해외 반도체시장이 무섭게 국내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이 국부펀드 투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2024년 25%에서 2025년 말 35%로 1년 새 10%포인트 급등했다. 3440억위안(약 71조원) 규모의 '빅펀드 3기'를 조성해 투자를 집행 중이며, 2030년까지 자급률 80%를 목표로 세웠다. 한국이 지금의 반도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KAIST 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는 "반도체처럼 공장시설이 필요한 산업은 중국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며 "엔비디아나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우석진 교수는 "반도체 외에도 방산, 조선, 2차전지 등 견조한 산업들이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을 보완할 수 있는 산업들에 대한 육성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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